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 없지만 현금 환금 번거로워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받습니다”
서울 모 치과의 진료대기실에는 “상품권으로 진료비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이 치과는 지난 2011년부터 5년째 상품권으로 진료비 결제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가 부쩍 늘어 많을 때는 매출의 30% 이상을 자치한다.

# 명절 전후로 진료비 결제 늘어

해당 치과의 K 원장은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주로 생일이나 기념일, 추석, 명절 등에 선물용도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현금과 진배없음에도 지출 부분에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명절 전후로 상품권 진료비 결제가 확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백화점 상품권의 치과진료비 결제가 일반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결제수단이 하나 더 생겨나기 때문에 환자들의 병원 문턱을 낮춰 치과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K 원장의 치과에서 얼마 전 상품권으로 치과 진료비를 결제한 한 노인 환자는 “자식, 친지, 지인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그냥 쌓아만 두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치과에서 상품권으로 진료비 결제가 가능하다고 해서 들고 나와 미뤘던 치과진료를 했다”면서 “상품권을 꼭  필요한 곳에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상품권으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 치과에 미치는 경제효과 기대

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병원으로서는 큰 장점이다.

현재 치과의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2.32%, 최대는 2.70%인 반면 백화점 상품권은 별도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또 상품권의 경우 선물로 받거나 구입 시 통상적으로 3~5% 할인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료비 결제 시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확실히 적다는 것이 K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품권으로 진료비 결제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면서 “아직 상품권 진료비 결제가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소할 뿐이지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치과의료 기관 등에 미치는 경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 상품권 취급시 유의사항 체크를

상품권의 경우 현금처럼 통용되는 만큼 진료비를 상품권으로 받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취급 시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먼저, 수납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금하기 위해서는 상품권업소 등에서 매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롭고 100% 환금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진료비를 상품권으로 받을 때에는 반드시 환금률이 높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메이저 백화점 상품권을 취급해야 한다.

또한 상품권으로 진료비 수납 후 10만 원 이상 진료비에 대해서는 환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의무 발급해야 한다. 상품권이기 때문에 환자, 의료진 모두 현금영수증 발급에 무신경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자칫 세무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위반한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금액의 50%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관련 K 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등과의 제휴를 통해 전국 모든 치과에서 현금처럼 진료비 결제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면 더 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굳이 상품권 결제를 원하지 않는 치과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