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압구정동에서만 37년째 개원을 하고 있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나 인근 학교와 자연스레 유대 관계가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관내 기관장이나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도 많은 접촉이 있게 되고 이런 인연으로 종종 문제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후원하면서 치과 치료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가 늘 걸림돌이 되곤 했습니다. 또 주로 교정 치료를 하다 보니 어린이, 학생 등 젊은이들이 치료하러 많이 오는데 특히 여학생 이나 젊은 여성들의 흡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꽤나 걱정하고 있었을 때 마침 인근에 계시는 금연 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차혜영 치과 원장님의 권유와 금연운동을 크게 펼치고 계시는 나성식 금연운동본부 부회장님의 권유로 비교적 일찍이 금연 치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 치료를 시작하려니까 상당히 막막하였지만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전치과(나성식 원장)에 직원들과 같이 견학을 가서 실제 임상 현장을 살펴보니 금연 치료가 생각만큼 어렵거나 번거롭지는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견학을 통해서 Co 측정기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거금을 들여서 (120만원 정도) 이를 구입하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는 詩 구절 그대로, 퇴근 무렵이 되자 함박눈이 쏟아졌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사서 집으로 간다. 다육이 화분 마냥 운전석 옆에 꽂혀 있는 커피 잔에서 피어 오른 향이 좁은 차 안을 금세 판타지의 세계로 만든다. 원두커피 봉지를 넣어 일단 책들에게 킬리만자로에 온 듯 황홀함을 선사한 뒤 그 가방을 꽃 핀 화분처럼 벨트 채워 조수석에 앉히고 봉천동 고개를 넘는다던 황동규 시인 따라 하기다. 고마운 분이다. 한없는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마다 오랫동안 전해오던 사소함으로 어릴 적부터 요즘까지 쭉 곁을 지켜준 그 빛나는 詩들… 거북이 걸음인 차창 밖으로 백화점의 찬란한 전등장식이 보인다. 동굴에 살던 石器時代부터 우리는 불빛을 좋아했다고 한다. 밤이면 이리나 늑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았던 기억과, 그 불 옆엔 종종 스스로와 듣는 이 모두에게 두려움과 걱정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이야기꾼이 있곤 해서일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 J.R.R.톨킨 역시 매일 밤 난롯가에서 자신의 세 아이들에게 땅 속 공동(중간계)에 사는 호빗이란 반인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수많은 친구들을
트릭아트란 이름 그대로 환영과 미술을 접목하여 미술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예술의 분야이다. 트릭아트는 따라서 사람들이 미술전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런 트릭아트에서도 Leandro Erlich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색채를 가진 거장이 있다. 이 전시회는 여러 섹션으로 구분되어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그 작품들의 주제는 모두 비슷하다. 전시회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가 보는 것은 순수한 진실이 아니라 왜곡되거나 일부의 진실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트릭아트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주제다. 하지만 전시회를 볼 때 별 생각이 없었던 내가 갑자기 크게 흥미를 가지게 된 작품이 있었는데 이는 ‘classroom’ 이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의 설명은 참고하지 않은 채로 바로 교실로 들어갔는데 그 교실이라고 하는 공간에 들어간 순간 교실안의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유령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버려진 교실 공간에서의 분위기, 교실 구성 등의 자연스러운 연출로 내 스스로가 ‘유령 같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게끔 굉장히 사실적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이 ‘classroom’ 작품의
《관상학》이란 작품을 남긴 폴레몬보다 반세기쯤 뒤에 살았던 의학자 갈레노스(Galen; 129-216년경)는 영혼의 힘이 신체에 결부되었다고 믿었다. 관상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새로운 소피스트들의 활동의 중심지였던 스뮈르나(smurna)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체류했던 동안에 고무되었다. 이곳의 지도자 역할을 하던 사람이 웅변가이자 관상학자로 알려진 폴레몬이었다. 갈레노스는 폴레몬에게서 수사학을 배웠으며, 나중에 수사학 이론을 의사 훈련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의사였던 갈레노스의 의학에 관련된 많은 저작들은 심리적인 것과 도덕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의학 저술들의 주된 관심은 의학 문제들과 더불어 인간의 성격과 신체 외관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었다. 갈레노스의 관상학 지침서인 작품의 제목은 ‘영혼의 능력은 신체에 따른다는 책’(Biblion hoti tais tou somatos krasesin hai psuches dunameis hepontai)이다. 