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서너 걸음을 걷자 허리가 뻐근하더니 완전히 펴기가 힘들었다. 밤에 잘 때 자세가 나빠 그런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다시 자리에 들었으나 허리 통증이 계속 되었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과연 차를 몰고 집으로 갈 수 있을지가 당면한 걱정거리였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운전하는 자세는 불편하지 않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다음날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무리한 운동을 했는지 묻고 없다고 하자 근육이완제와 소염제를 주고 2~3일 정도 먹으면 날것 이라고 해서 안심하였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더니 다리와 발목이 저릿저릿하고 엉덩이와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생겨 주말에는 통증으로 도저히 누워 잘 수가 없어 거의 앉아서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제 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참을 수 없는 강력한 통증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리에 힘이 빠져 마치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난간을 잡지 않으면 다니기가 힘들었다. 이러다가 지팡이나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온갖 두려움과 걱정으로 밤을 새웠다.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서
이번 명절은 모처럼 아무 계획도 없는 설 연휴였다. 저번 주에 친정에 다녀왔겠다, 시댁에서 미리 신정을 지낸 이유로, 또 남편이 회사 일을 마무리해야 되는 이유로 그야말로 오롯이 설 연휴 통째로 나만의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던 중이었다. ‘음~그 동안 치과일로 시간도 없이 너무 피곤했으니 편안하게 게으름이나 피워야겠다. 홍홍홍’ 이 때 마침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 지금 스키장인데 스키대회 개최하신 대표님이랑 여기 지인들 만나서 며칠 같이 스키 탈 건데 너도 빨리 오면 최고의 강사한테 개인레슨 받을 수 있어~” 설산이 좋아 매년 한 번 정도 관광차 보드나 스키를 타곤 했지만 40대를 넘어서면서 부상의 두려움과 추위에 움츠려져 스키장은 어느덧 나에게 잊혀진 장소였다. ‘그래 뭐 못하던 겨울운동이나 하지 뭐’라며 평창을 향해 무작정 갔다. 집에는 1박2일 가출(?)통보를 하고서. 도착하니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남녀 스키 마니아 분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셨다. 모두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열정과 체력에 또 한번 놀랬다. 정말 운동에서 주민등록 나이는 문제가 안 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중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친구가 내가 스키를 탄 햇수만 이야기 해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가 흔히 ‘소비’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스러운 소비가 되는 것이고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낭비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비와 다르지만 비슷하게 쓰이는 말이 ‘투자’입니다. 투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시간, 돈, 정성을 쏟는 것입니다. 투자의 결과는 손해를 보거나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감상 소비보다 투자란 말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소비는 소모되는 것처럼, 투자는 얻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에는 반드시 소비가 따르게 됩니다. 물건, 능력, 시간, 체력 등을 소비하면서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얻게 되는 것이 투자인 것입니다. 책읽기에도 소비적인 독서와 투자의 독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각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경중을 따지기는 힘들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
매주 특별한 일이 없는 일요일엔 오전 6시경에 이제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지난 13년간 해온 청계산 등산을 위해서이다. 함께 산에 오르는 멤버들과 아침 먹을 식당 주차장에서 만나면 6시 40분, 이 시간에 이수봉을 향해서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약 2시간 정도의 무리스럽지 않은 산행 후에 산채비빔밥 등의 건강식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귀가하면 아직도 오전 10시밖에 안되니 그렇게 휴일의 하루는 길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신기한 것은 10년도 넘게 해왔지만 꼭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에는 마음속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절로 눈은 떠지더라도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과연 건강에 좋은 일일까? 일주일동안 진료실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침대 속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최대로 쉬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유혹의 속삭임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나가지 말라고 유혹한다. 정말로 어쩌다가는 꼬드김에 빠져서 침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은 결국 하루를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일요일에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며 집을 나서게 된다. 평소에 다니는 헬스클럽에 가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이 제주도에 개설되는 외국의료기관을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으로 규정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의료행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명 ‘제주영리병원 내국인 의료행위제한·의료영리화 방지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해당 법안은 외국의료기관이 내국인을 진료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 법안 발의는 지난해 12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해 의료비 상승과 의료 양극화 심화,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의료기관 개설 특례조항에 따라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의 경우 비영리법인이 아니더라도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병원·치과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이 같은 특례조항을 근거로 지난해 10월 제주도민 공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권고에도 불구 영리병원 허가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습니다. 전날 쉬고 난 뒤라 그런지 유난히 늘어지고 출근이 하기 싫었던 점을 빼면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진료 중에 전자 차트가 좀 버벅거리고 예전 기록한 내용이 잘 안보이길래 ‘중고로 산 오래된 컴퓨터가 또 힘이 부치나 보다.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하나? 너도 나처럼 일하기 싫은가 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미건조하게 환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전 진료를 마치고 밥도 먹기 귀찮고 낮잠이나 잘까 하고 있었는데 원장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실장님이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는 원장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일겁니다. 혹시나 하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역시나 였습니다. 서버 컴퓨터가 랜섬웨어(바이러스로 컴퓨터 파일을 감염시키고 해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서버 컴퓨터로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해서 걸린 것이 아닌가 싶어 불같이 화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구인 이력서 안의 포트폴리오에 바이러스를 숨겨서 보낸 것이었고, 이것을 열어봤다고 질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 동안 쌓아놓은 차트와 각종 기록들이 날라갈 것을 생각하니 점심 시간 내내 입안이 바
