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겨울이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기 전 까지의 짧은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봄이다. 이른 비바람에 빨리 져 버린 벚꽃을 아쉬워하자 철쭉과 영산홍이 이어 피어나고 있다. 주말이면 인근 공원에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겨우내 메말라 있던 산도 천천히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얼굴에는 즐거움이 깃든다. 고달픈 일상의 피로를 잠시 떨쳐내고, 먼지가 물러난 따스한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 이 좋은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구나…. 사랑하는 이들과 항상 함께 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이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질병으로, 사고로, 또는 시간의 흐름으로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남겨진 이들의 슬픔은 타인이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 병력 청취를 위한 상담을 할 때, 괴로운 통증이 이런 슬픔과 함께 시작된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배우자, 부모, 형제, 그리고 자녀…… 눌렸던 슬픔이 다시 솟구치듯이, 의사의 ‘언제부터 아프셨나요?’라는 질문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보건의료인은 유사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태를 보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 같고, 더구나 치과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못 미더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심폐소생술, 의무일까요? 치과의사로서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익명. 선생님께서 궁금해하신 부분은 치과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지 여부는 아닐 것 같습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해야지요. 이런 상황을 피해 가시는 분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요. 최근에는 의료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소속 의료인과 학생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따라서 치과의사와 치과대학
유난히 짜증이 솟구치는 날이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괜히 짜증이 나고 서운하지 않아도 될 말들도 분이 나고 서럽다. 잠깐의 기다림에도 인색해지고 쉽사리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내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스스로를 돌봄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를 생각해보자. 이륙 전 안전에 관한 안내에 있어 처음으로 말하는 것은 “기내 압력이 상실된 경우 먼저 산소 마스크를 착용 한 다음 자녀 또는 다른 승객을 도우십시오.” 먼저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다. 긴급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킨 후에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환자가 밀렸다고, 직원이 불평한다고, 가족들이 서운해한다고 이런저런 책임의 굴레에서 책무만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헛헛함, 덧없음, 서운함의 삼종세트를 경험하게 마련이고 그런 경험이 지속되면 나의 이타심을 발현했던 일들에 대한 보상을 갉아먹고도 남을 만큼, 사소한 일에 짜증과 분노를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우울은 보통 내면화된 분노라고 심리학에서 얘기하지만 외부자극에 대한 짜증으로도 표출이 된다. 솟구치는 화에 대한 통제력 감소 및 과민반응은
올해 3월 말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와 큐비즘’ 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진행되었는데, 입체주의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거장 ‘피카소’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구성되어 있다. 사물의 여러 관점을 종합하여 한 폭의 그림에 한번에 모두 담는 입체주의는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신(新)사조였다. 이 전시회는 그런 입체주의가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피카소는 어떻게 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를 미술사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입체주의는 한마디로 이성의 예술이다. 입체주의는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세잔’의 조형적 시각에 기원하는데 폴 세잔은 원형, 원통, 원추로 자연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는 대상을 단순화하는 혁명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그에 영향을 받은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주의를 이끌었으며, 관점을 다양화하고 주관적 생각을 화폭에 담는 이른바 ‘사고예술’인 현대미술의 초석을 마련한다. 나는 그런 피카소와 그에 의한 입체주의에 두 가지 관점에서 큰 감명과 경외감을 느꼈다. 첫 번째는 진실을 인식하고자 하는 피카소의 적극적인 태도이다. 피카소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해괴해 보이고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물의 여러
대한민국 치의학 역사는 반만년의 역사만큼 세계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절대 짧지 않고 콘텐츠 역시 풍부하다. 지면 관계상 모든 이야기를 언급할 수 없지만 치의학과 연관된 유적과 문헌 등을 통해 한국 치의학 역사를 들여다보았다.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과거 치의학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 치과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선사시대 (prehistory)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은 평양시 상원군 흑우리 우문봉 남쪽 비탈에 위치한 검은 모루 동굴에 있다. 이 유적의 연대는 70만년 전 구석기로 추정되어, 남북한 통틀어 한국의 역사의 시작을 70만~100만년 전으로 올려놓았다.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75Km떨어진 평남 덕천시 승리산 동굴에서는 최초로 인골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유적에서 발굴된 화석의 아래층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 2개와 어깨뼈 1개가, 위층에서는 35세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치아 2개가 박힌 하악골이 나왔다(그림1). 이 치아들은 한민족의 시원인 사람들의 생활상과 치아질환 및 치유의 흔적도 보여준다. 고조선 (古朝鮮, Gojoseon
