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리가 라면 끓이는 것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요리하는 일은 번거롭다. 새로운 요리법을 확인하고 음식 재료를 사다가 손질해 요리해 음식을 먹는 것까진 괜찮은데,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와 또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수 끓여 먹는 라면보다는 남이 끓여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 채소를 즐겨 먹는다. 싱싱한 상추쌈과 고기 중에 하나를 골라 먹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상추를 고를 것이다. 그래서 명절 밥상에 LA갈비가 올라오면 한두 점 집어먹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갈비를 집에서 직접 요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에 들었던 한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퇴근 후 타이어전문점에 들렀다. 군산까지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뒷바퀴 마모가 심해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작은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추석엔 고향에 내려오지 말고 집에서 그냥 쉬어.” “안 내려가면 고생 안 하고 나야 좋긴 한데… 알았어요. 형. 어머니하고 통화해볼게요.”라고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설 연휴 때는 우리 가족만 베트남 여행 간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 캡슐형 치과용 아말감만 사용 가능 ○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수은유통 저감화를 위해 2020년 1월 1일부터 치과용 아말감은 캡슐형만 사용이 가능하게 하고, 분말ㆍ정제형은 유통 및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료재료 급여·비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에서 분말ㆍ정제형 아말감 품목을 삭제하여 급여청구를 못하게 되었다. ○ 이는 2017년 8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12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수은협약’에서 잉여수은 발생 방지 등 수은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캡슐형 치과용 아말감 사용을 권고한데서 기인한다. ○ 현재 치과용 아말감과 관련된 국제 표준은 ISO 24234:2015 Dentistry-Dental amalgam과 ISO 20749:2017 Dentistry-Pre-capsulated dental amalgam 두 가지가 있다. ISO 24234:2015
요즘 본의 아니게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정부 기관의 실무 담당자들을 만나 회의를 할 때가 있다. 치과 진료제도 개선에 관하여 이야기를 할 때, 말미에 필자가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이다. 쉽지 않은 진료를 잘 해온 치과의사에게 ‘상’을 주는 게-예를 들면 해당 수가의 인상과 같은- 시술한 치과의사들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요청을 하면, 그 자리에 배석한 정부 기관의 배석자들 다수가 난감함을 표시한다. 그 분들과의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또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나이든 위원 한 명(필자) 때문에 회의가 늦게 끝날 것 같기도 하여, 치과의사들에게 피해만 없도록 하는 선에서 확인을 하고 자리를 빠져 나오곤 한다. 우리는 정부기관과 대화 시, ‘상’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추진’이나 ‘치의학산업연구단지 설립 추진’과 같은 일이 성사가 된다면, 아마도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을 주는 셈이 될 것이다. 현재 이 정부의 ‘치과의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러한 ‘당연한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지는 의문이 되면서도, 이런 사업이 모든 회원들의 입
엊그제 수많은 국내외 많은 뉴스들 사이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진료 불만’ 치과의사 폭행, 얼굴뼈 부러지고 뇌출혈, 경찰, 치과의사 폭행한 30대 입건, ‘임플란트 후유증 갈등’ “또 터졌구나...” 마음속에 갑갑함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해마다 병의원 내 폭행사건이 늘어나고 있으며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상해·폭행·협박 사건은 총 2223건이었고, 특히 폭행의 경우 2015년 발생 건수의 2배에 가까운 1651건이 발생하였다는 이전의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경위야 당사자 분들 아니면 누가 100%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마는,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도, 환자분들도 평안한 마음이 아닌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지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1년 전, 우리 모두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던 마음들이 이제는 도대체 언제까지? 라는 마음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막연한 불안감과 예민함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서 말이지요. 다른 직종은 재택근무라는 변형
치과 양도양수와 관련된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과 가치평가의 기준이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치과 가치평가는 왜 필요하며, 합리적인 가치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칼럼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서울에 위치한 ㅇㅇ치과의 두 원장은 연 매출 30억이 넘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둘은 10년 넘게 동업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서로 감정이 극에 치달아 결국 병원을 나누기로 결정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좋은 마음으로 개원을 하고, 동업을 시작했지만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원장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병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였다. 소송을 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기준이 불명확했다. 매출로만 나누기에는 병원에 들어갔던 유.무형 자산들의 목록이 너무 많았다. 또한 병원에서 발생하는 수익구조인 영업권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 나눠야 할지 기준이 없었다. 가치평가는 이처럼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필요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로 지분분할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지분을 참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판교의 한 치과원장은 매출이 증가하자 페이닥터가 아닌 지분을 나눠 공동 운영할 의