멕시코시티는 해발고도 2200m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멕시코시티 공항까지 13시간 40분의 긴 비행시간이다. 멕시코시티 북쪽 50Km 떨어진 떼오티와칸 문화는 라틴 아메리카의 최대 종교 도시 문화로 BC100~300년경에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를 세웠다. 남미 여행은 처음이라 많이 흥분되었다. 고원의 도시를 달리다 보면 커다란 선인장이 많이 눈에 보인다. 우리나라 제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백년초다. 열매가 달콤하고 수분이 많아 더운 나라에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좋다. 먹을 때 단단한 씨앗이 있는데 씹을 수 없어 삼키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중미 최대 고대도시 떼오티와칸의 자태가 멀리서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자유의 벗이라는 잡지에 소개된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꼈는데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되어서 보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감격스럽다. 수세기 동안 번성하던 고대도시국가가 어떻게 사라졌는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높이 65m 밑변 225m고, 달의 피라미드는 높이 46m 밑변이 150x120m로 떼오티와칸 최대의 건축물이다. 기원전 2세기부터 건설돼 4~7세기 까지 전성기를 누리다가 자취를 감춘 국가, 한 눈으로 봐
지난 1월 3일 시행된 제46회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의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응시자 5639명 중 4510명이 합격해 80%만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평균 88%선의 합격률로 약 12%의 국가시험 탈락자가 계속 발생해 온 반면 올해는 20% 탈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올해 국가시험을 탈락한 예비 치과위생사의 수는 1129명으로 이는 곧 치과 종사인력으로 흡수될 수 있는 소중한 인력 1129명의 소실을 뜻하는 것이다. 치협은 개원가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2019학년도에 치위생(학)과 입학정원을 160명 증원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 증원 규모의 7배에 달하는 귀중한 재원이 사라져 치협의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11년간 치과위생사 국가시험 합격률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만 해도 치과위생사 국가시헙 합격률은 최저 87.1%에서 최고 90.1%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80% 후반대에서 90%대의 합격률을 지켜왔다. 하지만 2013년 90.1%를 정점으로 찍은 뒤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 올해 최저 합격률인 80.0%를 기록하게 됐다. 일선 치과병의원은 날로 악화되는
우리나라에 치과의사법(1913)에 따른 치무행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한지 100여년이 지났다. 그 동안 중앙행정부에 치무 및 구강보건 전담 부서가 독립했던 시절은 미군정기, 4·19 직후, 아태치과연맹국제회의전후(1967~1970), 1997~2007년을 통틀어 17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보건복지부에 구강보건전담부서가 ‘구강정책과’란 직제로 부활(2019.1.15) 했다. 왜 우리나라 구강보건전담부서는 잦은 개편과 폐지라는 수모 속에서도 다시 부활하는가? 일제강점기부터 미군정,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궤적이 지니는 의미를 통찰하여, 21세기에 부활한 구강정책과의 생존과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치과의사면허 1호(함석태, 1914)가 발부된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 의료법이나 치과의사 수, 면허, 교육 등의 관리를 주도한 것은 국가였다. 그래서 국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위정자의 보건의료정책에 따라 치과의료분야에 관리방식과 구강보건에 대한 역할도 달랐다. 일제 총독부는 식민통치를 위한 치과의료정책을 실시하였다. 조선인 치과의사 양성은 최소로 하고, 입치영업자의 영업은 합법화했다. 치무행정은 위생경찰이
스리랑카를 가족들과 패키지여행 중이었다. 버스를 타고 좁은 왕복 2차선을 돌아 올라가는 산길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직접 만든 듯한 꽃다발을 든 까무잡잡한 소년 두 셋이, 느리게 산길을 오르는 우리 버스 옆을 나란히 달리며, 앳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아, 꽃다발을 들고 ‘플라워! 플라워!’를 외치며 따라왔다. 어려운 형편의 나라 여행에서 종종 보는 광경이고, 일정에 맞춰가는 여행이라 그저 눈길만 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자동차를 계속 따라 뛰기는 어려운 지 소년들의 모습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창문 밖으로 분명 아까 그 소년들이 또 우리 옆을 달리며 ‘플라워!’를 외친다. 늦둥이 딸내미가 저 오빠들이 어떻게 버스를 따라왔냐고 묻는데, 옆자리의 다른 일행들도 궁금해하는 듯하자, 가이드가 마이크를 켠다. “산 위에 도착하기 전에 저 소년들을 여러 번 보시게 됩니다. 버스는 산길을 돌아오르는 데, 쟤들은 산을 똑바로 뛰어오르며, 우리 버스를 따라잡는거죠. 꽃을 사주고 싶으시면 산꼭대기에서 사주시면 됩니다. 십 여분 정도 후에 도착합니다.” 필자도 어려서 안암동 개운사 뒷산을 골목친구들과 날다람쥐처럼 누비고 다닌 기억이 있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예방치과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었을 때, 3년차가 되었고 임상예방을 하는 병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당시에 서슬이 퍼러셨던 조선대학교 예방치과 김동기 교수님의 진료를 옵저베이션 하면서 분위기를 익힐 때였다. 예방치과에 환자가 올 때마다 치간칫솔로 직접 치면세균막(치태)을 제거하면서 치간칫솔에 묻어나온 출혈 정도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진단도구이면서 치료하는 도구여~!” 사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동의는 고사하고 말도 안된다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직접 환자에게 치간칫솔을 사용하여 치면세균막을 제거하면서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치은에 염증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켜주게 되고 또한 치면세균막도 제거해주게 되니 아주 심각한 치주질환이 아닌 치간 부위 치은에서는 프로빙보다 치간칫솔이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게 되었다. 게다가 치면세균막까지 제거해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당시까지 나는 치간칫솔을 사용하지 않고 치실만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과거에 치료받은 대구치의 인접면으로 깊은 2급 인레이 부위에 치간칫솔을 사용해보니 출혈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계속 사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