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자들이 우주의 궁극적 구성요소를 알아냄으로써 우주의 온갖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듯이,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의사들은 인체의 구성요소를 알아냄으로써 이 요소들로 질병이나 건강을 설명하려 했다. 이러한 경향은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의사들 사이에서 큰 흐름을 형성했다. 그런데 그들 중 이런 흐름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의사도 있어 주목된다. <전통 의학에 관하여>의 저자는 인체의 구성요소로 한두 가지를 ‘가정’하고서 그것을 의학적 이론들의 기초로 삼는 의사들을 비판한다. 다시 말해 그는 온, 냉, 건, 습 중 한두 가지를 질병의 원인으로 가정하는 의사들을 비판한다. 이는 곧 철학적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며 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는 특히 철학의 영향으로 의학 쪽에 도입된 가정의 방법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방법으로는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도 새로운 발견들을 이루어낼 수도 없다고 그는 단언하고, 의학에서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경험적인 시행착오의 방법이야말로 의학의 올바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경험적 방법을 의학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의학과 철학을 분리하고자 한 것은 그 나름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의사와 철학자는 주된 관심에서 차이
“옛 말에, 서산에 해가 기울면 노을이 더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 때 오히려 귤향기가 좋아진다잖아… 사람은 만년에 정신을 백 배 천 배 더 가다듬어야 해… .” 모학회 학술대회장 연자준비실에서 뵈었던 선배님의 또박또박하시던 音聲이 지금도 제 귓가에 생생하게 울립니다. 아흔 다섯 平生, 大韓民國 치과계의 젊은이들에겐 젊은 치과의사로서의 正義로운 覇氣와 熱情을, 중년의 우리들에겐 중년치과의사로서의 堅實한 너그러움과 犧牲을, 장년의 선배들에겐 장년치과의사로서의 아름다운 姿勢와 주어진 소명을 마무리하는 본보기를 내내 보여주신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저희들의 허전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表現해야할 지 도무지 낯설기만 합니다. 저희들 모두가 선배님을 뵐 때 마다, 원래 여기에 이렇게 계시고 언제까지나 저희 곁을 그렇게 지켜주실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지금도 저 만치서 저벅저벅 걸어오시며, ‘잘 지냈어요?’ 하며 잔잔한 미소로 손을 내미실 것 같습니다. 1947년 서울치대를 卒業하시고, 1967년 연세치대를 設立하시던 당시의 回顧와 1972년부터 1992년까지의 보철학회장, 서치회장, 대치협회장, 아시아태평양치과연맹(APDC)회장의 길을 걸으며 겪어오셨던 激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자./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白居易의 <술잔을 들며>에 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로돌포가 떠오르니 신기하다. 유일한 재산인 詩心마저 미미의 두 눈동자에게 도둑맞아 이젠 빈털터리지만 상관없다며, 탁월함이 작은 풍요조차 보장해 주지 못하는 삶의 아이러니쯤엔 아랑곳 않고 그대의 찬 손과 아름다운 눈동자를 칭송하느라 여념이 없는 싱그러운 세레나데.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눈부신 금자탑을 쌓은 라보엠이지만, 대체로 풍만한 타입인 일류 소프라노들이 폐를 앓고 손이 찬 미미 역에 영 어색해 관객의 몰입이 어렵다는 웃지 못 할 얘기들도 꾸준히 있었다. 차가운 손이란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Hot Hand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비평에 따르면, 보살펴 주고픈 대상의 손을 잡았을 때엔 (실제체온과는 무관하게) 차갑고 또 애처롭다고 느낀다고 한다. 역시 리추얼의 정점엔 감각의 제국이 우뚝 솟아 있군요. (군 통속어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사수란 단어의 수 자도 후임을 보살피는 손이란 뜻
포스트비주얼(post visual)의 시대. 환자의 신체와 더불어 심리까지 어루만져야 하는 치과병의원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알토란같은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은 잘 쓴 안내서 10장 보다 전달력과 설득력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소통’의 다른 이름입니다. 노경만 한줄정보디자이너는 치과에 근무하면서 번뜩이는 기획과 좋은 디자인으로 치과인과 환자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출발해 디자인으로 맺는 ‘소통의 결실’을 노경만 디자이너가 공개합니다. “인문학적 사고”, “디자인씽킹”. 