우스개 소리로 먼저 시작해 본다. 필자가 공중보건의 시절, 보건지소 옆 철공소 사장님께서 치료 받으러 오셨는데 ‘선생님! 이가 썩어 빵꾸가 났는데 용접 좀 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셔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때워주세요!’, ‘땜빵해 주세요!’, 라는 얘기는 종종 들어 낯설지 않았지만, 용접이라니...ㅎ 용접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 solding이나 welding을 한국말로 풀어서 쓰면 용접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용접을 할 때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색과 냄새 또한 동일하지 않은가? 철공소 사장님이 용접이라고 표현하신 아말감충전 또한 무색 무취한 수은증기가 나오니 유해한 연기와 증기를 작업 중에 들이마시는 것을 보면 철공소와 치과가 매 한가지다. 철공소 앞을 지나갈 때면 그라인더와 디스크로 철물 자르는 굉음에 귀를 막고,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피하느라 한걸음 뒤로 물러서 돌아가게 되고, 쇠를 깎아내는 매캐한 냄새를 쫓느라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벗어나 버린다. 치과진료실에서는 크라운을 깎아내고, 덴쳐 프레임을 깎아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에게는 철공소의 소음이나 불꽃들이 낯설지는 않다. 또한 치아를 삭제하고, 의치상을 삭제하면서 어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치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시는 치과위생사 선생님을 보면서 치과위생사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원하던 학과에 입학해서인지 전공 공부가 저에겐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말씀을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고, 필기를 습관화하면서 수업을 들으니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에도 어려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고시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데 코로나도 겹쳐 학교 수업에도 문제가 생겼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7월부터 독서실을 다니며 국가고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포기하는 과목 없이 전 교과목을 전체적으로 복습하고 국가시험을 치러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 달 목표로 일주일에 교과서 2권을 정독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하루마다 해야 할 분량을 정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교시에 치러지는 치아 형태학, 두경부 해부학, 구강조직학, 구강병리학 등 순서대로 복습해 나갔고, 처음부터 외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천천히 읽고 교과서 내용을 이해한 후에 중요한 부분을 암기했습니다. 한 권씩 끝날 때마다 문제집을 풀면서 틀린 문제는 보기 하나씩 체크하면서 왜 틀렸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저
치주질환과 치아우식증이 2019년 외래 다빈도 질환과 국가 의료비 부담에서 각각 1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치과 양대(兩大) 질환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 부담은 국가구강검진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보아야 할 시점임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국민 구강건강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제도에는 학생구강검진(초 1~6, 중 1, 고 1 대상, 교육청), 국가구강검진(19세 이상 모든 국민 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민건강영양조사 내 구강검진 및 설문조사(전 연령 대상, 질병관리청) 등이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시행해오고 있는 학생구강검진과 시행 후 11년이 지난 국가구강검진은 지금까지도 처음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5년마다 수립되는 3차 국가건강증진 종합계획(2021-2025년, 보건복지부) 어디에도 국가구강검진에 대한 종합계획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필자는 치과질환의 높은 유병율과 의료비 부담에 이어 곧 닥쳐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실효적(實效的)이면서도 종합적(綜合的)인 평생 국가구강검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 국가구강검진에 치과 파노라마 항목 도입 시급 먼저 진정한 의미의 국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제게는 외조부께서 돌아가신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임종이 좋을 이유가 있겠습니까마는, 많은 분이 ‘호상’이라 표현하는 죽음이었습니다. 아마 자손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구순에 이르러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병치레가 거의 없으셨고, 무엇보다 입원 이후에도 짧은 기간 병시중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한 상황에서 자녀들이 임종을 지킬 수 있었기에 더욱이 그 마지막이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할아버지는 엄청난 고집쟁이였습니다. 한번 고집을 부리시면 어떤 말로 만류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는데, 특히나 젊음을 되찾는 일에 더 각별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젊음의 묘약을 종류별로 사 모으는 것은 기본이고, 온갖 광고에 나온 병원을 찾아다니며 굽어진 허리를 똑바로 펴게 해줄 화타를 찾아 헤매기 바빴습니다. 이런 할아버지가 다단계 아주머니들에게는 무척이나 귀한 고객이었겠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시로 호통을 쳐대는 진상 환자에 불과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뵈던 날도 제게 “병원 원장에게 가서, 나 모시기를 제 부모 모시듯 하라고 전해라.” 고 유언을 남기실 정도였으니까요. 한
치과 양도양수와 관련된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과 가치평가의 기준이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치과 가치평가는 왜 필요하며, 합리적인 가치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칼럼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수년전부터 베이비부머 초기 시대의 치과의사들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병원을 통째로 양도하거나 아니면 후배들에게 지분을 참여시켜서 동업형태로 치과를 운영하는 경우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때에 우리 병원의 가치를 얼마로 산정하여 사고 팔 것인지? 또는 얼마를 받고 지분을 참여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통 치과를 통째로 사고파는 사업 양수도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매매되는 가격’ 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 없다. 치과의 가치를 산정한다는 것은 평가방식에 따라서 가격산정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양자의 입장을 조율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 이유는 치과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식별 가능한 시설장치(인테리어), 의료기기, 집기비품, 의약품 등의 유형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한 자리에서 계속 치과를 운영함으로써 그 지역에서 얻은 인지도와 원장의 명성, 환자 정보, 영업상의 노하
춘추 전국시대는 주(周)의 쇠퇴에서 진(秦)의 통일까지 550년간이다(770-221 BC). 봉건제도의 약화로 사회는 극도로 혼란하였으나, 무수한 영웅호걸이 종횡무진 활약한 무대요, 뛰어난 학자가 온갖 사상을 꽃피우고 결실시킨 백가쟁명의 시대였다. 명국에 묘수 없고 묘수는 난국(妙手·亂局)에 나온다는 바둑격언은 과연 명언이다. 문명사회의 묘수란 바로 춘추전국시대 같은 혼란기에 나타나 역사의 흐름을 바꾼 불세출의 영웅과 천재 아닌가? 서구사회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백과사전적 천재가 많았고, 프랑스대혁명 전후 루소로부터 나폴레옹까지 현인과 영웅들이 등장한다. 전제군주의 눈으로 본다면 프랑스대혁명의 시작은 미국 독립전쟁의 ‘모방범죄’였다. 형 미국은 자유민주주의공화국 건설의 외길을 곧장 걸어갔고, 아우 프랑스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유럽 제국에 혁명을 수출하려는 열정과 이에 결사 항전하는 전제군주들의 충돌로, 제3공화국이 서기까지(1870)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따라서 프랑스 혁명의 영웅들은 80여 년에 이르는 부침과 명멸(浮沈·明滅)로 인하여, 잘 잘못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고 국민의 애증도 교차한다. 이에 비하여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