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의사소통 목적으로 사용하던 어휘를 다시금 곱씹어 보면, 그 어휘가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는 모교가 그랬다. 나에게 ‘모교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떳떳하게 강릉대학교(2009년 변경된 교명은 강릉원주대학교)라고 대답한다. 전엔 자랑스럽기까지 했는데, 그땐 내가 자랑스러울 게 별로 없던 시절이었고, 이젠 자랑이 미덕이 아님을 안다. 근데 모교란 무엇인가? 우리말 사전엔 자신이 졸업한 학교라 설명되어 있고, 한자문화권인 중국 역시 母校 [mǔxiào]란 어휘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영어로는 라틴어 어원의 alma mater라 하며, 라틴어에선 과거에 다녔던 학교를 의미하지만, 미국에서는 졸업한 학교를 의미한다. 동문회(同門會)를 영어로 alumni association이라 하는데, alumni는 졸업생을 뜻한다. 이로써 우리말 모교가 자신이 졸업한 학교란 의미는 알겠다. 근데 내가 졸업한 학교인데 왜 母를 써서 모교라 했을까. 自校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는 모교와 자교는 동의어로 자기가 다니거나 졸업한 학교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나의 자교는 강릉대학교 치과대학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혼란도 존재할 것
나는 예나 지금이나 로또 사는걸 즐겨하지 않는다. 어린 학창시절에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집안 사정이 그렇게 가난한 형편은 아니었는데도… 당시에 부모님은 화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중학교 1학년 때 엄마와 함께 치과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환자가 엄청 많았다. 그 때 생각에 치과의사가 돈을 많이 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미술대학 대신에 치과대학을 갔다. 치과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치과의사 국가고시에 무난히 합격하였다. 치과의사가 되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철과 수련 후에 군의관을 마치고, 잠시 개원을 하면서 보철과 박사학위 과정을 거친 후 모교의 치과대학에 교수로 들어갔다. 기회가 되어 독일의 Freiburg 치과대학에 방문교수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직을 떠나서 다시 개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치과의사가 된 지 30여 년이 넘은 나이에 치과보철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서 전문의가 되었다. 그러니까 1986년 치과의사가 된 이후로, 치의학박사, 치과대학 교수, 해외 방문교수, 거기에 더불어 치과보철과 전문의, 개원의까지 치과의사로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볼 정도로
절친인 신부 둘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처지가 되면서 일어나는 다툼과 해결을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이다. 눈, 코,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예쁘게 보던 앤 해서웨이가 밉상을 자처하고 수많은 출연작과 수상에 빛나는, 그것들보다 더 빛나는 미소를 가진, 케이트 허드슨이 열연했지만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결혼에 성공하는 사람은 케이트 허드슨이 연기한 리브이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엠마는 충격적이게도 결혼식장에서, 혼인서약도 하지 않은 채 결혼반지를 빼고 만다. 이 상황도 해결은 된다. 세팅도 전개도 뭇 한국 드라마 못지않게 막장인 가운데 한술 더 떠서 고구마만 있고 사이다는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 순리에 맞을 것 같은 한 가지가 있었으니… 결혼에 골인한 리브는 성공적인 변호사였다. 외향적이고 직선적이었다. 변호사 일에서는 타협과 절충보다는 깔끔한 정리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는 타입으로 묘사되었다. 엠마는 교사였다. 동료 교사의 많은 일을 대신 처리해주고 있었고 많은 것을 마음속에 쌓아두다가 감정이 넘실넘실할 때가 되어서야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각자가 높이가 다른 감정의 둑을 가지고 있을 뿐, 누구나 조금씩은 그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를 이유로 의료인을 늘리겠다며 의·치·한 대학 신설과 정원 증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5일 당·정·청이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고 발표하였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회에서 정원 확대를 당연시하는 발언을 던졌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지난 3월, 코로나19 초기 확산에서 두드러지게 나
이제 개업한 지도 15년 정도 되는데, 지내보니 젊은 여직원들이 점심을 참 부실하게 먹는다는 걸 뒤늦게 인지했다. 도시락을 싸 오기도 하고 밖에서 사먹기도 하면서 점심을 해결하는 게 보통인데, 다이어트 한다고, 입맛이 없다고, 먹는 게 귀찮다고, 점심을 안 먹거나 대충 해결하고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기력이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굶거나 편의점 과자 한 봉지로 점심을 때우는 모습은 너무 낯설고 어색했다. 도저히 왜 잘 안 먹는지 이해가 안 되어 어떻게든 먹여보잔 생각에, 근처 반찬가게에서 1국 3찬을 배달하고 밥은 각자 알아서 싸 오게 하여 점심 먹이기를 시도한다. 밥을 싸 오거나 햇반 준비만 하면 되다 보니 이제 굶는 친구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오늘은 뭐 먹지?’란 아주 원초적이고 해답 찾기 어려운 문제도 해결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라도 음식에 길들여진 나에게 배달 반찬은 뭔가 낯설다. 경상도 음식 같기도 하고, 강원도 음식 같기도 하고. 뭔가 입맛에 안 맞는다. 거기에 반찬 조합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운 반찬만 쭉 나온다든지, 김치는 없고 단 음식만 준비되고, 어떤 날은 나물만 오고, 어른들 입맛에 맞는 반찬만 준비되기도 하고
