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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그만두고 과외강사 할까? - 젊은치의들의 그늘

치대·치전원 입학=안정적인 삶 ‘옛말’- 졸업 후 치과계 현실 냉혹 미래 불안


겨울 방학을 앞두고 최근 의치대진학 입학설명회를 연 대치동 어느 입시학원의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고조돼 있었다. 일부 치전원이 2017년 치대로 전환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치과의사 경영난 악화에 사채 늪 내몰려…”, “문 닫는 치과 하루 2곳… 3년 새 2321곳 폐업…”, “경영난 겪던 30대 치과원장 스스로 목숨 끊어…” 등 극심한 개원가 현실을 반영한 치과 관련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날 학부모나 학생들은 “일부 치과의사들 얘기 아니야”, “배부른 투정으로 들린다”, “적어도 월급쟁이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치과의사에 대한 선망어린 시선을 쏟아냈다.


하지만 실제 치대, 치전원 입학과 졸업 후 당장 이들이 부딪쳐야 하는 치과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치대나 치전원을 입학했다고 해서 안정적인 삶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구시대적 발상이 된지 오래다.


치전원생/낮에는 학생, 밤에는 과외강사

모 대학원 치전원생인 L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버겁다. L씨는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고 무엇보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선망해 치전원에 입학한 케이스다.


하지만 학비에 가족들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는 낮에는 수업, 밤에는 과외를 뛰느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L씨는 “졸업하고 개원만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위안을 삼고 있지만 요즘 치과계 돌아가는 소식을 들으면 이마저 막막하다”고 낙담했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L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전원 입학생 중 상당수가 소위 스카이(SKY) 대로 불리는 명문대를 비롯해 카이스트 등 우수대학 출신인데다 대기업 등을 다니다 더 큰 꿈을 쫓아 늦은 나이에 치전원에 입학한 케이스다 보니 이상은 높고 졸업 후 미래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모 대학원 치전원생 G씨는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최근에는 졸업 후 바로 개원가로 뛰어들기보다 인턴으로 남으려는 학생들의 비율이 더욱 늘고 있다”면서 “1~2년차 페이닥터 월급이 200만원선이다 보니 오히려 인턴으로 남는 게 월급 면에서도 낫고 안정적으로 임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턴자리 역시 한정돼 있다.


치전원 졸업생/학자금·개원 대출자금 압박

강남 일대에서 잘나가는 서울 명문대 출신 인기 과외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치전원에 입학했던 P씨는 졸업 후 다시 과외 강사일을 시작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OO전문 과외 강사라는 명함 말미에 OO치전원 졸업이라는 이력이 하나 더 붙었다는 것이다.


P씨는 “과외 강사보다는 인지도면이나 수입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하고 치전원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페이닥터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월급도 과외를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라서 다시 과외강사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일단 개원자금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과외 강사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돈쓰고 시간을 투자해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그렇지 단순히 수입만을 생각한다면 “지금 같아선 과외강사가 치과의사 보다 더 낫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모 치전원 졸업 후 지난해 말 수도권 인근에 개원한 K원장 역시 요즘 고민이 크다.
서울 유명대학 공대 졸업 후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 치전원에 입학했던 그는 졸업 후 페이닥터를 1년 가량하다 과감하게 기존 치과를 양도받아 개원했다. 하지만 최근 후회가 크다.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도 다 갚지 못한데다 개원시 4억원 가까이 받은 대출자금을 갚아 나가기 버겁기 때문이다.


K원장은 “개원가가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면서 “이대로라면 얼마 안가 폐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들어간 학비와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이익일 뻔 했다. 월급도 그렇고 심적으로도 그렇고 그때가 훨씬 나았다”고 후회했다.


개원의/수입은 줄고 비용은 늘고

개원한지 6년차. 이제 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싶은 S원장 역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임플란트 시술 보편화 등으로 개원가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개원초기 200여만 원을 훨씬 상회하던 임플란트 수가는 절반이상인 100여만 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반면 치과위생사 등 직원 인건비는 계속 올라서 초봉이 2000만원 이상인데다 병원 임대료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S원장은 “무엇보다 큰 스트레스는 사사건건 진료에 토를 달면서 미심쩍은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시선”이라고 전했다.


개원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비단 경영이나 환자 문제 뿐만이 아니다.
J원장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무리한 세무조사에 내부고발을 통한 탈세제보포상제도 등 치과의사를 포함한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무차별적 세원확대 정책에 정말이지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정부가 치과의사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몰고가는 통에 국민들이 치과의사를 장사꾼 취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치대, 치전원에 입학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이 같은 기대는 이미 구시대적 발상이 된지 오래”라는 이들의 한결같은 푸념 뒤로 치과의사라는 꿈을 쫓아 의·치대진학 입학설명회에 몰려든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에 찬 눈빛들이 불안하게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