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학과를 졸업하고 막연하게 대학병원 입사를 꿈꿨다. 그곳에서 멋진 선생님들과 다양한 진료를 경험하며 나의 커리어를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바람을 하늘도 알아준 걸까. 운 좋게 졸업을 하자마자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계약직 치과위생사로서 총 3군데의 대학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20대는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다닌 대학병원의 계약이 끝났을 때는 어느덧 31살이었다. 솔직히 나는 대학병원 ‘정규직’ 치과위생사를 꿈꿔왔다. 안정된 직장, 정년을 보장받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모 대학병원 면접에서 떨어진 뒤 정규직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더 이상 나질 않았다. 그때 난 ‘이제 어떡하지? 로컬로 가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선생님이 걱정할 게 뭐가 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항상 내 삶이 불안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6월부터 강남의 치과로 출근을 시작했다. 병원을 다니면서 크게 느낀 점은 ‘내가 아직 공부할 게 많구나.’, ‘더 열심히 본업에
“일곱 번 남았어요, 선생님.” 접수대 앞을 지나치는 제게 직원 한 명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넵니다. “OOO 선생님 턴 끝나는 날까지 진료일로 7번 남았어요.” 씁쓸한 표정으로 이어진 설명에, 생각이 더해집니다. 저희 진료실은 대학병원 특성상 인턴, 파견 레지던트, 치과대학 원내생, 치위생학과 실습생 등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공의인 제가 이들에게 어떤 역할이든 부여하고 이것저것 최대한 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조하는 직원들의 노력은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 의무 없는 일을 묵묵히 지켜온 직원들이, 때로 무척이나 누군가의 종료일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못했던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자리가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듣자니, 충분히 힘들었을 만한 사연이 쏟아집니다. 이렇게까지 다양하고도 심각한 사연들을 제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한마디 보태자 돌아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처음에는, 환자 앞에서는, 교수님과 제 앞에서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부족한 역량이나마 모두를 배려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금년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57차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 총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CORVID-19)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총회 사상 처음으로 2주 동안 개최되었다. 이번 화상 총회에는 거의 모든 작업반(WG)과 소위원회(SC)가 개최되어 전세계 17개국 157명이 참가하였고(한국은 25명이 참가, 표 1 참조) 중요한 내용들이 다루어졌기에 여기에 소개합니다. 2021년에 발행된 치과의료기기(충전 및 수복재료, 보철재료, 치과용 기구, 구강관리용품)에 대한 국제표준(표 2 참조)과 현재 토의하고 있는 표준(안)에도 관심 및 참여와 함께 치과의료기기의 제조, 수입 및 사용에 많은 참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1) 치과 충전 및 수복재료(Dental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
지난 10월 대체연휴기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재미있게 봤다. 케이블 TV에서 VOD로 영화를 보곤 했지만, 세계적인 플랫폼인 Netflix를 이용하여 9회 시리즈인 드라마를 집중해서 본 경우는 처음이다. 어릴 적 많이 해봤던 놀이의 결과가 영화 속 게임 참가자들에게 너무 섬뜩하게 나타나서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드라마 내용이 세계적인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듯하다. 유튜브를 통해서 K-pop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중에 K-드라마까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 문화산업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쁘지만 또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는 설정과 전개가 뻔하지 않고 엔딩에도 반전이 있는 것이 세계적 인기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 산업계의 잠재력은 대단한 것 같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후반 일본문화가 수입 개방되면 일본의 대중가요, 만화, 영화 등에 의해서 한국 사회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일본문화 개방을 반대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방의 결과는 겨울연가를 비롯하여 K-pop 등이 일본에 진출하여 그러한 걱정은 기우로 판명되고 있다. 문화개방은 상
처음 신문 기고를 부탁받았을 때, 나의 어떤 이야기가 치의신보를 구독하시는 분들께 읽을거리가 되고 귀감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영화, 여행 등 다양한 주제를 생각해보았지만 한 치과대학의 총대표로서 학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치과의사 선배님들께도, 아직 학생신분인 후배님들께도 읽을만한 글이 될 것 같아 ‘치과대학생을 마무리하며’ 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다. 나의 입학생 시절부터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의 평범하고, 평범하지 못했던 치과대학 학생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나는 예과출신으로 2016년도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의료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그 당시에 많은 심정의 변화가 있어 치과대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 해에는 위 학년 선배들을 제외하고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세대였기 때문에 선배들과 10살, 많게는 15살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동아리에 가입하고 술자리를 가지며 연애, 과외도 하고 여행도 자주 갔다. 또, 지금 교수님들께서 보시면 분개하실 이야기이지만 F학점도 받으며 학사경고에 가까운 성적으로 예과를 마무리하였다. 본과에
대한민국 치과계의 큰 별이며 巨木이신 장완식 명예교수님께서 지난 10월 3일 만 99세(우리 나이 白壽)를 일기로 저희들 곁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1922년 9월 17일 경기도 개성시 자남동 339-1에서 출생하신 장 교수님께서는, 1941년 개성 송도중학교를 졸업하신 후, 1945년 9월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 졸업과 동시에 同기관의 부수(副手)를 시작으로 1946년부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의 교수조무원, 대우강사, 전임강사(1958),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성실하게 봉직하셨고 1988년 2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과보철학교실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실 때까지 연구와 가르침의 길이 하늘이 본인에게 내린 사명인 듯 받아들이시고 평생을 한결같이 걸어오신 교육자의 본보기이십니다. 1964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셨고, 1978년 8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발전정책과정)을 수료하셨다. 1970년대 초 일본 Hobo 연수회에 참석하셔서 P.K.Thomas Cone Waxing Technique을 연수 받고 오셔서 실습하셨던 모형이 교수실 유리장에 잘 보관되어 있었던 걸 보았습니다. 특히 보철학교실 원로 교수님 중 유일하게 정년퇴임 하셨습니다.
