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TV로 보았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는 올리비아 핫세는 다시 봐도 역시 천사 같았다. 회갈색의 그 커다랗고 동그란 눈이 올려다 볼 때면 그만 이 쪽은 무슨 일이든 부탁 받은 대로 다 해 주고만 싶어질 것 같았다. 이 영화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는 덕분에 그만 줄리엣의 화신이 되어 버려서, 훗날 모든 줄리엣 역할의 배우는 올리비아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겨루어야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한 송이 장미가 피고 지듯이/젊음도 미모도 곧 시들고/한 때의 사랑이 왔다가는 사라지지/죽음이 곧 우릴 잠재울 테고/결국 우리 삶을 지배하는 건 큐피드라네… 캐플렛 가의 연회에서 미성의 청년이 ‘젊음이란 무엇인가?’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가면을 쓴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수를 둘러싼 손님들 사이를 돌며 서로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카메라가 어지러울 정도로 같이 돈다. 장미도 젊음도 사랑도 사뭇 속절없이 스러져 간다는 느낌을 실감할 만큼 5분이 넘도록 돌고 또 도는 이 장면은 설령 무덤 속의 셰익스피어가 봤다 해도 틀림없이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원작에 충실한 대사와 청춘의 가장
휴일 어느 날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아주 어릴 때 읽었던 책이 눈에 들어와서 집어들었다. ‘바보 이반’, 러시아의 대표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가 저술한 단편소설인데 세 형제 중에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이반이라는 막내가 위의 형제들은 세상에서는 머리좋게 부와 명예를 얻으며 잘 살아가다가도 악마들에 의해서 파멸의 길로 떨어지지만 오히려 바보같이 우직한 삶의 자세로 인하여 갖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이야기 했었던 것이 기억에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약간은 호기심으로, 또 다른 시각에서는 어떻게 우직하고 멍청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단편이 톨스토이의 다른 여러 단편작품들과 함께 한 책에 수록되어 있었고 그 중 또 다른 한 편의 제목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이 작품은 하나님께 벌을 받느라 사람들의 세계에 내려와서 함께 살아가던 천사 미하일의 시선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결론적으로 우리 사람 안에는 남을 생각하는 사랑이 있고, 안타깝게도 미래의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기원전 458년 아이스퀼로스가 대 디오뉘시아 축제 무대에 올린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은 그리스 비극의 유일한 삼부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삼부작은, 아가멤논을 살해한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살해한 오레스테스가 아테네 여신이 창설한 배심원 재판정에서 무죄 방면되는 과정을 극화했습니다. 아테네 여신의 섭리로 가부장제도가 다시 확립되고 복수의 정의가 문명적인 정의로 진화하는 극적인 순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시민국가 아테나이가 탄생합니다. 이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아가멤논>인데, 이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클뤼타이메스트라입니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왕 튄다레오스와 레다의 딸이고, 아르고스 왕 아가멤논과 결혼하여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크뤼소테미스, 오레스테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를 읽어보면,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불행한 과거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본래 유부녀였지만, 아가멤논이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강제로 그녀와 결혼했다고 합니다(1149-52). 이 사건에 이미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사시 <오뒷세이아>에서 처음으로 클뤼
▶열가소성 근관충전용 가타퍼차의 흐름성 시험법 심의 중임 ▶아말감 - 대용량 수은 표준 삭제(사용 금지)됨 ▶상악동 막 거상기 - 한국이 제안하여 발행된 3번째 국제표준임 ▶고무 및 둥근 칫솔모의 요구사항이 추가됨 ▶치약 및 불소 바니쉬의 불소함량 또는 용출량 시험이 추가됨 ▶치아 미백 후 색조 평가법이 추가될 예정임 ▶임플란트 - 동일 물질인 경우 다른 제품 이라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기로 함 ▶구강 스캐너 - 표준 제정 중임 ▶CAD/CAM - 밀링기 정밀도 시험법 및 Zr Blanks 시험법 표준 제정 중임 금년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 2017년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 총회에서 다루어진 치과의료기기(치과재료, 치과기구, 치과장비, 구강관리용품, 임플란트, 치과CAD/CAM) 중 치과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을 정리합니다. 한국에서 제안하는 국제표준과 시험소간시험(ILT)에 많은 참여와 함께 치과의료기기의 제조, 수입 및 사용에 참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1) 치과 충전 및 수복재료(Dental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 SC 1) ·열가소성 근관충전용 가타퍼차 - 국제
‘고양이 거리’로 유명한 일본의 야나카 긴자, 안타깝게도 나는 그 곳에서 단 한 마리의 고양이만을 만날 수 있었다.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여주인의 발 밑에서 배를 뒤집고 노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 그 마을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 모양 악세서리를 파는 상점이나 고양이 인형을 세워둔 커피숍 정도였다. 그래도 운이 좋아 그 혼잡한 골목에서 넉살 좋게 낮잠을 자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사진을 찍던 나에게 현지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기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일본 기자와 나는 둘 다 영어가 엉터리라 대화가 통하지 않았는데, 그 기자의 입에서 나온 이 문장만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는 이런 고양이를 커뮤니티 캣(community cat)이라고 불러요.’ 이 ‘커뮤니티 캣’이라는 말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길고양이나 야생고양이를 지칭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직역을 하자면, ‘지역 고양이’, ‘마을 고양이’ 정도 될 것 같다. 어릴 적에 시골 우리 집에 드나들던 뚱뚱한 노란 고양이가 있었다. 녀석이 굼불을