그는 ‘신과 같은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다(Prognost. de Decubitu, ed. Kuhn; 4.797-798). “관상학의 지식 없이 의술 활동을 하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은 현대 사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60세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음을 보여준다. 의학의 발달과 식습관의 변화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회활동기간을 늘려 놓았기에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며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다. 치과는 음식을 섭취하고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치과의사는 많은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살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아와 치주조직, 구강점막, 타액, 턱관절 등 구강안면부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증상도 점점 다양해진다. 충치나 치주질환 뿐만 아니라 턱관절장애, 구강점막질환, 구강건조증, 입냄새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검사 및 치료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입 안을 필수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흡연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진표의 흡연 여부에
예상을 뛰어 넘는 많은 관람객으로 한겨울의 전쟁 기념관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TV쇼의 위력이란 실로 대단해서, 평소 아이들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지루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곤 했을 아저씨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어폰을 낀 채 전시된 모든 것들을 맹렬한 기세로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 예비역(?)들의 열기로 장내는 심지어 더울 지경이었다. 인파에 밀려 비실비실 구석으로만 돌다보니 ‘보라매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당시 우리 공군의 상황을 설명한 코너 앞에 서게 됐는데 무심코 내용을 읽다가 그만 망연자실하게 되고 말았다. 개전당시 우리 공군에는 조종사가 단 57명뿐이었고 전투기는 한 대도 없었다. 그래서 육군 병기창에서 시험제작한 15kg 폭탄 247발과 경찰에서 인수한 수류탄 500여발은 보유 항공기의 전부였던 (무장이 없는) 12대의 연락기와 10대의 연습기 뒷자리에서 관측사가 창문을 통해 손으로 직접 떨어뜨려야 했다. 목표물에 가깝도록 조종사가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해야만 했고, 당연히 적의 고사포에 격추될 위험이 컸다는 대목에선 결국 눈물이 났다. 미군이 지원하기로 한 F-51전폭기 10대를 인수하러 개전 바로 다음날인 6월 26일 일본으로 건너간 10여명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페이닥터로 처음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보험 매출이 치과 전체 매출의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선배님들의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제가 페이닥터로 일하던 치과에서는 보험청구를 일부러 제대로 안 하기도 했었고, 저 역시도 보험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웬만한 치과에서는 매출의 40% 이상을 보험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보험 진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고, 예전에는 비급여였던 것들이 보험으로 들어오면서 치과 전체의 보험진료비는 최근 5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증가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험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관심 없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보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계시는 원장님과 아예 보험에 대해 모르는 원장님 이렇게 두 부류만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진료에 기반하기는 하지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제도이자 정책입니다. 그래서 그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정당하게 진료한 비용을 받지 못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의비급여 등 부당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내가 날씨 따라 변할 사람 같소?’ 연극 제목이다. 자연의 변화와 직업과 같은 사회제도가 인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국인이 성격이 급하다면 뚜렷한 계절의 변화와 심대한 온도의 차이가 그 원인이 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는 기후와 풍토,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사람의 체질이나 체형, 나아가 도덕적 품성과 성격까지도 영향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건강과 도덕적 성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서 계절의 균형(summetria)과 변화(metabole)의 개념을 들었다. 히포크라테스는 계절의 변화가 잦을 때, 정액이 응고하는 경우 더 큰 변질(phthorai)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거칠음, 사나움, 용맹함 같은 성격도 자연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운 지역에 사는 인종보다 더 용감하다는 것이다. “항상 같은 기후에서는 게으름이 생겨나고, 변화 많은 기후에서는 몸과 마음이 시련을 견뎌낸다.”(《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 De aere, aquis, locis)》 히포크라테스는 인체를 구성하는 체액(humor)이 기후와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히포크라테스에 따르면 혈액,
