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니즘 시기의 회의주의,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학파 등은 공통적으로 철학의 목적으로 ‘삶의 치료’(technebiou)를 지향했다. 철학자들에게 철학함의 동기는 삶의 고통에 대한 긴급성 때문이었다. 정치적 혼란기에 어떻게 하면, 안빈낙도(安貧樂道) 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것이 그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 시기에는 ‘철학과 의술의 기예’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철학 학교는 일종의 ‘영혼의 병원’(iatreion tes psuches)이었던 셈이다. 철학자는 영혼의 치료사였다. 에픽테토스는 50~60년경에 태어나 130년경쯤에 죽은 후기 스토아 철학자이다. 에픽테토스(Epiktetos)란 이름은 ‘곁다리로 획득했다’는 의미이다. 그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노예인 에픽테토스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또 한 명의 스토아 철학자, 아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고 있다. 인간은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에 불과하다. 그러니 인생이 5막이 아니라 3막이면 어떤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하지만 인생에서는 3막이 연극 전체인 것이다. 언제 끝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이전에는 너의 구성에, 지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재도입된다. 사전심의 대상도 버스 등 교통수단 내부와 핸드폰 등 이동통신 단말장치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된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12월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로 판단하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당시 의료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서 의료광고 규제는 필수다. 의료 현실을 잘 모르는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우려를 표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위헌결정으로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자율제’로 바뀜에 따라 사실상 사전심의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이후 복지부가 실시한 인터넷 의료광고 모니터링 결과 환자유인행위 및 거짓·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환자에게로 돌아갔다. 실제 치협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건수는 2013~2015년 3년간 연 평균 2000건이 넘었으나, 사전심의가 폐지된 후 2016년 상반기에는 단 40건에 그쳤다. 치과계뿐만이 아니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광고 심의현황’에 따르면 전체 의료광고 사전심의건수는 201
“다섯 번에 한 상이요오~!” 유리문밖에서 손님이 들어오기도 전에, 어찌 다 아는지 주문과 테이블번호까지 주방에 외쳐버리는 이 식당은 필자가 17년 넘게 다닌 점심단골식당. 열 개가 넘는 메뉴가 있지만,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들어서는 손님들의 태반이 거의 매일 오는 단골인지라 뭘 주문할 지 이미 안다. 바쁜 점심시간의 주문은 대개 굴국밥 아니면 ‘오늘의 백반’인데다가,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의 얼굴과 즐기는 메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님 앉기도 전에 주방에선 조리가 시작된다. 자기의 식성을 기억해주고 앉을 자리도 정해주며 바쁜 일과에 몇 초라도 서둘러주는 곳에 점심하러 가는 건 대한민국 국민의 취향에 딱이고, 뭐 드시겠냐고 묻고 여기 뭐가 맛있냐고 되묻고 하는 거 없이 후다닥 주문 들어가는 건 식당주인도 종업원도 대환영이다. 이렇게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알아서’ 프로세싱이 되어지는 소통의 약속을 가진 문화를 소위 “고맥락문화 high context culture, E.T. Hall, 1976”라 일컫는다고 한다. 일견 그 상황에 관련된 참여자들의 소통과 단결력이 뛰어나 보이고, 집단목표지향적이며,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지 않는 단순한 목적성취에는
등산은 1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등 그 자체가 목표다.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면서 시간을 재거나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등정 그 자체만으로 정직하고 세계적인 뉴스이며 자신에게는 금메달이다. 그래서 나는 1등이 없는 등산을 무척 즐기고 좋아한다. 이와 비슷한 스포츠가 있다. 마라톤이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많은 선수들을 보면, 순위보다는 자신을 극복하면서 완주했던 기록 자체가 커다란 상인 것처럼 보인다. 등산이나 마라톤은 결국 경쟁자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비록 한 번도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없지만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것 같다. 평창동계 올림픽… 짜릿하고 화려했던 축제가 막을 내렸다. 매체마다 모두들 친절하고 안전했던 성공적인 올림픽이라고 칭송하여 나 또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가진다. 다만 누가 금은동 3종의 색만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영광을 주었는지는 다소 아쉽다. 모든 것을 실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니 만큼 여기에 이의제기를 한다기보다는 상을 받지 못한 많은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극복했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짝짝짝. 그런데, 올림픽게임 후반기로 들면서 개최국 한국에 발생한 옥에 티는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
“원장님은 담배 피우세요?” 4회차 금연치료를 진행 중이던 환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먹어가며 호기롭게 금연 중이던 환자의 눈에는, 이 쉬운 금연을 왜 못하냐며 다그치는 원장이 원망스럽게 보였던 것일까? 어느덧 중장년의 나이가 될 동안 사실 난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철없던 고3 시절 공부하겠다며 친구들끼리 머리를 빡빡 밀고 지금 모습을 남기자며 학교 구석 소각장에서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들고 사진 한 장 찍었던 게 기억의 전부일까? 아~ 대학 시절 담배를 피우던 여자친구를 금연시키려고 한동안 담배를 같이 핀 적이 있었지… 그땐 너무 머리가 아파서 여자친구의 금연은 고사하고 결국 헤어졌던 기억 정도… 환자의 질문에 이내 난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 못하며 너무 쉽게 금연을 못하냐고 다그치는 날 원망할 만도 하겠다 생각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엔도 한 치아 하나 없이 살면서, “조금 아플 겁니다”라며 엔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제는 담배도 피운 적 없으면서 환자의 고통을 다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금연치료까지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더군다나 우리 치과는 2년 연속 금연치료 우수기
