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경영정책위원회가 치의신보·치의신보TV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위기 및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칼럼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치과경영 및 치과의료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 위로와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황 헌 작가 34년간 MBC 기자, 뉴스 앵커, 파리 특파원, 100분토론 진행 등으로 방송 기자 경력을 쌓았고, 현재는 와인채널 유튜브 진행 및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등 인문학 관련 글을 쓰는 작가이다. 필자는 느림의 철학을 존중한다. 게으름과 느리게 사는 건 다르다. 부지런하면서도 느리게 살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실없이 분주하기만 해선 시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피에르 쌍소는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철학 교수이다. 그가 수년 전에 쓴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는 필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책 가운데 한 권이다. 쌍소는 느림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임을 강조했다. 성격 급한 사람은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마저 허둥대듯 서두른다. 반대로 느긋한 사람은 템포 자체를 느리게 잡는다. 느리게 사는 철학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의 우선 수단으로 포털 사이트, 구글 검색보다 유튜브 검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유튜브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치과의사들도 자신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중이 관심을 끌만한 치과, 구강건강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컨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치과의사가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주제가 구강관리용품의 사용법과 구강관리방법일 것이다. 한 예로 유튜브에서 칫솔질을 검색하면, 치과의사가 올린 조회수 10만 이상의 여러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예비치과의사들에게 구강관리용품의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활용에 대해 교육하는 입장에서 치과의사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의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데, 유익한 내용들이 다수이지만, 최신의 학술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의 언급 없이 개인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거나, 자신의 소홀한 구강관리습관을 가볍게 합리화하는 듯한 모습에서, 대중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이번 학기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예방치과학 강의 및 실습 강좌를 운영하였다. 주요 내용에 구강관리용품의 이해와 올바른 활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본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이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얼마 전 내게 아주 재미있는 기회가 생겼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Universiti Sains Malaysia(이하 USM)의 치과대학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USM에서 주최하는 여러 국가(말레이시아, 영국, 한국, 일본, 호주)의 보건 계열(의학, 치의학, 보건)을 소개하는 웨비나(webinar)에 내가 한국 치과대학 대표로서 speaker가 된 것이다. 무려 900명 가까이 되는 참여자들 앞에서 한국 치과대학을 대표하여 발표를 해야한다는 것이 상당한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더해 40분 동안 영어 발표라니! 한국어로도 해본 적 없는 그런 발표를 영어로 해야한다는 게 끝까지 포기할까, 말까 시험에 들게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해냈고,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이 웨비나를 통해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았다. 첫째,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한국에 갖는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 대학생들이 즐겨하는 것이라면 그 친구들도 모두 알고있었다. 아이돌은 내가 더 모르는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절반 이상이었고, 웨비나가 끝난 이후에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는데 한국어로 보낸 분들도 많았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나이가 들면서 불면증이 생겼습니다. 시간을 놓치면 쉽게 잠이 들지 않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누우면 바로 잠이 드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은 주로 가볍고 부담스러운 내용이 아닌 것이 좋습니다. 무거운 주제로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은 제대로 각성하지 않고 읽으면 그 내용이 제대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지루한 책을 읽어야 잠이 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잠을 청하는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죠. 시간이 아까우니까요. 한때 저는 소설책을 주로 잠들기 전에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소설과 비슷한 내용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불면증을 만들어서 밤새 책을 읽던 시절이었습니다. 첫사랑 연애를 시작했을 때에는 책에서 멋진 글귀를 찾으려고 밤새 연애에 관련된 책을 구석
하루가 다르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물리적 시간은 어리다고 느리게 가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빨리 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규칙 속에서 살고 있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1초는 세슘-133 원자가 특정 조건에서 약 91억 번 진동하는 시간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물리적 시간은 같게 주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Adrian Bejan 교수는 뇌 안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정보처리 속도를 원인으로 설명을 한다. 어렸을 때의 뇌는 정보처리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세상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고 기억으로 남기지만, 세월과 함께 신경망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지면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가 더 길어지고 신호전달 경로의 활력이 떨어져 신호의 흐름이 둔해지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적인 일들은 정보처리 속도를 위해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고 한다. 뇌의 정보전달 속도를 높여 더 많은 기억을 하게 하고 생물학적 시간을 느리게 하는 방법으로 거론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카페
