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어른이 되어 생활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웃음’의 횟수가 줄어들고, 언제 웃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 일상이 당연히 여겨지게 된 것 같습니다. 2020년은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 했습니다. 연초부터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면서, 안전을 위해 서로 거리를 두게 되고, 그러면서 잃게 된 평범했던 일상들이 너무나 간절한 소원으로 변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여파를 겪으면서 여러 직종에 종사하던 분들도 힘든 겨울을 맞이하게 된, 지금까지 이런 상실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나 싶은 한 해였습니다. 자연히 힘든 일상 속에서 가뜩이나 적었던 웃음 또한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를 보면서도 예전처럼 에너지를 발휘하기 힘든 악순환에 빠져, 침잠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웃음이 지닌 힘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는 한 선배님은 아침 출근 전에 자가용 안에서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사람 아닐까 싶을 정도로, 1-2분 정도 억지로라도 웃으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형제, 자매, 혹은 남매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손위 피붙이들에게 의지하던 동생들은 형, 누나, 언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여하며 혼자 덩그러니 세상에 남겨지는 듯한, 홀로서기하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집 첫째 졸업식 사진에서 둘째의 세상의 모든 고민을 짊어진 듯한 무거운 표정이란… 나 역시도 새로운 학년에 올라갈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잘 타일렀지만, 형까지 졸업하고 학교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둘째는 그 불안감이 더욱 컸던 것 같고 심지어 학교도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그 때일 뿐, 시간이 지나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둘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다. 성공적인 홀로서기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수많은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100세 시대를 향해가며 나이가 들면서 직업을 바꾸며 변화를 겪는 삶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고, 선천적으로 변화를 좋아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삶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2021년 신축년 새 아침이 밝았다. 사람에게 일 년에 한 번 자신만의 생일이 있듯이, 어떤 단체든 기념일이 있다. 특히 단체명에 ‘대한민국(大韓民國)’이 포함된다면 창립기념일에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가치가 담겨야 할 것이다. 창립기원은 단체에 속한 회원들에게 이정표 역할과,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회원들에게 ‘등대’가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협회) 생일인 협회 창립기원의 뿌리를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대한민국치과의사들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2020년 10월 30일:‘협회 창립일에 대한 공청회’가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열려 1921년, 1925년 측 주장과 협회기원 토론이 있었다 ·2010년 12월 9일: 협회 설립일에 관한 의견합치사항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전신인 ‘조선치과의사회’는 해방 후인 1945년 12월 9일 설립되었으며, 한인치과의사들이 1925년 4월 15일 이후 창립한 ‘한성치과의사회’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땅에 최초로 설립된 전국적인 치과의사단체는 1921년 10월 2일 일본인치과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조선치과의사회’로 한인의 참여는 1930년 이후로 이루어졌고, 1944년 10월 2일 광복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학문 좀 한다는 자들에게 있는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외우기를 빨리하면 그 제주만 믿고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것, 둘째 글재주가 좋은 사람은 속도는 빠르지만 그 글이 부실하며, 셋째 이해가 빠른 사람은 한번 깨친 것을 대충 넘기고 곱씹지 않아 그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름 아니라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에 걸쳐서 부지런함을 강조했다고 해서 이를 ‘삼근계’라고 부릅니다. 부지런하면 학문의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조금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부지런함을 넘어서 ‘빠릿빠릿’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에는 울림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유를 게으름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봐도 게을러 빠졌는데 본인은 막상 여유를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여유는 부지런함이 없는 사람에게는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약 한달 전부터 출퇴근할 때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운동도 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 그렇습니다. 운전을 하게 되면 시간이 지루하니 다시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라디오처럼 듣게 됩니다. 이전에는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관련된 주제를 들었다면 요즘은 철학, 심리학, 정신과와 관련된 주제를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이전 칼럼인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기’에서 나이가 들수록 삶은 평범해진다라고 말씀드렸고, 그 평범함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철학, 심리학, 정신과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나는 어떠한 존재고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입니다. 동양적인 문화권에 있는 우리나라는 이 ‘나’라는 존재가 귀히 여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우리나라는 ‘나’보다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심지어 아내를 지칭할 때도 ‘우리 와이프’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our wife’가 되는데 되게 이상한 표현이 되어버린다고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는 ‘나’라는 존재는 매우 존귀하게