지난 해 9월에 열린 ‘스마일 런 페스티벌’ 때의 일이다. 내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던 금연 홍보 부스에 막 마라톤을 마친 젊은 부부가 찾아 왔다. 남편은 담배를 끊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항상 금연에 실패했노라고 나에게 넋두리를 하였다. 곧이어 구강 내 일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했더니, 상당히 높은 수치가 나와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랐다. 남편은 자기 부인에게도 와서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라고 했지만, 한걸음 떨어져 있던 부인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 부부가 돌아가고 30분 쯤 지났을까, 슬슬 부스 정리를 시작할까 했는데 아까 봤던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 남편은 자신이 담배를 끊은 줄 알고 있어서 아까는 하지 않았다며,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향후 1, 2년 내에 임신 계획이 있는데 흡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그녀에게, 나는 대략적인 금연 프로그램의 내용과 금연 클리닉을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약물치료가 있는지는 몰랐다며 약물치료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 왔다. 아무래도 대놓고 흡연을 하지는 않다 보니, 오히려 유익한 금연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다 가끔 사랑니 근처 잇몸이 붓고 치아 상태도 걱정이라 하기에 ‘금
“5만 명이 운집한 웸블리 스타디움엔 환희의 소용돌이가 일었고, 그는 스탠드를 가리킨 뒤 자랑스럽게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한 일본 언론이 지난 5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터뜨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중거리포를 보도한 문장이라며 아들이 보여주었다. 함께 봤던 경기여서인지 실감이 났다. 축구팬이라기보다는 축구팬의 엄마일 뿐이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 곁에 앉아 헤어스타일로 선수 이름 맞추기를 하며 보내는 형편이라 골 장면 정도는 되어야 기억이 나는 것이다…하하하. 불과 몇 분전에 웨스트 햄의 오비앙이 성공시킨 엄청난 선제골로 0:1로 리드 당하고 있었던 토트넘 이었다. 패스를 받았을 때 상대 미드필더 3명과 수비수 5명 등 8명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손흥민은 눈앞의 작은 공간으로 살짝 트래핑 한 뒤 바로 오른발로 대포알 같은 30m 중거리슈팅을 했고,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가는 공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캐스터는 “손은 마치 페드로 오비앙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눈부신 골을 보여주네요! 오늘 밤 웸블리에는 슈팅스타들이 즐비하군요!” 라고 소리쳤고, 관중석의 한 팬은 두 살 쯤 되어 뵈는 아들(또 한명의 팬
어느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상이 있다. 그런 사상이 철학이라는 것으로 정립되어 후대에 전해지고 지금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책으로 접하다 보면 정말 그 시대에는 이런 생각으로 살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럼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사상은 무엇일까? 현재를 이끌어가는 사상과 철학은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현재의 사상과 철학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일까?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학 바람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의문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르네상스 이후 약 500여 년간 우리는 전문가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전에 직업군들이 점차 세분화 되면서 전문가 집단에서도 또 세부 전문가를 만들어 내고 거기서 또 세분화 작업을 해왔다. 학문이나 문화에 대한 이러한 작업은 깊이를 더해가며 발전을 해오는 방법론적으로 굳어져 왔다. 마치 수학에서 미분이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서 답을 찾듯이 말이다. 학문에 있어 이런 방향으로 가야만 발전이 있다는 명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에는 적분이라는 것이 있다. 쪼갠 것을 다시 모으고 모으는 작업이다. 요즘 들어서 대중은 전문가들에게 과거 중세 이전의 지식인의 모습을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