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사상 최악의 경쟁과 양극화 현상이 국내 치과 개원가를 지배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불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명언이 새삼스럽게 부각되는 이유는 바로 진정한 생존의 전략이 ‘기본’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치과의사들이 처음 진료실에서 가운을 입고 환자를 대했을 때 가졌던 당시의 그 마음, 그 자세로 되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연속 기획 시리즈를 이달부터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자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카센터 사장과 치과의사는 무조건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시쳇말이 아직도 옛말이 아니더라.” 지난 15일 한 토론회에서 모 지부 회장은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현재 국민의 ‘눈높이’를 이렇게 전했다. 자동차 정비사와 치과의사가 이른바 ‘바가지 씌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인식이 여전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 치과 신뢰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2010년)에 따르면 ‘꼭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는 제도보다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는 제도를 선호한다’ 등의 항목에서 매우 저조한 점수가 나와 환자들이 치과의사가 개인에 대한 이익에 관심이 더 많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수행한 설문조사(2005년)에서도 국민들은 치과의사들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해 72.1%가 ‘저조한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었으며, 존경받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으로 ‘의료봉사(61.3%)’를 꼽았다.
지난해 교황청 훈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등 치과의사의 봉사정신을 널리 알린 강대건 원장은 “지금은 치과계 내부의 경쟁이 극심해지고 생존이 목표가 되는 것 같아 선배로서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환자를 사랑하고 이웃을 위하는 치과의사로서의 사명을 인식하는 것이다. 진료실에만 갇혀 봉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먹고사니즘’에 과잉·왜곡 진료 범람
2014년 1월. 치과 개원가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과도한 광고 마케팅과 과잉 진료, 저수가 기조가 난무하면서 한 때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던 임플란트 수가는 이미 반토막 난지 오래고 이제는 ‘철옹성’ 같던 교정 수가마저 위협 받는 상황이 됐다.
또 경영난에 시달리던 치과의사가 악성 사채를 끌어다 썼다가 패가망신하는가 하면 심지어 경영난 때문에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까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주변 치과의 폐업소식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여전히 ‘70만원 짜리’ 임플란트 광고가 판을 치고 있고,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1만4000여명 임상경험”, “세계 유일의 무균 임플란트” 등의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수원 지역 개원의 A 원장은 “길거리로 나가서 ‘삐끼’ 활동을 하는 치과가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런 부분은 외부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위임진료, 편법진료, 과잉진료 등 경영이라는 말로 포장된 각종 편법 행위가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개원가에 연착륙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신규 개원의들의 경우 기존 개원의들 틈에서 물심양면 마치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급급해진 이들은 당장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제살 깎아 먹는 일인 줄 알면서도 불법네트워크 취업, 과잉진료, 저수가 진료 등에 손쉽게 현혹돼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과계 한 원로 원장은 “불경기일수록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해야 한다. 의료가 기업논리를 따라가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마케팅의 허울을 벗고 경영, 그리고 진료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조언인 셈이다.
#자본의 난입, ‘치킨게임’ 돌입하나
문제는 이런 갈등과 혼란의 틈바구니를 외부 자본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수가 양산 체계를 갖춘 기업형 사무장 치과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수시로 치과의료 생태계를 유린하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무료 스케일링은 무조건 해주지 않는다’, ‘(처음 내원 시) 구강촬영, 파노라마 촬영을 100% 다 실시해야 한다’, ‘다음 약속을 잡아 리스케일링 기일을 잡는다’, ‘이를 건드려서 (일부러) 이를 시리게 한다’ 등 한 국회의원이 공개한 기업형 사무장 치과의 행태는 장사꾼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이와 같은 외부의 자극과 개입이 그 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왔던 치과계를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형 사무장 치과들의 경영 수법을 그대로 흉내 낸 ‘카피 치과’들의 난립이 어느새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정도를 걷기 원하는 평범한 개원의들에게까지 독버섯처럼 손을 내밀어 의료인으로서의 본령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이익 창출의 ‘시장’으로 거침없이 내몬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업형 사무장 치과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의 이 모든 사태가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의료인의 기본을 망각한 윤리와 의식의 문제라는 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개원의 B 원장은 “분명히 기업형 사무장 치과도 문제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일상처럼 널려 있는 ‘불법’의 그림자들을 어느 누가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바로 기본에 충실한 진료와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시리즈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