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필" 당선작 ■ 제1494번째 이야기 [농사와 진료]
‘올해의 수필’ 당선작 ■ 제1494번째 이야기 / 11월 2일 게재
농사와 진료
상큼한 흙냄새를 맡고 싶어서 한참 동안 밭에 엎드려 호미질을 하다 문득 앞산의 낙엽송 나뭇가지위에서 몇 마리 왜가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푸드득 날아가는 소리에 허리를 펴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어느새 정상에 있었던 운무가 서서히 밀려 내려 오고 계곡 바람이 심심찮게 귓가를 스치며 지나간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치열했던 공간과 시간의 치열함의 끈이 느슨해진 것에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호사스런 여유를 이제 누리는 것도 점점 익숙해진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비가 올 것 같은 조짐이란 느낌이 들자, 이번 가을에 심을 알타리 무는 작년보다 적기에 심을 것 같다는 생각에 농부처럼 마음이 흐뭇해졌다. 모종보다는 파종이 수확을 위해 시기와 날씨가 아주 중요하다.
옛부터 훌륭한 농부는 손바닥을 펴 바람을 느끼며 파종할 시기를 알아보았다고 했는데, 얼추 하는 짓이 이리저리 눈치로 감 잡고 하는 게 아직도 사이비 농사꾼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제 밤이슬 오기 전에 서둘러 로타리 마
- 오 광 주 인치과의원 원장
- 2009-12-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