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원가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법적 대리인 없이 이른바 ‘셀프 소송’에 나서는 치과의사 역시 늘고 있다.
환자와의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거나 소액 소송일 경우의 비용 문제 등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원의 A 원장은 올해 초 수개월여에 걸친 환자와의 소송을 마무리 했다. 교정 치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의 보호자가 의료과실이라며 민사 소송을 건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A 원장이다.
특히 법적 대리인을 내세운 환자 측과 달리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는 진료대로 하면서 직접 답변서를 쓰는 등 소송에 대비해온 그로서는 지난 7개월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치과의사 B 원장 역시 최근 본인 앞으로 갑자기 날아든 소장 때문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본인이 진료하지 않은 치아의 파절 여부를 놓고 환자가 제기한 소송에 휘말리게 됐기 때문이다. 환자가 소액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일단 그도 법적 대리인을 선임할 생각은 없다.
B 원장은 “차트에 기록도 해놓고 사진도 찍어 놨기 때문에 어이없는 소송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법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 환자 갈등·소송 스트레스 ‘극심’
이처럼 최근 개원가에서 ‘나홀로 소송’이 급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환자와의 갈등이 양적·질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현대해상 측 자체 집계를 들여다보면 2013년 834건이던 배상책임보험 접수건수는 지난해에 1014건으로 21.6%나 증가했다.
특히 도저히 중재가 안 돼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건수도 늘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6월까지 6년 6개월간 현대해상에서 관여한 민사소송 건은 평균 8.8건이었지만,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6개월간의 평균은 12.5건으로 껑충 뛰었다.
환자와의 갈등 과정을 굳이 외부로 알리는 것을 꺼리는 태도도 이 같은 소송 경향의 증가 원인 중 하나다.
치과의사로서의 전문가적 견해에다 차트 기재, 방사선 사진 등의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경우 이 같은 비율은 더 높아진다는 게 일선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팍팍해진 개원가의 살림 역시 ‘셀프 소송’에 일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소액 소송일 경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준비 없는 나홀로 소송은 ‘필패’
법률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셀프 소송’을 위해서는 우선 꼼꼼한 서류 작성과 증거 보전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혼자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이 앞선다면 먼저 전체 재판의 절차와 흐름을 이해하는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창원지법이 지난 1월 SNS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은 실제 법정에서 판사와 직원이 직접 출연, 재판절차를 안내하고 있어 시간순서에 따라 재판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소송에 대비해 다양한 정보를 얻거나 조언을 듣기 위해서는 대법원의 ‘나홀로 소송’사이트(pro-se.scourt.go.kr)나 대한법률구조공단(www.klac.or.kr)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이 무분별하게 고착화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류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법정에서 치과의사인 내가 의료 전문가라는 것만 믿고 전문가 조언이나 철저한 준비 없이 소송을 맞이할 경우 반대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