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오늘은 우리 가족에게 신이 주신 선물로 온 손자 ‘진율’이가 태어난 지 백일을 맞는 날이다. 지난주 2월 25일 고향 선배인 전통문화예술원 이성일 이사장께서 마련하신 ‘긔린 것은 다 님이다’라는 만해 한용운 님과 유관순 열사의 3·1운동과 독립선언에 관한 국악공연을 보고 다시는 우리 후손에게는 6·25 전쟁과 한일합병 같은 역사적 치욕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32년 전, 지금은 치과의사가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또한 맨 처음 보았을 때 나하고 너무나 똑 닮아서 깜짝 놀랐다. 그 후 몇 주 동안 환자를 볼 때에도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손자를 처음 보았을 때 아들과 나와 너무 닮아 또한 놀랍고 신기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어린 아들 며느리가 애기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부모로서 많은 걱정이 된다. 하지만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슬기롭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잘 키울 것을 확신하며, 그런 바람을 모아 이 글을 쓴다. 첫째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진율이에게 지금은 법륜스님의 말씀같이 건강과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제일 소중한 시기라서 가족들이 잘 돌봐야
나이가 들면서 가끔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안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강사 김미경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10대~20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성장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며, 또한 돈이 없기 때문에 시간적 및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30대~40대에는 직업을 갖고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을 하거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하느라 여유가 없고, 정작 자기 스스로를 위한 온전한 시간이 생기는 것은 50대쯤 되어서야 가능한데 그러면 의욕이 없다고 한다. 마치 인생을 다 살은 것처럼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시대는 100세를 사는 시대이기 때문에, 50대 이후에도 근 30~4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없다면 인생의 1/3 이상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게 되고, 나이가 들었다는 마음 만으로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 같다. 오히려 50대쯤 되면 직업적으로 무언가 성과가 보여져 있거나 아이를 키우면서
베스 데이(Beth Day, 1855)라는 작가가 쓴 시 ‘세 황금문(Three gates of gold)’ 에서는 우리가 말할 때 세 개의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첫 번째 문은 “그것은 참말인가?”, 두 번째 문은 “그것은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가장 좁은 문인 세 번째 문은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이다. 말하기의 신중함을 알려주는 글로 늘 마음에 새긴다. 의료진이 행하는 진료 또한 베스 데이의 ‘세 황금문’에서와 같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그것은 참진료인가?”, “그것은 필요한 진료인가?”, 그리고 “그것은 친절한 진료인가?”처럼 ‘말’ 대신 ‘진료’라는 단어를 넣어보니 각각의 질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우리가 하는 진료가 그 본질에 부합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여야 한다. 의학과 치의학 각 전문 분야에서 ‘본질적인 진료에 충실하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여지지만 사회의 복잡한 요소가 작용하는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도 시장의 수익 논리와 전문 분야별 이해관계로 인하여 진료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 진료를 주로
2014년, 어린 시절부터 나의 우상이었던 오빠들이 돌아왔다.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 이후 9년 만에, 5명 완전체로는 무려 12년 만에 god가 신곡을 발표했고, 최근 데뷔 20주년인 2019년을 맞아 최근 ‘같이 걸을까’라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방송을 볼 때면 나는 중학생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 때보다 나이도 먹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활동으로 바쁜 멤버들이 오랜만에 함께 생활했던 그 시간이 god에게도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이었지만 TV를 보는 나에게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어주었고, 힐링을 안겨주었다. 그 덕분에 근 10년 만에 나의 ‘덕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평범한 다섯 남자는 나의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학교 마치고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모아두었던 용돈을 탈탈 털어 테이프와 CD를 사왔다. 마이마이로 테이프가 늘어지게 노래를 들으며 가사집을 펴 놓고 가사를 외웠다. 학교에서는 맨날 친구들과 함께 멤버들 프로필과 인터뷰를 외웠고, 점심시간에는 교실 TV로 ‘god의 육아일기’를 볼 것이라고 다른 가수 팬들이랑 싸우기 일쑤였다. 지금이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모든 영상을 찾아 볼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세상은 이미 디지털 시대로 변해서 문화의 중심은 책이 아니라 영상으로 옮겨졌습니다. 시각이 언어를 능가해 우리의 뇌는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각은 더 스펙터클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고 점차 감각이 둔해집니다. 하지만 읽는 뇌는 다릅니다. 언어로 된 이야기는 자아의 내부에 있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암묵적 지식에 접근하게 해줍니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언어는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일깨우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좇는 것을 찾아낼 기회는 디지털 이미지가 아닌, 바로 언어의 풍요 가운데서 일 것입니다. 깊이 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책을 느리고 사색적으로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단어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에 접근해 우리의 삶을 꿈꾸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책읽기를 통해 우리의 잠든 인식을 일깨우고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호 부터 이지연 상담심리학교수(한국외대 교육대학원)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소재로 ‘치과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심리 이야기’를 매월 2회 연재합니다<편집자주>. 누가 치과의사를 고고한 직업이라 했던가. 멀고 먼 옛날 그런 설화가 있었다고 구전으로 내려오기는 하나, 현재의 치과의사는 극한직업임이 분명하다. 치과에 오는 환자들은 애초에 기분이 좋지 않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건 극심한 치통때문에 왔건 일단은 불편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안고 오기 때문에 이미 약간의 긴장감과 살짝의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인터라 치료과정에서 조금만 불편감이 추가되어도 쉽게 컴플레인을 할 수 있다. 오죽하면 dental anxiety 라는 용어가 있으랴. 치과에 가는 것은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압박당하거나, 주사를 맞거나, 혈액의 맛을 느끼며 뱉어내거나, 혹은 내 입안에서 나오는 혈액을 직접 보거나,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사적인 공간을 침범당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유발한다. 엄마이외에 다른 타인에게 내 입을 활짝 열어 보이는 일은 필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치과 분야에서 심리학자들이 보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로 dental anxiety를
