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개원한 치과의원 3년차 생존율은 77.8%로 나타났다. 언뜻 높아 보이지만, 바꿔 말하면 5명 중 1명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는 얘기다.
개원가에 가까스로 진입한 젊은 치과의사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치과에 비해 신환창출이 어려운 데다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수억의 빚을 내 ‘규모의 경쟁’에 동참하는 것은 도박이 될 수 있다. 개원의 선배들과 전문가들은 “욕심을 버리고, 소규모로 개원해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게 안전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작지만 강한 ‘강소병원’ 만들어라
동작구에서 개원한지 3년 6개월 된 A원장의 치과는 역세권에서 약간 거리가 있지만, 재래시장 인근이라 유동인구가 제법 된다. 눈에 보이는 치과만 13개다.
그는 “차라리 개원경력이 짧은 처지에서는 더 이상 치과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낫다. 우후죽순처럼 치과가 생기는 곳은 공들인 구환마저 뺏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동작구의 오래된 치과를 인수했는데 체어 3개에 약 20평 정도로 기기구입, 인테리어, 임대료 등을 대폭 절약했다. “초기 인프라 구축이 신규 개원의에겐 가장 큰 부담이다. 빚잔치를 하다가는 앞으로 벌고, 뒤로 다 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간이 작다고 말했다. A원장은 “물론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간이 작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다. 그저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라며 “진작에 투자비용은 회수가 됐고, 이제는 조금씩 신규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개원 컨설턴트는 “보통 신규 개원의 경우 서울 기준 개원비용이 4~5억 정도인데, 대부분을 대출로 하는 경우, 임대료와 상환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며 “시장 진입이 어려운 만큼, 신규보다 소규모 치과 인수를 통해 차근차근 투자를 확대해 ‘작지만 강한 병원’을 만드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 “노령층 대상으로 기초진료 힘써”
안양에서 개원한 B원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2년 차 개원의로 재래시장 근처의 치과를 인수해 개원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5000만원 가량 들었다. 그는 “빚을 내지 않고 소규모로 내실 있게 운영하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치주과 전공이기 때문에 노령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 적용 진료 등 기초진료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한 구환의 관리에도 적극적이었다. 수시로 연락해 안부를 묻고, 구강 상태에 대해서 상담을 진행한다.
B원장은 “신환을 창출하기 힘든 상황에서 구환의 관리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인수한 전 원장이 했던 보철물의 경우 사후 케어를 신경 쓰고, 상담시간을 대폭 늘리니 환자들이 매우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이런 구환이 입소문으로 신환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치과 홈페이지에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 뒀다. 이 곳에는 환자들이 감사의 뜻으로 전한 간식거리 사진과 그에 대한 원장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 지역 봉사 마다 않고 신뢰 얻어야
성남 상대원에서 2년 째 개원하고 있는 C원장은 분회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지역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원장은 “구회를 통해서는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로 개원한 케이스라 구환과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게 힘들었다”며 “젊은 원장이라 미덥지 못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여유가 되는 시간을 활용해 틀니 관리법, 치실 사용법 등 구강관리에 대해 상담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A원장도 구회의 이사직을 자원하는 동시에 주변 상가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그 역시 환자와의 상담시간을 길게 갖고, 지역주민들과 유대감을 나누기 위해 출퇴근 시 반갑게 인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기 동작구회 고문(이치과의원)은 “50년 간 개원하면서 지킨 원칙이 있다. ‘나 홀로 장군이 없다는 것.’ 고장 사람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점심도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가면서 팔아주고, 지역내에서 봉사하는 자리는 절대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신망을 얻으면 개원도 자연스레 풀린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