회원간 분쟁이 소송까지 “파문”
모 네트워크 원장 치의 46명 고발
“글 한 줄 적었는데” 당사자들 충격
고충위 긴급 회의 열고 해결책 모색
모 네트워크 대표원장이 치과의사 수십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는 치과의사 회원 간 분쟁이지만 치과의사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형사 고발 등 소송으로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당사자는 물론 일반 회원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한성희·이하 고충위)에 따르면 A 네트워크는 지난 12월 말 대표원장의 명의로 대표적인 치과의사 디지털 커뮤니티인 B 사이트에 글을 올린 회원 46명 등을 형사고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이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게재된 바 있는 A 네트워크에 대한 원글 및 다수의 댓글이 네트워크의 명예를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이달 초 사건이 각 지역 관할 경찰서로 이첩되면서 해당 경찰서의 진술요청이 거듭되자 고발당한 치과의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사자들은 “사이트에 관련 댓글을 단 한줄 적었는데, 경찰서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 “사실 고소감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절한 대응 및 사후처리가 중요할 것” 등의 심난한 반응을 보였다.
주로 개원 10년차 미만의 치과의사, 공보의 등인 이들은 지난 17일 서울 모처에서 자체모임을 가지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사태 해결 ‘고심’
협회 고충위에도 지난 19일 현재 14여명의 관련 치과의사 회원들이 고충처리 신청을 통해 치협의 도움을 요청해 왔다.
이에 고충위는 지난 15일 이원균 부회장, 유석천 총무이사, 박영채 정보통신이사 등을 포함한 긴급 확대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의 경과 및 현황을 보고받고 향후 회원 요청 사항을 비롯한 처리 방안에 대한 포괄적 의견을 나눴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지 일시적인 데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구체적 대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원균 부회장은 “해당 커뮤니티는 평소 치과의사 회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인터넷 공간 중 하나로 신뢰받고 있었는데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희 고충위 위원장은 “이성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논의하는 것은 물론 치과계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차제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와 끊임없는 ‘대립각’
그 동안 해당 네트워크는 ‘노인전문 임플랜트’를 표방하면서 과대광고와 길거리 환자유인행위 등으로 개원가의 눈총을 받아왔다. 특히 이와 관련 지난해에는 일부 지점에서 15일 면허정지 처분이 확정되는 등 법적 제재를 받기도 했다.
7월에는 모 일간지에 게재된 ‘씹지 못하는 어르신께 사랑의 임플란트’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내리니까 협회에서 고소·고발을 해왔다. 업계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비용 인하를 막고 있다’고 한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치협의 강력한 촉구로 곧바로 반론보도가 게재되기는 했지만 상처 받은 개원가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는 평소 A 네트워크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의료법을 벗어난 과대광고에 대한 개원가의 불만과 이의제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치과의사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훼손된 것은 오히려 치과의사간의 신뢰가 아니냐는 일반 회원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