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개원의에 더 잔인한 6월
“하루 종일 환자가 3명 왔어요. 안 그래도 어려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서 너무 힘들어요. 이번 달은 직원들 인건비 주고 임대료를 내고 나면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해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합니다. 정말 잔인한 6월이 될 것 같아요”
모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개원 5개월 차 신규 개원의의 절규에 가까운 고백이다.
“어제, 오늘 통틀어 7만원 벌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예약환자가 진료를 취소하고 미룬다고 걱정인데 저는 그나마 취소할 예약환자마저 없어요. 2월에 개원해서 그동안 치과 홍보도 열심히 하고 이제 환자들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지…”
그의 글에는 비슷한 처지를 호소하는 새내기 개원의들의 댓글들이 여럿 달렸다.
# 치협 등 치과진료 안전홍보 불구 불안감 여전
장기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개원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5월말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한 달 가량 장기화되면서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병원 진료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과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타액을 흩뿌리며 진료하는 특성상 메르스 감염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이에 치협을 비롯한 감염관리학회 등이 치과계 내부적으로는 ‘감염예방 수칙’ 및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한 ‘메르스 대응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동시에 국민을 대상으로는 “치과계 전 회원이 진료시설 및 각종 진료장비 등에 대해 철저하게 감염관리를 이행하면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 빠르게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포에 가까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4차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고 있고 환자 발생양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기요금도 못낼 지경 휴진 고민중
예약취소, 신환감소 등 메르스 사태에 따른 여파가 전체 치과 개원가에 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개원초기 고정 환자는 없고 비용부담은 큰 신규 개원의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개원당시 여유자금이 있었다면 그나마 버티겠지만 평균 3~4억이 드는 개원비용을 100% 대출로 충당한 경우라면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의사직군에 특화시킨 무보증 대출상품인 ‘닥터론’의 최근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가 3.6~3.7%선임을 감안할 때 신규개원의들이 일반적으로 매월 상환해야할 대출금액만 원금과 이자를 합쳐 350여 만 원선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소한 2~3명의 직원 인건비, 병원 임대료, 장비 리스비, 전기요금 및 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하면 한 달에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고정 지출이 불가피하다.
지난 2월 경기도에 개원한 모 신규 개원의는 “모처럼 잡혔던 임플란트 수술이 메르스 때문에 취소됐다. ‘사태가 좀 잠잠해지면 하겠다’고 하는데 차마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속만 타들어 가더라”며 “이번 달은 인건비는 고사하고 전기요금도 안 나올 것 같다. 차라리 당분간 휴진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살길이 막막하다는 듯 한숨만 내쉬었다.
# 기공물 끊기니 “거래처 바꿨냐”문의도
또 다른 개원의는 “월급 250만원으로 페이닥터를 시작했는데 순익으로 따지면 그때 받던 월급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적자만 안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은 메르스 때문에 환자 발길이 뚝 끊겼다. 기공물이 안 나오니 거래하던 기공소에서 ‘거래처를 바꿨냐’고 전화까지 왔는데 무안해서 할 말이 없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잘 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치전원에 입학해 2년간의 페이닥터를 끝내고 개원한지 2년차인 신규 개원의다.
그는 “물론 개원초기에 어느 정도는 당연히 겪어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고는 있지만 메르스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니 힘이 빠진다. 메르스 사태가 빨리 진정국면을 맞아야 할 텐데… 우리 같은 신규 개원의들에게는 더더욱 힘에 부치는 6월”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