비즈니스 계에서 주목되는 이슈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함을 강조하던 시대가, 고객의 마음과 가치 속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찾는 시대로 연결됐습니다. 치과 계에 적용한다면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차별화를 갖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치과 역시 새로운 생각과 표현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고 우리 치과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농사법을 알고 싶다면 농사를 지어봐야 하고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기획-디자인을 해보면 실마리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이처럼 노래는 이야기다. 어떤 노랫말은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고, 사람을 위로도 해준다. 대중가요 ‘연극이 끝난 후’에는 이런 음악의 묘미가 잘 담겨있다. 이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 건 배우와 치의가 서로의 맥이 닿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진료가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치과에 남아 환하게 켜진 모니터를 보면서 칼럼을 써 보았다. 글도 잘 써지고 자기성찰의 시간도 가지니 좋다. 배우의 관점으로 써진 노래를 치의로 바꾸어 개사해보니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치의는 배우다. “진료가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치과에 남아 조명이 꺼진 체어를 본적이 있나요? 치과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체어도 이젠 다 멈춘 채 치과에는 원장만이 남아있죠 복기만이 실마리 찾죠. 치의는 가운 명찰 차고 설명하고 열진해 불빛은 환자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치과에는 후회만이 남아있죠 아쉬움이 생기고 있죠.” 이번 그림도 영국 화가 Robert Dighton(1752-1814)의 그림을 기초로 하여, 약사이자 인쇄업자인 William
지난 번 칼럼이 고대 그리스에서 합리적 의학의 탄생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 칼럼은 철학적 의학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전집의 저자들은 합리적인 의학을 확립시키려 했을 뿐 아니라, 자연철학의 연구 방법이나 결과를 의학에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자연철학자들의 우주론에 기초한 의학, 곧 ‘철학적 의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철학적 의학을 했던 이들은 자연철학에서 무엇을 주목해 본 것일까? 자연철학자들은 주로 이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를 탐구하고 이 요소들에 근거해서 자연의 온갖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을 소우주와 같이 생각하는 그들에게 우주의 구성요소는 곧 인체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우주의 구성요소를 알면 인체의 구성요소도 아는 셈이고, 인체의 구성요소를 알면 이 요소들로 질병이나 건강뿐 아니라 인체와 관련된 온갖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자연철학자의 견해였다. 이런 견해에 영향을 받아 철학적 의학을 하던 이들은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히포크라테스 전집 가운데는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용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분과(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해당 분과 중 임플란트 기구(Implant instrument)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13이다. WG 13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독일의 치과의사인 Dr. Engels가 역임하고 있으며, 간사(Secretary) 또한 독일의 산업표준국(DIN)에 Dr. Keller가 수임하고 있다. SC 4 중 WG 13에서 대한민국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며, 이미 2개의 국제표준에 대하여 프로젝트 리더 활동을 수임하여 해당 표준을 제정하였고, 현재 1개의 국제표준에 대한 프로젝트 리더 활동으로 치과용 임플란트 기구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SC 4의 WG 13에서 대한민국이 프로젝트 리더 활동으로 제정하였거나 제정 중인 표준은 다음과 같다. ISO 17937 Dentistry - Osteotome ISO 19490 Dentistry - Sinus membrane elevator ISO/DIS 20569 Dentistry - Trephin