코로나로 인해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던 것들이 대부분 제한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높은 수준의 인터넷 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감사히 여기며,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요즘 즐겨보는 것은 ‘삼국지(三國志)’의 장편 드라마 버전인데, 어릴 적부터 추천 도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10권 정도 되는 분량이라 항상 ‘도원결의(桃園結義)’ 정도까지 보다가 그만두곤 했던 작품이다. 지금은 치과의사 국가고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 신분으로 공부만 빼면 모든 것들이 재밌어 보이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한 편씩 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해보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하루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나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퀸스갬빗(The Queen’s Gambit, 2020)’이라는 드라마를 한 편 본다. 1950-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약간은 빛이 바랜 듯한 영상미와 함께 ‘체스(chess)’라는 특별한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다. 내용도 내용대로 재미있지만,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에
2000년 1월 1일자 ‘치의신보’ 제 11면에 게재된 본인의 시론 ‘새 천년의 지평에서’를 회고한다. “세기의 기원이 비록 종교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뿐이고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할지라도 또 한 세기는 오늘부터 새로이 열렸다.....이토록 과학화되고 정보화된 미래의 모습에서 우리는 홀연히 피어나는 새로운 진리와 이성의 실체를 본다.....개개인의 도덕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진실한 사랑과 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며 희망과 열정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 진정한 인본주의 시대를 여는 일, 즉 ‘테크노 휴머니즘’의 실현이야 말로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기대와 우려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새 천년의 여명은 밝았다.” 그 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만 21년의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갔다. 새로운 세기에 걸었던 기대와 신비로움은 예기치 못했던 온갖 사회적 소용돌이의 굴레에 갇히고 크고 작은 우려들만 더욱 부각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지난날의 인간사는 언제 어디서든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나 성취를 누릴 수 있는 구도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열심히 씨 뿌리고 가꾸어도 ‘거두어 나누리라’가 아니라 ‘나누어 거두리라’가 정답으로
2018년 4월 감기에 걸려서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이다. 로펜정60mg은 록소프로펜 성분의 NSAID고, 써스펜이알서방정은 지금은 상품명이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으로 바뀐 아세트아미노펜이 서서히 방출되는 약제이다. 진통제인 NSAID와 타이레놀이 동시에 처방된 것이다. 당시만해도 당연히 삭감되는 거라 생각했던터라 너무 신기하고 이게 가능한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주변에 정확히 알려주는 분이 없었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 받은 감기약이나 직원들이 받아온 약을 보면 NSAID와 타이레놀 또는 NSAID와 울트라셋 형태의 동시 처방이 많았다. 진통제 2개가 삭감없이 처방된다는 건데, 이걸 알려주는데도 없고, 근거도 못 찾겠고 해서 혼자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궁리하게 된다. 그러다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위 심의사례(아래.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의내용 참조)를 찾게 된다. 무려 2010년에 발표된 자료다.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품명:울트라셋)와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동시처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중증도 이상의 통증에서 작용기전이 다른 진통제 복합 처방을 보험으로 인정하겠다는 발표다. COX-2 억제로 효과를 발휘하는 NSAID,
2015년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의사 수는 2030년에 1,810~2,968명의 공급과잉 현상이 전망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11개 치과대학에서 매년 765.6명의 치과의사가 배출(최근 5개년도 치과의사 국가고시 합격자 수 평균)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약 4년 동안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만큼 공급 과잉이 생긴다는 뜻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져봤을 때 치과의사 수가 과잉공급 되면 치과치료 비용이 낮아질테니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자. 치과진료의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치과의사의 공급이 과잉된다면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어떤 시장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과열된 시장에서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소위 말하는 ‘덤핑’ 현상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덤핑’이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보험진료와 비보험진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진료를 보험진료라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보험진료라고 한다. 대표적인 보험진료에는 구강검진, 발치, 잇몸치료 등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2020년 여름 의사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나, 결국 공공의대 설립은 계획대로 진행될 모양입니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었으니 진행이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일 것 같은데요. 물론, 공공의대와 치과는 당장 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공의대가 한국의 정치와 제도 지형에서 상징하는 바가 있을 텐데, 이것이 치과와 완전히 무관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공공의대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서 곧 ‘비전2030: 모든 사람에게 최적의 구강건강을 제공한다’를 발표한다. 이는 2012년도에 FDI가 발표했던 ‘비전2020: 구강건강의 미래 만들기’에 이어 약 10년만에 만들어진 비전 선언문이다. 비전2020은 전신건강을 위해서는 구강건강이 기본적이고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2012년도에 2020년도의 구강보건이 직면할 여러 분야의 상황을 전망하면서, 회원국들과 소속단체들이 함께 법률적 규제를 고쳐나가고자 하였고 구강보건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점들을 제기하였다. 비전2020에 제시된 FDI의 비전은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보편적인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overage)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며, 마침내 2019년 유엔(UN High-Level Meeting) 정치선언문에 ‘구강건강’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부터 구강건강을 전신건강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다루는 새로운 보건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제가 남았다. 비전2030은 세 가지 방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2030년까지 1. 모든 나라에서 기본적인 구강건강 서비스가 적절한 수준으로 저렴하게 제공되게 하고, 2. 일반의료 체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