어느덧 추운 겨울날씨가 점차 사그라들고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비록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예전만큼 봄을 만끽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꽃이 만개하여 온 세상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하는 봄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은 많은 것들을 시작하게 만든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움츠려있던 모든 것들이 온화한 계절을 맞아 활짝 피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봄을 위해 시작을 준비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한 해를 시작하는 1월보다도 따뜻함이 시작되는 봄이 처음을 준비하기에 더욱 어울린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봄이 올 때마다 잊지 않고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꽃 구경이다. 벚꽃 개화시기를 매년 날씨 예보처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봄을 알리는 데 꽃만한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봄마다 열리는 벚꽃축제를 찾아가보면 그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어 봄기운에 한껏 빠져들게 된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화려해 한 순간 많은 사랑을 받지만, 꽃잎이 유독 얇은 탓인지 봄비가 내리면 금세 흩날리듯 떨어져버린다. 그래서 벚꽃은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상징한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잠시, 이내 덧없이 지고마는 모습은 인
구강정책과가 출범된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구강정책과는 지난 2007년 구강보건전담부서인 구강보건과 폐지 이후 12년 만에 부활된 만큼 기존과 달리 독립적으로 보다 전문성을 갖고 치과의료정책 추진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치과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대에서 그치면 안 될 일이다. 구강정책과가 구강보건전담부서로서 보건복지부 내에 자리를 잡고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업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잘 진행되어 오던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또한 새롭게 추진할 수 있는 단계별 사업들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특히 소외계층을 비롯한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들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까지 더해진다면 더더욱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치협도 구강정책과가 출범되자마자 발 빠르게 구강정책과가 앞으로 추진해야 할 치과의료 및 구강보건, 치의학산업 등 정책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제안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최근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 검토회의를 갖는 등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시기적으
진료실에 조용하고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어 놓을 때가 자주 있다. 주로 음원사이트의 명상음악 카테고리의 음악들을 선택하는데 바람 소리, 숲 소리, 또는 파도 소리에 잔잔한 음악이 스며들 듯 흐른다. 호흡이 길고 느린 음악을 통해 긴장과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진료를 보는 의사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방법이다. 바쁜 날은 음악을 틀 생각도 못 할 때도 있고, 일에 집중할 때 음악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조용한 음악 소리와 맑은 파도 소리가 들리면 그에 맞춰 나도 모르게 긴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도 말 그대로 ‘숨 돌릴 새’를 만들어 줄 수가 있었다. 방학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병원을 찾는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턱관절장애 진단을 위해 오는 환자들 중 특히 수험생이 많은데, 이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 수험생에서 벗어나 시간이 나서 그동안 아프고 참았던 통증을 치료하고 싶어 온 학생 모두 지친 얼굴로 의사와 만난다. 학년이 올라가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오고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턱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꽤 있다. ‘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살면서 의료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학생 때 수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업 후 삶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윤리 지침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그런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최근에 갑자기 의료윤리니 뭐니 해서 말이 많아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의무교육까지 받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의료윤리를 따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락사나 임신중절 같은 주제는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의료윤리가 치과 의료와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익명) 저도 오랫동안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2014년에 교육자료로 F
개원한 지 만 10년이 지났다. 그 동안 개원의로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 같다. 어려운 임상이 주는 고뇌와 스트레스는 유익한 성장통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오해와 불신으로 닫혀있는 환자의 마음을 여느라 내 마음이 상처 입은 순간에도 고도의 감정 노동을 쉴 수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마음 속을 온통 미움으로 어지럽히는 독극물이었다. 환자가 줄어 경영의 지속을 염려해야만 할 때의 초조함이 주는 괴로움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개원 3년째, 내 마음에 어려움이 찾아왔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하던 중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얻어 활용하게 되었다.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 가지 안전장치를 준비할 수 있다. 감정의 피난처, 감정의 저수지, 감정의 환풍기가 그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적정수준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어떻게든 감정의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가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하고 친한 사이라도 부대끼다 보면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위로의 공간, 감정의 피난처가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