오후부터 내린 장맛비는 어두워지고 나서는 장대비로 바뀐다. 이따금 번개가 치곤 한다. 천둥소리도 그 뒤를 따르고. 밤 10시 즈음.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뭔 전화다냐, 비상인가?” 아빠는 혼잣말 후, 전화기를 드신다. “네. 여보세요.” “수북하고 월산에서?” “알았어” 전화를 끊고 아빠는 잠옷을 벗고, 곤색의 작업복으로 갈아입으신다. “나가 봐야겄네” ‘이렇게 비가 온디, 나갈라고요.?’ “그럼 나가봐야지. 비상인디, 수북하고 월산이래” ‘아이고 장마 때만 되면 난리네요.’ “벼락만 안치믄 되는데… 벼락이 칭께, 고장이 잘 나부네” “우리 밥줄인디 열심히 고쳐줘야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전화랑 전기가 끊기면 불편하잖는가? “ 준비하는 5분도 안 된 사이, 밖에는 어느새 빨간색 우체국 공사 차량이 와서 대기 중이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셔요.’ ‘아빠 잘 다녀오세요.’ 우리 오남매는 아빠에게 배웅 인사를 하고, 다들 각자의 방, 이부자리로 들어간다. 나는 엄마랑 큰방에서 눕는다. ‘뭔 일 없겠지?’ ‘아빠는 뭐든 잘하시잖아! 만물박사! 아무 일도 없으실 거야!’ 나는 호기롭게 아빠를 자랑삼아 위안을 삼고 어느새 꿈나라로 간다. 비는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샤워할 때 비누나 여러 세정제를 쓰시나요? 전 쓰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샤워할 때 물로만 씻은 지가 30대 초반부터이니 20년은 된 듯합니다. 그렇더라도 전 제 피부의 위생이나 트러블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제 속살이 만족스럽습니다. 어렸을 적 명절 때나 목욕을 할 수 있었던 때와 달리, 하루 한두 번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우리 시대에 저는 굳이 비누나 여러 세정제를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세정제로 몸에 거품을 가득 내어 씻은 다음 타월로 물을 닦으면 피부가 많이 땅깁니다. 하지만, 세정제 없이 물로만 샤워를 하면 그런 땅김이 훨씬 덜합니다. 세정제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구체적 성분인 황산라우릴설페이트(SLS : Sodium Lauryl Surfate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께서는 “당신은 어린 시절 어렵게 자라 표정이 너무 딱딱해 직장 생활(민원 담당 공무원)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으셨단다. 그래서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기 위해 거울을 보며 웃는 표정을 연습하셨고 그 후로는 민원인에게 인상이 좋다며 칭찬을 받았다”고 하셨다. 아들인 내 얼굴도 표정이 없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으니 당신처럼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하라고 하신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위에 절친한 친구들이 있어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인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를 처음 떠나 서울에서 재수를 하게 되었다. 같은 반에 중학교 친구가 있어 초기 학원 생활을 하는 데는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6월 월례고사를 보고 친구가 다른 반으로 이동을 하였다. 친구가 떠난 후 붙임성이 없고, 표정이 없는 나는 외톨이가 되어갔다. 아침에 학원에 가고 저녁에 하숙집에 들어가는 일상생활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다. 문득 아버님 말씀이 생각나서 버스 안의 거울을 보며 다양한 표정들을 지어 보았다. 가족과 살며 즐거웠던 때, 친구들과 즐거웠던 순간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항상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타인의 인생은 부족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깊게 교제하면서 슬픔이나 고난을 느낄 수 없었다면 그것은 피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후로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의 끝을 보며, 그렇게 되기만을 바라왔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면, 졸업을 하면, 수련을 마치면, 결혼을 하면, 집을 사면, 개원을 하면, 군대를 마치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무엇을 넣어도 그다음이 있기 마련인 거 같습니다. 결론은 참 재미없게도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서 안 할까요? 안다고 할 수 있나요? 그래서 어려운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피엔딩을 준비한다고 해서 그렇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재미없는 결론으로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고요. 인생이 기나긴 연극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일까요? 쪽대본을 받아서는 그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구글에 ‘floss or die’란 캠페인성 문구가 보입니다. ‘치실을 쓸래 죽을래…’라고 너무 직접적으로 들이대는 듯하지만, 그만큼 치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참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인데도, 이미 1815년에 개발이 되고, 1898년에 첫 특허까지 낸 치실은, 오랫동안 치간사이 음식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 온 듯합니다.(https://www.oralhealthgroup.com/features/gum-disease-starts-teeth/) 저 역시 늘 주머니에 치실이 들어있고 없으면 불안해 가까운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간 사이에 음식이 껴서 잇몸이 눌리면 얼마나 신경쓰이고 불편한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겁니다. 그렇더라도, 실제로 치실이 치간사이의 플라
2020년 7월 19일 현재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에 보고된,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누계는 1404만3611명, 사망자 누계는 59만7583명이고, 당일 신규 확진자는 16만7170명이다. 미국의 확진자 누계는 354만4143명으로 216개국 중 1위, 브라질은 204만6328명으로 2위, 인도는 107만7618명으로 3위이다. 우리나라는 7월 19일 0시 기준 확진자 누계 1만3745명, 사망자 누계 295명이다. 현재 개발 완료된 백신은 없고, 경미한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일부 약재나 전통적 요법이 보고되기도 하지만, 아직 WHO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약은 없으며, 임상시험 중인 것들은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사(Gilead Sciences, Inc.)가 에볼라바이러스의 치료제로 개발했던 렘데시비르(Remdesivir)에 대해 2020년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임상 실험에 의하면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평균 회복 기간인 15일을 평균 약 31%(약 4일) 단축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3일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