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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횡포에 포위된 치과 개원가

환자진료 불만 난동, 업체까지 AS출장 거부,치열한 개원 경쟁 속 ‘을’ 자처 개원의 늘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갑’의 지나친 횡포, 이른바 ‘갑질’논란이 치과 개원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갑을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치열한 개원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요즘 치과의사들은 ‘갑’일까, ‘을’일까.


일반적 인식이나 위상으로 보면 당연히 ‘갑’의 위치에 있을 것 같지만 치과의사에게는 환자 만족과 그에 따른 대외 평판이 치명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역차별’상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정 진료를 주로 하는 A치과는 최근 한 환자 보호자의 급작스러운 방문으로 초토화가 됐다.

치료가 끝 난지 수년이 지난 이 환자는 다른 치과에서 진료 중 크랙을 발견하자 찾아와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것. 해당 치아가 문제가 되면 평생 무상 치료해 달라는 것이다.


개원의 B 원장 역시 치과에서 난동을 부리며 1인 시위를 한 인레이 충전 환자 때문에 고민이 크다.

자신이 과잉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환자는 결국 합의금을 받았지만 얼마 후 다시 찾아와 추가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진상 환자’의 진면목을 보였다.


수천만원대 보상을 요구한 파일 분리 환자와의 분쟁을 최근에 끝냈다는 C 원장은 “치과의사의 전문가적 견해나 위상이 흔들리는 이 시점에서 보면 동네치과 개원의는 ‘을’의 포지션”이라고 한탄했다.


# A/S출장 거부에 욕설까지 ‘깜짝’

치과기자재 업체와의 관계 역시 기존의 갑을 관계 대신 이제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일선 개원가의 인식이다.

교정 진료를 주로 하는 30대 후반 D 원장은 “주로 인터넷 교정 전문 사이트에서 재료를 주문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내가 그들에게 ‘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살 수 있는 부분에만 관심이 있고, 해당 업체에서도 그런 관계를 원한다”고 설명한다.


요즘 개원가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A/S문제에서는 오히려 갑을 관계가 역전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몇 주 전 파노라마가 갑자기 고장 나 수리를 받았다는 치과 개원의 E 원장은 A/S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발생하자 자신의 치과 스탭을 시켜 재차 A/S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 사장은 자기 회사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를 했다는 이유로 치과에 전화를 걸어 갑자기 욕설을 하고 출장을 거부하는 등의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 막무가내 건물주 앞에선 ‘울컥’

이전 개원이나 양도양수 사례가 많아지면서 건물주 역시 개원가에게는 ‘슈퍼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이나 건물 변형에 대한 집요한 간섭으로 악명 높은 사례가 적지 않다.

친한 선배의 치과를 인수한 F 원장은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건물주가 해마다 5%의 보증금 및 임대료 상승을 요구해 고민 중이지만 건물주는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다.


개원 3년 차인 G 원장 역시 전년 대비 10%나 오른 임대료를 요구받았다. 해당 건물주는 ‘아무리 그래도 치과의사가 형편이 더 낫지 않냐’며 막무가내로 임대료 인상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이밖에 건물주가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치과 양도양수까지 막아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H 원장이나 치과 내부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려다가 ‘할머니 건물주’의 제지를 받고 포기한 I 원장 등도 모두 건물주 앞에선 ‘을’의 서러움을 느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