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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료분쟁 ‘부르는 게 값’

파일 분리·크랙에도 ‘수천만원’ 합의금 요구...의연한 자세 유지·성급한 책임 인정은 금물

치과 의료분쟁이 갈수록 첨예한 양상을 띠면서 일단 무리한 합의금부터 요구하는 환자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치과 개원가를 상대로 한 각종 소송들이 늘면서 악의적 의도의 ‘호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방 중소도시 개원의 A 원장은 근관 치료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평생 잊지 못할 분쟁을 겪었다. 인근 치과대학병원에서 다시 신경치료를 받던 이 환자는 파일 조각이 뒤늦게 발견됐다며 무려 40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A 원장에게 요구했다.


지금은 환자와의 송사에서 모두 이겨 평온을 되찾은 상태지만 당시 심경에 대해 A 원장은 “진료 철학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에서 개원 중인 B 원장은 시린 증상을 호소하는 세라믹 인레인 충전 환자로부터 역시 수백만 원대의 합의금과 연이은 추가 합의금을 요구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환자가 치아 크랙 발견 여부를 문제 삼아 역시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경험이 있다는 C 원장은 “이제 신환이 오면 무조건 크랙부터 신경을 쓰느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악의적 의도 접근 환자 ‘주의보’

이처럼 최근에는 임플란트 주위염이나 발치 후 신경손상 등은 물론 치경부 레진 탈락이나 파일 분리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분쟁 사례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합의금을 환자가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치과의사 D 원장은 “보험 접수를 했으니까 보험사 또는 손해사정인과 얘기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장을 직접 상대하면 보다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인 듯하다. 특히 여자 원장이라면 매우 위협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최근의 경향은 포털사이트나 환자 중심 블로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공유, 확산되면서 더 큰 문제를 확대 재생산한다.


서울 강남 지역 개원의 E 원장은 최근 교정환자와 의료분쟁을 겪다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그 직후 여러 명의 환자가 한꺼번에 자신의 치과에 교정 진료 접수를 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교정 환자 카페에서 이런 정보들을 공유하던 일부 환자들이 악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받았다.


# 포털사이트 등서 정보 유통·공유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의 손해사정업무를 맡고 있는 ㈜서진손해사정의 한 관계자는 “이런 환자들은 보험금 외에 도의적인 책임을 언급하며 추가로 합의금을 요구한다”며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이와 관련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옳은 내용을 전달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또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들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신속한 상황파악 및 피해자 요구사항 청취가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바로 보험사에 접수하고 그렇지 않은 건에 대해서도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아울러 의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끝 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자신의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할 경우 환자와의 분쟁상황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