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완공 예정인 호남고속철의 개통을 앞두고 해당 지역 치과병·의원들이 환자 유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도권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 정도를 놓고는 개원가와 치과대학병원 간의 ‘온도차’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내년 3월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되면 현재 2시간 40분가량 소요되는 서울에서 광주송정까지의 구간을 단 93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중증 환자 위주로 환자 유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역 의료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반면 치과계의 경우 그래도 치과 진료의 특성상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 치과 개원가 아직은 ‘간접영향권’
서울 용산역에서 1시간 10분 안팎의 거리로 좁혀질 익산시 인근 개원가 역시 아직 평온한 모습이다. 익산시치과의사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치과 개원가에서 구체적인 우려나 전망은 나오고 있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익산에서 30분 거리인 군산 지역 개원의 P 원장 역시 “지역 환자들의 로열티가 생각보다 강한 편”이라며 “치과진료가 이미 전국적으로 보편화돼 있고 진료비 문제라면 수도권 못지않게 저가 공세를 하는 치과들이 이 곳에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놓이게 된 광주 역시 직접 영향권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다는 판단이다.
박정열 광주지부 회장은 “아무래도 대학병원이 2개나 있는 지역이라서 고속철이 개통된다고 해서 갑자기 큰 규모의 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도권 지역에 친척 등 연고가 있는 경우나 외과적 수술 케이스의 경우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 중증환자 수도권 쏠림현상 ‘우려’
반면 치과대학병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경기 불황으로 환자가 갈수록 줄어 병원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데, 고속철 완공이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구강암이나 악교정 수술 등 난이도 높은 술식을 중심으로 환자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도 현재 진행 중이다
안종모 조선대 치과병원장은 “아무래도 수술 중심 진료의 경우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하며 “일단 환자 입장에서 양질의 빠른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형 전남대 치과병원장은 “악교정수술센터 등에서 원스톱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의료진과 시술에 대한 일선 환자들의 지명도를 더 높이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