얼마 전 지인 분이 쓴 신간 ‘자기 인생의 각본을 써라’라는 책을 읽는데 내용 중 오랫동안 마라톤을 뛰는 분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었습니다. 저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마라톤을 해오고 있는 그에게 “너는 그렇게 20년이 넘게 한결같이 뛰어왔으니 이젠 몸에 배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겠네?”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대답하기를 “천만에! 지금도 뛰어야 하는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고 수백 번을 고민해. 그러다가 운동화를 딱 신고 발걸음을 내딛으면 그때부터는 가슴이 뛰어.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제일 힘든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 글을 읽는데 ‘어떻게 이렇게 산에 오르는 것과 똑같지?’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지난 16년간 휴일이면 어김없이 청계산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이불 속에서 항상 빠짐없이 ‘내가 오늘 산에 왜 꼭 가야하지?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데 억지로 가면 건강에 더 나쁜 것 아닐까?’등등의 유혹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그런데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5분도 안되어서 숨이 살짝 가빠지면서 ‘정말 오길 잘했다’라고 마음이 바뀝니다. 현실적으로 주위에는 산을 즐기는 분들보다 산에 오르지 않고, 심지어는 과거의
작년 초인 2020년 1월, 동기들과 동남아 여행을 준비하던 나는 비행기가 취소되고 나서야 코로나19(COVID-19)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많이 고대하던 여행을 못가게 되어 무료해진 나는 본가에 있기보다는 동기들과 마지막 예과 방학을 즐기고 싶어 개강 3주 미리 대구에서 강릉으로 이동하였다. 개강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을 때 개강 2주 연기 소식을 들었고, 다시 2주 후 이번 학기가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몇몇 실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업과 시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동기들과는 물론 선·후배간의 교류도 단절되었다. 매년 ‘전국치과대학(원)생 축제(이하 전치제)’를 준비하며 동아리별로 선후배간의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았었는데, 코로나19의 악화로 행사 취소는 물론 동아리 활동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활발하던 학교생활이 그리웠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올해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전국치과대학(원)생연합(이하 전치련)의 의장으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19가 금방 종식 될 것이라 생각해 강릉원주대학교에서 1년 더 의장 역할을 하고 주최를 맡기로 했지만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입니다. 치과의사도 의료인으로서 먼저 백신을 맞은 편에 속하고,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제 곧 2차 백신을 맞을 예정이고, 빨리 백신을 맞아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의료인 또는 관계자라고 해서 꼭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건지, 그래서 내가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지능이 풀어내던 문제들을 기계가 해결할 수 있는 현상을 지칭한다. 임상을 하는 치과의사들의 경우 AI라 하면 병의원 관리, 진료실 네트워크, 환자정보와 가상치료, 음성인식, 각종 측정 기구, IT기반의 진단, IT기반의 임플란트 계획과 셋팅, 수술가이드, 교정치료, CAD/CAM, 3D-시스템, 의료영상 시스템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의료기관을 넘어서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스케일에서의 AI 활용은 앞에 열거된 내용과 약간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우리 사회와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보건분야에서 AI 적용은, 건강 자료들이 점점 디지털화 되고 있고 현 시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AI 기반의 알고리즘이 빠르게 개발되고 향상되는 속도를 보면, 질병의 초기 진단을 쉽고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어 최고의 의학적 판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과거 역사적 위기 상황들에서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해냈던 백신이나 항생제 등의 사례들과 같이, AI의 활용으로 전 세계 인류가 적정가격에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정부나 세계의료단체들이 거는 이유가 여기 있다. AI라는 용어
지난 번에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칼럼을 쓴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가족의 문제도 있었고, 기대했던 개인적인 일도 끝내 안되면서 어떤 회의감이라기보다 무기력함이 지난 한달을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거기에 대한 고민에서 쓰는 글입니다.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 나지 않고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느낌들에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은 느낌들이 저를 지배하였습니다. 알아보니 우울증이 아니라 번아웃 증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꾸역꾸역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쉴 때 잘 쉬어야 에너지를 얻고 일을 할 때 더 능동적으로 할 수가 있는데, 번아웃에 빠지면 쉬는 것이든 일이든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하기 싫어집니다. 우리는 일을 안하는 것을 쉬는 것과 동의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제대로 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정말로 기뻐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쉬는 것인데, 한국 사회에서 가정을 둔 부모들의 경우 꾸역꾸역 일과 가정을 다 챙기며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을 안하면 쉬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스마트폰에서 배터리가 계속 나가듯이 몸이 방전되는 것입니다. 나름 일과
1987년 2월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서울에 홀로 대학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왔다. 입학식에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친구가 혹시 치의예과 신입생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본인도 같은 학과 신입생이라고 잘 지내보자고 했다. 물론 고등학교 동기가 27명이 서울대에 같이 입학을 하여 친하게 지낼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과대학은 혼자여서 잘되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 친구는 브니엘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부산의 동아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하나 더 섭외하고 학습동아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나중에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는 미적분학과 물리학 학습 동아리가 되어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런데 그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화 투쟁이 터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시위를 위해 거리를 헤매일 때, 우리는 도서관에 있었다. 1학기 기말고사를 학과 차원에서 거부하기로 하고 시험장 입구를 일부 학생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나는 그 와중에 시험을 보러 들어갔다. 나중에 치과교정학을 전공한 친구가 입구에서 나에게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친구들을 어떻게 보려고 이렇게 하느냐?” 사실 부친이 사업에 망하고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