치협이 대의원총회를 통해 1년간의 회무를 결산하고 치과계 바닥 민심을 읽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총회에서도 전국 각 시도지부에서 파견된 대의원들의 다양한 고견들이 이어졌으며, 이 같은 고견을 자양분 삼아 집행부 마지막 1년을 내실 있게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기대의원총회 핫이슈 중 하나였던 예산안이 집행부 요청대로 통과됐다는 것이 주목할 만 하다. 치협은 지난 1년 동안 회비인하를 포함해 각종 법률비용 등 다양한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예산 부족 때문에 회무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산 증액이 부득이하게 발생된 부분임을 인식한 대의원들의 화답에 힘입어 예산 증액을 골자로 한 예산안이 통과됐다. 어려운 개원가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치협의 수정예산안에 힘을 실어준 것은 치협이 회원들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좀 더 큰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로 풀이된다. 30대 치협 집행부는 힘을 실어 준 전국 회원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자세로, 남은 임기 1년을 30대 집행부의 슬로건인 ‘회원이 주인’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회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서 대의원총회 55개의 일반의안에서 확인 한 것과 같이 보조 인력난, 치대 정원 축소
일생동안 웃음 짓는 시간이 얼마일까? 70세까지 산다고 할 때, 겨우 88일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늘려 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보다는 “삶이란 그런거야”라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 표정이 밝은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긴 요새 젊은 사람들도 밝게 웃는 사람 보기가 쉽지 않기는 하지만. 마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너무도 단순해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적을 받으면 화가 나고, 칭찬을 받으면 의기양양 해진다.”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기가 싫고, 늘 웃는 사람은 왠지 친근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마음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그러한 방법이 있고, 익히기만 하면 항상 웃음 지으며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배워보고 싶지 않은가? 최근의 뇌과학과 운동역학은 행동과 감정의 메커니즘을 많이 규명해 놓았다. 이것들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실천만 하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늘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가 있다. 외부자극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은 뇌
사건개요 상·하악 우측 사랑니(#18, #48) 발치 후 경부 부종 등 증상 발생하였고 이후 증상 악화로 상급병원에 내원함. 경부 CT 영상에서 양측 악하부 농양 소견 보여 경부 심부감염 진단하 경부농양배농술 시행 받음. 통원치료 종료되었으나 수술 부위 상처 회복을 위한 연고(contractubex gel) 바르고 있고 수술 부위의 목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 하였음. 치료과정 신청인(남/30대)은 사랑니 발치를 위해 피신청인의원에 내원하여 방사선 촬영 후 #14~17, #44~47 부위 부분 치석제거 및 국소마취하에 #18 치아 단순 발치, #48 치아 외과적 발치 후 경구약제(항생제, 진통 소염제) 3일분 처방받음. 다음날 #48 치아 발치 부위 소독치료 받음. 발치 2일째 목이 붓는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A 이비인후과의원 내원하였고 ‘경부심부감염’ 의증 진단하 상기도 증기흡입치료 받음. 같은 날 인후통(sore throat)을 주호소로 B 병원 응급실 내원하였으며, 경부 CT 영상에서 ‘좌측 악하공간의 심경부농양’ 진단하 이비인후과 입원하였으며, 다음날 치과 협진 결과 ‘양측 하악공간의 심경부
고분자계 수복재료와 시멘트 충전 시 사용 치수, 명명법, 표시사항을 숙지해야 함 세척, 소독, 멸균 100회 실시 후 부식, 성능 저하가 없어야 함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용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분과(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해당 분과 중 수기구(Hand instrument)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8이다. WG 8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미국의 치과의사인 Dr. Shannon Mills가 역임하고 있으며, 간사(Secretary)는 독일산업표준국(DIN)의 Dr. Keller가 수임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수기구 중 치과에서 충전 시 사용하는 각형 충전기구에 대한 국제표준 내용을 소개한다. 각형 충전기구에 대한 국제표준은 2017년 제1판으로 발행된 ‘ISO 19715 Dentistry - Filling instruments with contra-angle’이다. <적용범위> 이 표준은 고분자계 수복재와 시멘트로 치아를 수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각이 진(각형) 충전기구에 대한 요구사항,
연일 계속되는 뿌연 하늘이 모처럼 파란 얼굴을 드리운 토요일, 모교의 개교 40주년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장님과 대학 총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들과 교수님, 선후배 동문들의 많은 참여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흥수 신임 학장님에 대한 축하와, 정기총회에서 17대 총동창회장에 선출된 문 철 회장님에 대한 이임식이 진행됐다. 이어 본교 치과대학의 발전과 치의학 교육 진흥에 공헌하신 분들에게 ‘자랑스런 봉아인 상’이 수여되었으며 장학금 및 후원금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이 밖에도 난타와 퓨전 국악 공연, 가수 해바라기의 공연 등 다채로운 축하 기념행사로 기쁨의 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비록 행사장 내에서 안내하는 작은 일을 맡았지만 뜻 깊은 모교 행사에 함께한 것은 뿌듯함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어떤 일도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항상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2~3시간 남짓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몇 개월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조직위원들의 열정을 보며, 그동안 이러한 행사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수련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