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간된 치과의사학회 자료는 치과전담부서가 정부 조직 내에서 거의 명맥만 유지된 채 운영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왜 치과전담부서는 이런 모진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을까? 필자는 초창기 치과대학에서 ‘의과 기초와 치과 임상’이라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수업을 들으면서 치과(齒科)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는 전공의 과정과 대학병원 근무를 거쳐 개업한 상황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고령화시대 협회 이사로 구강정책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치과의 정체성에 기반한 영역 확장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 치과계가 풀어야 할 숙원 과제 해결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치료방법 측면의 근원적인 접근: 치과의료산업 체계의 구축 의과(醫科)가 약물치료 위주의 내과(內科)계에 행위치료 위주의 외과(外科)계가 합쳐져 생명과학(life & science)이 되었다면, 치과(齒科)는 치과 재료 및 장비에 기반한 생체역학적 행위치료 위주의 (구강)외과계에 이들 치료를 돕기 위한 (구강)내과계가 합쳐져 예술과학(a
우리 치과의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서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너무 답답하다고 서로 한탄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병원마다 크기는 모두 다르긴 하겠지만 어느 치과라도 야구장 만하게 드넓은 곳은 없을 것이고, 야외의 공기를 마시면서가 아닌 실내에서 하루 종일의 생활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다르지 않은 현실인 것 같다. 요즘 특별한 드라마적인 극적 주제를 억지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하는 어떤 PD분의 작품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시청자들의 공감대속에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한 동안은 그 후속작들이 만들어져서 우리들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그 중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볼 때에 신기하게도 드라마속의 주인공과 우리 치과의사가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탄탄대로의 인기절정의 프로야구선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잡으려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실수로 죽이게 되면서 살인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같은 방 동기들뿐만 아니라
내 제 1대구치는 모두 어릴 적 아말감으로 치료받았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에 보험으로 치료받은 아말감이다. 진안에서 버스타고 나와 어머니 손잡고 전주시내 치과에서 구개측에 마취주사액이 들어가던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입천장이 얼얼해지던 그때 그 느낌은 내가 환자들에게 구개마취하며 떠올리고 있다. 그 당시 치과치료 보험이 공무원만 가능했다고 한다. 보험으로 아말감 치료 받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치과치료가 비싸던 시절이었으니 아말감 보험은 참으로 큰 혜택이었을 것이다. 비싼 치료비 덕에 또래 친척 하나는 내 이름과 생일, 엄마·아빠 이름, 나이 등등을 모조리 외우고 내가 다니지 않았던 치과에 찾아가 내 신분으로 아말감치료를 받기도 했다. 힘들고 가난한 시절 치과의료보험은 그야말로 큰 혜택이었던 것이다. 공무원만 적용되던 보험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고, 치과의료보험이 이제는 임플란트에 틀니까지 적용된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 레진도 보험이 되기 시작했으니 크라운과 인레이도 머지않아 보험 적용이 될 것이다. 의료와 교육에 불평등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의료와 교육은 평등이라는 기치아래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기 위한 복지다. 복지, 정치다. 치과의사로서
코로나 사태로 집에 박혀있게 되자 휴대폰 보는 시간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2월에는 분명 책도 읽고 운동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9월이 된 지금 스스로를 돌아보면 휴대폰 사용량만 늘었다. 내 휴대폰 사용량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 것은 SNS이다. 애매하게 짧은 시간을 보낼 때 SNS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 때 올라오는 여러 게시물들을 보면 친구들이 재밌게 살아가는 모습도 있지만, 갈등의 장이 되어있는 게시물들도 꽤 보인다. 대표적으로 서로 다른 세대 간 갈등이라든지, 아니면 남녀 갈등 등이 있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댓글창의 사람들은 왜 서로 갈등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갈등의 원인 중 하나와, 이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SNS상 느낀 갈등 중 가장 흔한 유형은 ‘너가 뭔데?’로 시작하는 갈등이었다. 즉, ‘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라는 정서를 기반으로 시작한 갈등이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뭐라도 할 시도를 해야지, 불만만 표출하다니 배가 불렀다’, ‘우리는 ○○을 경험하는데 그런 것도 겪지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언쟁을 심심찮게 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속칭 ‘괴질’을 일으킨 후 몇 달 만에 ‘덴탈마스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덴탈마스크’는 코로나 초기의 마스크 품귀사태를 겪으면서 현재에는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친근하고도 저렴하며 간편한 생활용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기원전 8100년경부터 현재의 형태로 진화하여 왔으며 RNA바이러스 특유의 높은 변이율 덕분에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하고 쉽게 변이가 발생하는 특성을 지닌다. 본래 인간을 주된 공격대상으로 삼는 바이러스는 아니었으나 사방에 밀집되어 분포하는 인간과 동물들이 상호 접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변이과정을 거쳐 종간장벽(種間障壁)을 넘어와 갑작스럽게 인간사회에 대유행을 일으키며 심각한 임상증상을 야기하는 원인균이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ssRNA’와 나선 대칭형 ‘뉴클레오펩시드’로 감싸여진 바이러스다. 생김새가 원 둘레에 방사형으로 빛이 퍼지는 왕관(王冠)이나 광륜(光輪)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 ‘코로나’지만 정식명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코로나19(COVID-19)’이다.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인한 변이가 자주 발생하여 예방
감염병의 위협이 날로 극성입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사회 전반을 물들여가고, 무더위와 습기에 짜증마저 더해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수가 나타날 때까지는 말이지요. 제 경우에는, 4월로부터 한 차례 연기시킨 결혼식을 9월에는 반드시 진행하고자, 예비신부와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좋은 소식을 알리면서도 모실 수 없는 사정을 함께 전하며, 안부를 이어갑니다. 개원가 선배님들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치과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 여겨왔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령 환자들의 신뢰 감소, 직원들과의 불화와 같은 총체적인 어려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어려움은 치과의료계를 포함한 전체 의료계의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을 부지런히 좇아야만 할 텐데, 그 흐름의 방향성을 어찌 읽으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건강관리, 구체적으로는 사람 중심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개인을 건강증진 수행의 주체로 인정하여,
