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갑오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건, 사고들이 치과계, 그리고 보건의료계를 스쳐지나갔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의료 정책과 개원가의 생존권을 좌지우지 할 중요한 법원의 판단이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2014년 한 해의 끝자락에서 치과계와 의료계를 뒤흔든 중요 판결들을 복기해 본다.
# 1인1개소·면허대여 위반 ‘패가망신’
우선 2014년에는 1인 1개소법을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후속 조치들이 법원의 판단 아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A병원의 B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8년 A병원을 개설한 C원장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를 고용하고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해왔으며, B원장은 C원장에게 월급을 받고 명의를 빌려줬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4월 B원장이 이미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74억원에 대해 의료법 33조인 1인 1개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환수 처분을 내렸다.
최근에는 면허대여 약국 역시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대구고법에서 나오기도 했다.
# 사무장병원·유사 의료생협 잇단 ‘철퇴’
사무장병원과 의료생협으로 가장한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 역시 가시화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 소재 6개 사무장 병원에 고용된 의료인들에게 벌금 500만원부터 징역 8개월까지의 형사처벌을 판결했다. 이들은 최고 450억원에 달하는 진료비 환수폭탄까지 맞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지방법원에서도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8억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8월 대법원 제2부는 의료생협조합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처럼 외관을 꾸민 뒤 사무장병원을 불법적으로 운영한 D씨 등 14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및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 환자 중심 판결들 ‘봇물’
특히 올해는 의료진보다는 ‘환자’에 방점이 찍힌 법원의 판결들이 줄을 이었다. 병원 측이 시술효과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경우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로 풀이된다.
지난 3월 환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았지만 수술방법과 부작용 등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이해시킬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의사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2월에는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수술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성형수술 후에 애초에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의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다.
# 리베이트 둘러싼 대립과 갈등
하반기에는 리베이트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다시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다. 11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교육용 동영상 강의 등의 댓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0명 등에게 1심에 이어 유죄를 선고했다.
이른바 ‘투아웃제’의 시범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모 대학병원 리베이트 논란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눈길이 쏠린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1부는 부당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과도한 약제비를 부담했다며 환자들이 제약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환자나 건보공단이 손해를 본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 ‘IMS’ 그리고 ‘IPL’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의료계와 한의계는 IMS(근육 내 자극치료법)와 IPL(광선조사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놓고 다시 한 번 거세게 격돌했다.
지난 9월 서울동부지법 제3형사부 환송전담심은 IPL을 사용한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심의,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형을 최종 확정했다.
반면 지난 10월 말에는 대법원이 환자에게 IMS 시술을 적용한 의사에게 벌금 100만원의 유죄를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