아들이랑 프리미어 리그 골 모음을 보는데, 관중석에 ‘Mind the Gap’이란 손 팻말이 있었다. 별로 안 궁금한 척 담담한 표정으로 나름 괜찮은 말이네 툭 던졌더니 역시나 걸려든 아들은 천일야화 같은 EPL스토리를 풀어 놓는다. 어느새 물으면 짐짓 잘 안 가르쳐 주고, 다 안다고 하면 굳이 더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하는 남자 그 자체가 되어버린 아들에 한동안 아연실색 했었지만, 곧 대책이 섰다. 뭐 이쪽도 내공이 있으니까.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 핫스퍼와 아스날이 북 런던 라이벌인데, 오랫동안 아스날이 절대 우위였지만 올 시즌 토트넘이 리그순위에서 앞섰단다. 한 때 초강팀 이었지만 최근 계속 부진했던 아스날의 팬들이 지역 라이벌인 토트넘 보다는 성적이 좋다는 점을 유일한 위안거리로 여기며 하던 말이 바로 “그렇게 나쁘진 않아. 적어도 토트넘 하고는 승점차가 좀 나지. 그 격차를 명심해! (Mind the Gap!)” 이란다. 오늘 저 팻말은 그러니까 토트넘이 올 시즌 선전하고는 있지만 과거를 통틀어 아스날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는 뜻 정도일 텐데, 북 런던 더비가 100년이 넘은 라이벌전이고 팬들의 충돌을 우려해 반드시 한낮에 열리는 치열함을 감안해 준다 해
탈레스를 비롯해 밀레토스학파 사람들은 지진이나 번개 등과 같은 자연현상을 포세이돈이나 제우스와 같은 신을 끌어들여 설명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그 현상을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사고에 의한 철학의 길을 열었다. 그 후 히포크라테스학파도 질병을 자연적 요소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의학을 탄생시킨다. 이전에는 질병이란 신의 격노에 의해서 생기며 질병의 치료도 결국 신에 달려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 나타난 의술의 전형적 형태는 다음과 같다. 즉 인간의 오만불손에 신이 격노해 인간에게 질병을 보내고, 예언자가 그 격노의 원인을 추정하여 기도나 제의로 신의 격노를 누그러지게 해서 병에서 벗어나게 한다. 히포크라테스학파가 합리적인 의학을 확립할 무렵에 주술적·종교적 의술은 고도로 정교한 방법과 이론을 갖추고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히포크라테스전집 중 한 작품인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의 저자는 주술적·종교적 의술을 행사하는 무리를 거세게 비판한다. 그는 최초로 질병을 신성화한 사람들을 ‘마법사들’, ‘정화꾼들’, ‘사기꾼들’, ‘돌팔이들’이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그들이 질병을 신성화하는 까닭은 “자신들이 아무 것도
여름이다. 7월과 8월에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관공서나 회사는 8월 첫째 주 전후로 여름휴가를 활용케 한다. 그보다 조금 늦은 8월 15일 광복절 휴일을 이용해서 여름휴가를 길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열대야에 무더운 여름, 피서지의 인파와 바가지 상술에 내 몸을 맡기느니 치과 에어컨과 함께 보내는 여름이 한결 편안했다. 광복절은 나라가 일제의 지배에서 독립한 날이지만 열대야에서 독립하는 시기인 듯도 하다. 광복절 전후가 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이래서 무더위로 부터의 독립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3·1 운동 이후 우리나라 독립 운동가들은 하나의 나라로서 온전한 독립을 주장한 단체와 일제의 지배이긴 하지만 자치권을 부여 받자는 단체로 나뉘게 되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당연히 독립을 해서 나라를 찾았어야지 자치권이 웬말이냐는 소리를 할 것이다. 그만큼 독립은 중요하고 소중한 단어이다. 독립(獨立)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ㆍ타국가 등에 의해 지배되거나 종속적인 입장에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공공의 딜레마’란 것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지만 막상 이용할 일은 적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경찰, 소방관, 의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막상 범죄든 화재든 질병이든 발생하지 않을수록 좋은 일이다. 의료계는 아픈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보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초기에 진료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국민들에 필요한 기본적인 치료에 대한 보험정책은 저수가 정책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적정 진료비는 보험으로 편입될 때마다 항상 더 낮게 책정되곤 한다. 보험수가는 의료계가 양보하는 대신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합의된 것이다. 또한 수가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용역 결과와 가입자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저가 진료비가 진리인 양 호도하는 것은 오랜 조사를 거쳐 신중히 결정한 국가 기관들을 비하하고 정당한 비용으로 양질의 진료를 수행하는 다른 동료치의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가격만으로 의료를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환자는 기계가 아니며 의료인은 기술자가 아니다. 모든 환자마다 상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