지난 6월 말 연세대학교 본과 3학년 학생들의 ‘치과의료변화의 비판적 이해’ 과목에서 한 학생이 이런 글을 썼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법을 제정해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표와 지지율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식 의사처벌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법과 악용의 여지가 있다.” 7월 23일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첩약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순차적인 파업을 선언했다. 엄정한 법정대응 속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월 30일 자정 무렵 긴급회의를 통해 두 차례 투표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점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명문화못해 준데요. 파업 중단 후 국회에서 다른 법안들 통과시켜 35일 만에 효력이 발생하면, 그 땐 가중처벌도 피할 수 없어요.” 치과대학(원)생들과 전공의사들의 상당수는 90년대 생들이다. 사회적 공정과 개인의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못 박을 법·정책의 변화에 민감하다. 공공의대 설립의 주된 목적은 지역불균형 해소다. 젊은 의사에게 지역이나
21대 국회에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김성주의원 대표발의 2020. 6. 30.)이 발의되었다. 제안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모든 국민이 균질하게 누리고 있지 못하고 의료서비스의 지역격차가 심각하며, 2) 전문과목별 전공의 지원율의 양극화 심화로 내과·외과·소아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의 필수 전문과목에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3) 신종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주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감염병 대응 공공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여 의학전문대학원과 보건대학원 등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연구 체계를 갖추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며, 졸업한 의료인력에 대한 의무복무의 법적근거를 마련해 의료서비스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능력 강화에 필요한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약칭 ‘공공보건의료법’)[시행 2020. 6. 4.] [법률 제6159호, 2000. 1. 12. 제정; 법률 제16727호, 2019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옛날 궁궐은 임금이 거주하는 집의 성격보다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방어용으로 세워진 초소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궁궐의 앞쪽에 대를 높이 쌓고 그 위에 높은 망루를 세운 관(觀)을 설치했습니다. 궁궐의 양쪽에 세워진 이 관은 군사용 전망대의 구실을 했는데, 여기서 바라보면서 주위를 살피는 것을 ‘관망(觀望)한다’라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일이 되어가는 형세를 지켜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지만 유독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성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낡고 높은 이 성에 올라가면 눈에 닿을 듯이 가깝게 강이 흐르는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 질 녘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관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론 멍하게 그저 바라보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지만,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전 세계가 휩싸이며 민간 차원의 해외 활동이 거의 차단되었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지난 16년 동안 거의 매해 오뉴월이면 어김없이 찾아갔던 키르키즈스탄 방문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2004년 선배 안과의사의 권유로 우연히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하였다. 그 과정에서 고려인의 존재와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집단 거주지의 학교에서 고려인 3, 4세대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며칠 사이에 흠뻑 정이 들어 버렸고 아쉬운 이별의 순간에 내년에 또 오겠다고 쉽지 않은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해마다 15~20명의 치과봉사팀을 구성하여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하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은 전체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그 곳에는 우리와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있고, 60~70년대 우리가 자랐던 고향과 거의 똑같은 시골정취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핏줄인 고려인 동포들이 2만여명 거주하고 있다. 그 것이 바로 매해 키르키즈스탄을 찾아가는 이유이다. 고려인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치과의사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할 것 같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치과의사의 위상도 빠르게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십 수 년 전쯤 한창 임플란트 시술이 많아지면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과의료 서비스가 업그레이드 되어 치과의사의 자부심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고급시술로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를 꿈꾸지만 의사들끼리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서로에게 피해가 되면서도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 때문에 정당한 수가도 받지 못하면서 치과의사끼리의 집안싸움으로 전락해버리는 부끄러운 일도 발생했다. 치과의료 서비스가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취급 받아서 될 일인가? 정당한 의료기술료와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욱이 재료비 대비 치료비를 산정하는 언론의 불합리한 잣대에 더해 보험수가보다 낮은 임플란트 치료비 광고와 교묘한 과잉광고나 불법광고로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불신케 하는 슬픈 현실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게 본인과 후배치과의사들을 위한 일일 텐데도 말이다. 박리다매식 낮은 수가로 진료만 하다가 건강을 해치게 되면 얼마나 어리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