1940년대 초, 뉴질랜드 출신의 한 청년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세계 최고 높이의 산인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그는 8848미터라는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등반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그의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너는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해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시 돌아온 그 청년은 마침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섰다. 오랜 준비 끝에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이 청년의 이름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Sir Edmund Hillary, 1919~2008)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산악인이었다. 덕분에 이후에 많은 분들이 가능성을 믿고 오를 수 있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꿈을 이루려는 탐험정신과 도전하는 용기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감히 이렇게 거창한 에베레스트 산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는 쉬는 날이면 특별한 일과 겹치지 않는 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아프리카에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나갑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시간에 대한 관념이 좀 모호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 내내 계절의 변화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잘 못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더울 때는 한 해의 중반에 있음을 날이 추워지면 한 해가 거의 끝나감을 알고 새로운 한해를 마무리하고 준비하는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런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계절마다 생각의 흐름이 바뀌고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봅니다. 반드시 사계절이 장점만 가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봄을 맞이하면서 긍정적인 새로운 마음을 또 가지게 됩니다. 집안 구석구석 겨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봄 햇살을 느끼며 새해맞이때 다짐했던 목표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추워서 움직이기 싫었던 몸을 깨우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합니다. 사계절은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책읽기도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일깨우며 지난 2월 25일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등 총 17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7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된 데는 선수를 비롯한 감독 및 코치 등 관계자의 피땀 흘린 노력이 바탕이 됐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또 한편으로는 치과계뿐 아니라 각계의 보이지 않는 전폭적인 지원도 조력자 역할을 했을 것이다. 치과계는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진행된 동계올림픽을 위해 스포츠치의학회 임원진을 비롯한 서울, 강원 일대의 치과의사 약 15명이 선수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면서 동계올림픽 치과의료 현장에서 활약했다. 대한스포츠치의학회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평창 폴리클리닉(선수촌 진료소), 강릉 폴리클리닉, 강릉·관동 하키센터 등의 치과의료 지원을 전담했다. 또한 치협은 동계올림픽 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치과진료를 전담할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내 치과진료소 인테리어를 지원하고, 스포츠치의학회 측과 함께 진료소를 조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주변에서 실제 경험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과 치과를 같이 챙겨야 하는 여자 치과의사의 입장으로 가사를 도와주는 로봇청소기나 식기 세척기 등의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은 벌써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아기를 돌보는 로봇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점점 책을 멀리해 서점과 출판사 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자, 서점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고르는 공간으로 정의하고 카페와 편의점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음악 코너에서는 음반이나 헤드폰을, 요리 코너에서는 식기나 식자재를, 원예 코너에서는 씨앗이나 화분 등 해당 책과 관련된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도서 판매 이외에 2, 3차 소비를 이끌어내는 서점이 유행이라고 하네요. 서점이 라이프 스타일 경험을 주목하는 사이 하이 테크놀로지를 파는 업이라 인식 되어 온 연비와, 최고속도 등을 강조하던 자동차는 ‘공간을 파는 업’이라고 인식함으로써 조명, 채광, 공기의 질, 소음의 유입을 막아주는 차음, 고급 오디오 등 이른바 ‘공간과 사운드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마가 밥을 짓고 있다. 미리 불려놓은 보리쌀을 가마솥 바닥에 안치고 그 위에 한줌도 안 되는 쌀을 얹혀 할아버지 몫을 더한다. 오늘 엄마는 가지나물을 할 모양이다. 텃밭에서 따온 가지 서너 개를 밥솥 안에 넣고 찐다. 난 가지나물이 싫다. 약간 물렁물렁한 식감이 그렇고 보랏빛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찐 가지의 거무티티한 모양새가 그랬다. 엄마는 찐 가지를 세로로 길게 찢어, 마늘, 파, 고춧가루를 간장과 들기름에 버무려 무쳐 가지나물을 만든다. 가지나물은 엄마의 주특기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문밖 텃밭에는 가지며 파며 고추며 마늘이 널려 있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돈도 안 드니 손쉬운 반찬거리 일게다. 아무리 간단하고 손쉬운 나물이지만 엄마의 손길은 항상 따듯하고 또글또글 하다. 엄마 돌아가신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다. 밑반찬에 가지나물이 나왔다. 옛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런 가지나물이 아니다. 가지를 깍두기처럼 썰어 찐 것도 아니고 레인지에 데워 온 가지나물이다. 한 친구가 말한다. “이제는 옛날에 엄마가 해 주시던 가지나물을 먹지 못할 거야.” “요새 부인들이 가지나물을 만들지도 않지만 만들 줄도 모른다고.” “옛날 엄
‘담배는 멀리 칫솔은 가까이’슬로건과 같이 구강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치과의사로서 치과의사의 금연운동은 꼭 필요하다. 치과의사들의 금연 활동은 1997년 FDI세계치과의사연맹과 2002년 아·태 치과의사연맹의 서울총회 기간 중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시작으로 2000년에 대한치과의사협회 내 금연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각 지부 학술대회 행사 중 금연 홍보 부스운영과 금연세미나 개최 등 치과의사들은 다양한 금연 캠페인과 금연진료 가이드북 출간, 금연지도자 교육세미나, 금연홍보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그 어느 의료단체보다 활발한 금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치과의사들은 환자와의 접근거리가 가까워 환자의 구취와 구강 내 니코틴 착색 등을 통해 흡연의 유무 사실을 다른 의료분야 종사자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일반진료에 비하여 치과진료는 환자와의 상담시간이 오래 소요되므로 이러한 상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금연 권유를 하게 되면 흡연자의 금연 결심에 훨씬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보고에 따르면 의사가 금연치료 시 적극적으로 금연권고를 하면 환자의 금연 결심을 약 30% 이상 유도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고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