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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기회,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가끔 내 유학이야기를 꺼내어 묻는 분들 중에 은사스님께서 허락하지 않았으면 어땠겠느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그래도 난 떠났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도 나는 주위의 적극적인 동조를 얻어 유학길에 오른 것이 아니다. 나의 유학길은 98%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로지 홀로 떠나겠다는 자유의지 하나로 시행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숨이 가쁘다.


특히 유학을 반대하던 은사스님과의 갈등은 내가 유학생활을 끝까지 버티고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교토는 한창 겨울이었다. 나는 춥고 외로운 교토의 낡은 2층집에서 바들바들 추위에 떨며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한국과는 달리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전기장판 하나에 몸을 웅크려 붙이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손을 호호 불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기억이 있다. 상처받고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그 설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내게는 꿈에 대한 환상이나 착각이 아닌 현실 속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유학을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작은 사명을 되새기며 다짐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괜찮아. 익숙해지면 이런 추위도 괜찮을 거야.’


내 선택에는 시련이 따랐고, 나는 긴 시간 인내해야 했다.

 

인생에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결정지을 만한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떠한 꿈과 희망을 품었는지에 따라 그 기회의 성격도 달라지겠지만, 자기 앞에 찾아오는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면 그것이 곧 자기 삶의 목표가 될 것이다.

 

인생에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길을 찾아가는 일을 소가 무거운 짐을 지고 진흙벌판을 지나가는 것에 비유하며, 소가 한눈을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수렁밭길을 지나서 쉰다고 말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옳은 길을 가다보면 고통이 사라진다는 비유이다. 꿈을 좇아가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꿈이 자기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면 인내해야 한다. 자신이 설정한 꿈을 인생의 목표와 동일선상에 놓았다면,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상황으로 물러설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적극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가서서 인생의 미로를 지혜롭게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첫걸음이 되는 기회를 잘 포착하여 지유의지에 따라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 화학자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기회는 준비한 마음에게만 미소 짓는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는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처럼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사소하게 날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인생을 지나가는 행인 보듯 하릴없이 흘려보내는 무심한 태도가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꿈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기회는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바로 그때 우리는 기회를 잡고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바라고 꿈꾸던 삶을 현실로 이룰 수 있게 된다. 일단 시작해보라. 그러고 나면 어느새 나를 뚫고 올라오던 수많은 두려움은 곧 생의 희망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원 영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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