밤이면 환하게 조명이 켜진 메이지 진구 구장이 어스름한 숲속에 불시착한 UFO처럼 동그랗게 내다보이는 숙소여서 이번엔 직접 구장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진구 구장 외야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가끔씩 날아오는 장타들을 바라보던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하루키를 흉내 내어 동경에 갈 때마다 가긴 가지만 사실 내게 그런 결심이란 생겨도 고민이고 안 생기면 답답할 뿐, 그저 거기서 야구가 계속된다면 아직 내 속의 무언가가 완전히 막이 내린 것은 아니라는 증거쯤으로 우겨보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루는 짱구가 뛰어 놀 것 같은 유치원 담벼락에 사람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나팔꽃이 가득 피어있는 미나미 아오야마의 골목길을 걷다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동경주부들 틈에 끼어 핫케익을 먹었다. 옆 테이블의 수다라 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니 생각할 것도 없고 단지 좀 시끄러울 뿐이다. ‘난 빠질테다.’ 라는 이 Detachment의 경지야 말로 여행이 주는 묘미겠다. 해야 할 말이라면 분명하게 말하겠지만(Commitment), 굳이 내가 끼어 들 주제가 아니라면 빠져 있겠노라는 입장을 무척이나 나이스하게 표현하는 작가 하루키는 한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애국자인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남긴 명언의 본 뜻은 과학자로서 뛰어난 발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함축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의사에게 국경은 있는가? 언어적 장벽만 해결된다면 치과의사에게 국경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치과의사에게 진정 세상은 넓고 일할 곳은 많은가? 치과의사 과잉 배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시급하고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치과의사 공급과잉 문제는 1987년 네델란드의 대책을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네델란드는 1987년 5개의 치과대학중에서 3개를 전격적으로 폐교하였다. 그 이유는 네델란드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본국이 아닌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구가 1700여만 명인 네델란드에 3개의 치과대학이 있다. 정원을 줄이는데 개교한지 백년이 넘은 위트레흐트(Utrecht) 치과대학도 열외가 아니었기에 충격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줄어든 정원만큼 약학대학에 보상을 해 주었다는 말은 미소를 짓게 하는 반전이었다. 치과의
이번 칼럼은 “그리스 비극 무대 위 여주인공들”이란 주제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서 신화 속 여성 인물이 비극 작품에서 어떤 비극 주인공으로 형상화되는지, 그리고 남녀의 갈등으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디오니소스신을 찬양하는 축제가 열렸는데, 이 축제에서 비극은 단 한 번 공연할 목적으로 무대에 올랐던 공연예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비극은 오늘날까지도 고전으로 두루 읽혀지는 문학이 되었죠.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함께 고전의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오이디푸스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 아니 범죄를 발견하는 과정과, 고의로 한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스스로를 징벌하는 행위에서, 운명과 자유의지의 극적인 긴장과 합일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운명과 자유의지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가 형상화되어 있기에 그리스 비극이 고전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또 다른 보편적인 주제들로는 신과 인간의 관계, 복수의 정의, 인륜과 법률의 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진료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017(International Federation of Esthetic Dentistry 2017) 즉, 우리나라의 대한심미치과학회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심미치과학회의 2017년도 meeting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는 세계각국을 대표하는 각국의 공인된 심미치과학회가 소속된 국제 모임으로 이년 마다 개최되는 IFED meeting은 명실공히 현재의 심미치과학을 대표하는 전세계적인 가장 큰 학술모임이자 심미치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가장 큰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번 IFED meeting은 대한심미치과학회와 오랜 기간 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심미치과학회(JAED)가 주최하게 되어 일본의 유명한 관광도시인 도야마에서 열리게 되었다. 대한심미치과학회의 임영준 회장, 김명진 고문(크리스탈치과의원)을 포함한 총 9명의 심미치과학회 이사진과 함께 9월 14일부터 9월 17일까지의 4일간 일정으로 이번 IFED meeting에 참여하게 되었다. 필자는 포스트 세션에 제출했던 연구 논문이 수락되어 4일간의 meet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책을 많이 구입하게 되면서 늘 보관할 장소가 문제였습니다. 서재와 책꽂이가 차고 일부는 구석에 쌓아 놓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보지 않을 책들을 모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많은 책들을 기부했습니다. 지금도 일정한 수준의 책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기부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저는 가끔 어떤 책이 ‘살아남아’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살아남은 책들은 적어도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제가 생각했던 것이었으니까요. 남아 있는 책을 펼치면서 그 책을 읽었던 때를 곱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가끔 있는 호사스러운 시간입니다. 얼마 전 꽤 오랜 시간 살아있어 누가 봐도 헌책이 되어버린 카프카의 <변신>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종이가 접혀 있었습니다. 그 페이지를 훑어보았습니다. 밑줄이 그어 있지 않아서 도대체 왜 접어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분명 뭔가가 있었기 때문에 접어놓았을 텐데. 그 책을 읽
평생 서울 사람으로만 살아오다가 서울을 떠나온 지 어느덧 3년째. 어쩌다보니 세 군데의 지역과 인연이 닿아 각기 다른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의 귀향을 앞두고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처음 일하게 되었던 진도부터 충주를 거쳐 청주까지. 진도군은 3만 2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지역이고, 충주시는 21만명 인구의 중간 규모의 지역이며, 청주시 인구는 현재 85만명으로 비교적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이 세 지역은 인구로만 간략히 비교해봐도 특색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경험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처음 생활했던 진도는 섬이지만 1984년 진도대교 완공 이후 육로로 왕복이 가능한 연륙도이다.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가장 먼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남도에 위치한 지역답게 음식의 재료가 신선하고, 맛집이 많은 편이다. 한번은 서울에서 찾아온 지인이 함께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이 급하다고 길가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찾아들어간 적이 있다. 국물만 있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에 들어간 집이었는데, 한 입 맛을 본 후에 그곳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