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료 분쟁이 갈수록 첨예한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일단 합의를 해 놓고도 나중에 추가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록 힘든 상황일지라도 성급하게 합의할 경우 ‘독’이 될 수 있으며, 합의서를 작성할 때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야 나중에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개원의 A 원장은 최근 겪고 있는 환자와의 분쟁 때문에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올해 3월 인레이 충전치료를 받은 이 환자는 과잉진료를 주장하며 치과에서 난동을 부리는 한편 1인 시위까지 하며 보상을 요구, 최근 합의에 이르렀다.
문제는 합의 후 해당 환자가 다시 A 원장을 찾아와 추가로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합의서 내용에 기재돼 있는 ‘과잉진료’라는 표현을 꼬투리 삼아 차트 기록 등 객관적 자료까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소송을 하겠노라고 시위 중이다.
# 끝까지 책임? 합의서가 ‘부메랑’
이처럼 완벽하지 못한 합의서는 분쟁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비록 환자의 집요한 요구로 인해 ‘과잉진료’라는 문구를 넣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소송에 갔을 때는 왜 이런 내용을 인정했는지를 다시 입증해야 할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합의서를 쓰지 않고 상황을 끝내려다 오히려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B 원장의 치과에서는 40대 크라운 환자를 진료하던 중 스탭이 임시 세팅 제거 시 치아를 부러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크라운 보철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임플란트 식립을 제안했는데 세팅까지 끝난 상황에서 환자는 최초 크라운 비용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환자가 포괄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C 원장은 교정 환자를 진료하다 입안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의과에 의뢰해 치료를 받게 했다.
이에 환자는 ‘해당 치과에서 끝까지 책임진다’는 내용을 넣어 중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방식으로 합의서를 작성해도 되는지 C 원장은 고민에 빠졌다.
# 애매한 합의 표현·금액은 ‘독’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노상엽·이하 고충위)에 따르면 이 같은 합의서 관련 문의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에 고충위는 지금까지 접수된 사례들을 분석, ‘환자와의 합의서 작성 시 주의 등 참고사항’을 최근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우선 합의서 작성 시에는 명확한 합의금 등 합의 내역과 ‘이후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며 소송이나 그 어떤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야 하며 이 내용에 대해 그 의미를 환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 원만히 합의되는 경우라도 합의 시에는 배상액이 극히 작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합의서를 받아야 한다.
특히 불명확한 용어나 애매한 배상 범위를 기재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일체의 치료비를 책임진다’고 하거나 ‘일체의 후유증에 대해서 책임진다’고 표기할 경우 나중에 통상적인 수준의 치료비로 청구하기 보다는 대학병원의 치료비로 청구하는 등 배상 범위에 대해서 환자와 이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로 간에 증빙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합의금 송금 계좌번호를 합의서에 기재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