치과에 내원하여 구강케어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이 점증(漸增)하고 있다. 전체 노인 800만명 중에 요양시설 입소 80만명, 재가(在家) 160만명, 요양병원 입원 5만명이 그 대상자로 치과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의존적 노인들이다. 이 분들의 구강상태는 속된 말로 ‘시궁창’이다. 스스로 구강케어를 할 수 없고, 거동이 불편하여 치과에 내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행 내원 진료를 하는 개원치의들은 아예 의존적 노인들을 만나볼 기회 조차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인들을 방문하여 구강케어와 치과진료를 원하는 치과촉탁의도 법적, 제도적 미비로 인해 접근조차 어려우며, 심지어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의존적 노인들의 종합적인 방문구강건강관리에 대해 개혁이 필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탐색을 해 보고자 한다.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제 활성화 체제 확립 정부는 뇌졸중과 치매를 앓고 있어서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없는 노인요양시설 노인들(80만명)을 위해 2016년 9월에 치과촉탁의(계약의사)제도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하에서 단지 구강케어(요양)만 가능할 뿐 현행 의료법 내
지난 주에 오랜만에 서점에 가보았습니다. 육아 때문에 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책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여유시간이 주어져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젊은 시절에 한가할 때 했던 서점 가서 책 둘러보기를 하였습니다. 항상 서점에서 비소설인 책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철학이나 재테크, 자기계발서와 같은 내용들을 선호하였었는데, 그날은 재미있는 소설들이 눈에 들어오다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눈에 들어와서 초반부를 서점에서 보다가 구매하고 집근처 까페에서 단숨에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김부장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50~60대 꼰대 이미지를 한 사람을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늘 1등으로 출근해서 꼴등으로 퇴근하며, 퇴근 먼저 하는 팀원들에게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며, 회식은 고기에 소맥 말아먹고 2차는 맥주집, 3차는 국밥집으로 가는 식으로 묘사합니다. 김부장은 오래 전에 산 자가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이나 시계를 갖고 다니며 속으로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비교우위를 확인하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 회사 동기를 은근히 속으로 무시하고 있었다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쿵 쿵 와르르 르르..... 외톨이로 남아서 하늘에 걸려 옛 영광을 지키던 작은 집 한 채가 쇠공이에 맞아 무너져 내린다. 블로크 찍어내던 허허벌판에 굉음을 울리며 붉은 황토 파헤치고 저마다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면서 쑥쑥 솟아오르던 지구관 우주관 생명관. 섬나라 군화에 짓밟혀가며 지지리도 못 살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당당한 과학의 나라라고 만방에 선포한 ‘93 과학 엑스포. 세계 첨단을 날아오르려던 이름도 낯설은 자기부상열차. 달리고 싶다던 녹슬은 철마처럼 덩그마니 정거장 하나 남기고 갔지. 콘크리트 빌딩들이 밀고 들어와 엑스포 성전(盛殿)은 속세에 물 들어도. 한빛탑과 단둘이서 오뉘처럼 버티더니, 너마저 아우에게, “부탁해!” 하며 가느냐? 부수자 없애자 철폐하고 청산하자! 착한 우리 백성이 왜 이리 모질어져, 부수기 공화국이 되었단 말인가? 부수면 남는 것은 부스러기뿐인 것을. 서러워 말라, 우리가 너를 기억하리라, 테크노폴리스로 우뚝 선 대전, 주춧돌이 되어준 매그레브 옛터에, 빛나는 에피타프를 세워 주리라. 시작(詩作) Note 1993년 8~11월까지 대전에서 세계과학엑스포가 열렸다. 잿더미에서 일어나 전자제품에서 탈것까지, 대한민국이 40년 만에
1. 중국집에서 짬뽕 하나와 짜장 한 그릇을 시켰는데 짬뽕 두 그릇이 나왔다. 동석자가 짬뽕을 싫어하는지라 짜장 한 그릇을 추가로 시켰다. 종업원이 안절부절 미안해하면서 음료수를 서비스로 준다 하는데 개의치 말라 하였다. 짬뽕 면을 절반 정도만 먹고 해물 등 내용물을 건져 먹었다.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 고맙다고 복 받으시라 하였다. 주인은 한 그릇 더 팔아 이윤을 남겼고(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고) 나는 복 받으라는 소리 들었으니 서로 득본 셈이다. 배부르다. 2. 성당에서 600명 들어가는 규모이니 방역수칙에 의해 60명이 참여할 수 있는데 30명이 채 안 되는 신자들이 미사 드리러 오셨다. 복잡거리는 것보단 고요함과 적막감이 마음을 충만케 하는 뭔가가 있어 좀 더 미사에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은 편안했지만, 이 코로나19가 언제나 잠잠해 지련지. 성가를 부를 수 없어 미사의 장엄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 홀연 피아노 반주가 울리고 젊은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예상치 못한 소리에 긴장하여 귀 기울이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답고 청아해 난 감동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사가 끝났어도 난 그 여운을 좀 더 간직하고자 한참을
최근에 가장 뜨거운 치과계 이슈는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의 고지 및 설명 의무 이외에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항목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와 비급여 항목과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이 포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6년 의료법 개정공포를 통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장에 도입되는 새로운 의료기술(치료법, 검사법 등 의료행위)은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국민에게 사용되어 지기 전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그 기술이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의(과)학 문헌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 평가하여 제도권 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가 만들어졌고,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한 새로운 의료기술을 이용하여 환자 진료를 보고 의료인이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로 돈을 받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신의료기술’로 등재되고 나서야 비급여 또는 급여로 인정되어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