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의 하룻밤(5) 영월 주천고택 조견당(照見堂) 여름의 끝자락이다. 8월 7일이 입추이자 말복이었으니 서늘한 바람이 불만도 한데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직장인들의 달콤했던 여름휴가의 추억도 생각의 한쪽 끄트머리에 정돈해야 할 시기다. 그래도 늦게 휴가를 얻어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상념에 잠긴 독자라면 강원도 영원군 주천면에 위치한 주천고택 조견당(照見堂, 강원도문화재자료 제71호)으로의 체험여행을 권한다. 해와 달과 별을 품은 집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동체 공간철학적 사유공간으로 의미 더해주변 다양한 박물관도 볼거리 주천고택 조견당은 ‘반야심경’의 한 구절인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조선말기인 1827년에 완공된 이 고택의 주인은 인근에 위치한 법흥사 스님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견당이 법흥사의 주천포교당 정도가 되었을 법하다는 것.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 각자 “오온(五蘊) 즉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물질적 정신적 작용으로 일어나고 인식되는 다섯가지의 경계를 조용히 비추어 보면 모두 공하다”는
<17면에 이어 계속> 건축당시의 조견당의 유일한 건물인 안채는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이 건물은 대부호가 집을 지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게 권력을 가진 권문세가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을 주춧돌로 사용하는데 조견당은 철저하게 자연석을 주춧돌로 썼다. 그만큼 권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대신 인근의 큰 자연석을 돈을 들여 옮길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자가 집을 지었다는 증거는 거대한 대들보에서도 보인다. 얼마나 큰 소나무 대들보를 올렸는지 대들보 위에 부재도 없이 곧바로 상량목이 세로로 놓여 있다. 이 대들보는 가로 지름이 1.4m나 된다. 나무를 다듬어 낸 것을 감안하면 목재전문가들은 수령이 최소한 800년은 된 것으로 유추한다. 조견당 건축의 백미(白眉)는 팔작지붕 사이에 새겨진 합각문양이다. 대게 합각은 그냥 회칠을 하거나 나무로 막아 아무런 멋을 내지 않는데 조견당에는 동쪽과 서쪽 북쪽에 모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런 건축방식은 궁궐에서나 행해졌던 양식이기 때문에 조견당 건축을 총감독한 대목장은 한양에서 궁궐을 지은 경력자였을 것으
기자들의 BOOK리뷰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는 가짜? 윤상욱 지음/시공사 아프리카인의 눈으로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한 그들의 아픔의 역사 재조명 흔히 아프리카하면 세렝게티의 푸른 초원과 동물들, 조금은 신비스러운 미지의 땅, 기아, 에이즈, 내전 등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아프리카가 최근 ‘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 등 잇단 경제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지금의 아프리카가 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변화하고 있는지 그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역사를 빼고 세계사를 논하는 것은 세계사의 절반 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외교관이면서 역사학도로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그들의 눈으로 보고 듣고 기록한 아프리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야기 한다. 이와함께 왜곡되거나 가려져왔던 아프리카의 진실을 밝히고 그들이 아픔의 역사를 딛고 새롭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제목에서 보듯이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너무 빈약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 지식도 우리가 만들어낸 ‘
의료인과 치과의사 13 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1960년대 이후 개발과 성장의 시대가 있었다. 허허 벌판에 넓은 도로를 내고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 되고 낡은 전통가옥들은 헐리고 시멘트 건물들이 여기 저기 세워졌다. 개발과 성장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던 시대였다. 옛 것을 보호하거나 보존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가치를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서울 강남의 예를 들어보자. 몇 십 년에 걸친 강남의 개발로 그 넓은 땅에 아파트와 빌딩들이 빼곡이 차 있다. 강남에는 더 이상 건물을 지을 빈 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건물들을 부수고 재건축을 할 수는 더욱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존의 건물들을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지관리하는 것은 건물을 짓고 개발하는 것
세무경영 1,2,3! <50> 퇴직연금 가입 주의보 발령 올해 초 보험대리점에 근무하던 친한 설계사를 통해 치과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도입한 K원장은 퇴직연금 납입액에 대해 치과 경비로도 처리할 수 있고 직원들 명의로 적립도 되어 따로 퇴직금마련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설계사의 말대로 상품을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납입금 일부만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퇴직하는 직원이 있어 적립금을 인출하려고 확인해보니 가입초기라서 쌓인 적립금이 없어 퇴직금 지급할 만한 자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당황스러웠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K원장이 필자에게 내용 확인을 의뢰해 우선 유선상으로 근로자대표 동의서 작성등을 거쳐 노동부에 퇴직연금 규약 등의 신고 등이 진행됐는지를 물어봤지만 상품가입 이외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직원들 각 개인명의로 가입된 보험뿐이었다. 최근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 소속의 직원들이 그간의 친분을 이용해서 개인들이 가입하는 보험상품을 퇴직연금처럼 포장해서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상담하고 있는 몇몇 원장들의 경우에도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이 아닌 퇴직연금을 가장한 보험상품을
齒&通 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 (하) <2058호에 이어 계속> 옛날 버전의 윤리헌장을 보면 치과의사는 동료치과의사들이 진료한 것에 대해 언급할 경우, 그것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2006년 이후의 새 버전에서는 그것이 좀 수정되어 동료치과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과 협조하여 국민과 함께 최상의 의료제도 정착에 힘쓴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예전 버전과, 그 이후 달라진 새 버전의 변천된 내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진료를 몇 년 하다 보면 다른 의사의 배려심 없는 말로 인해 곤란을 겪는 일을 한 두 번은 겪어 보셨을 겁니다. 많은 경우, 환자는 다른 의사의 말을 부풀리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한편으로는 의사가 실제로 다른 의사의 진료를 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폐단들을 겪어본 선배의사들이 치과의사 윤리강령에 동료치과의사들이 진료한 것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는 조항을 넣기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한편, 이것은 오히려 비윤리적일 수가 있습니다. 비양심적인 진료행위를 눈감아주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Spectrum 끄트머리치과 2012 <4>시대 흐름에 함께 할 수 있는 진료 ‘7시에 함께 가시지요.’‘왜, 어디를?’‘학술집담회요.’‘혼자 가시오.’‘내가 알고 있는 것도 다 못써 먹고 죽을 것 같아.’ 흔히 듣는 개원치과의사 선후배들의 대화일 것이다. 진료 후에 다른 약속을 뒤로하고 보수교육, 학술 집담회, 학회 등 새로운 이론이나 신재료 발표와 같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전문지를 보면 지면의 반 이상이 세미나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넘쳐나고 있다. 유료, 무료, 거기다 재료의 샘플, 경품 추첨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연자도 각양각색이다. 외국 연자, 대학교수, 순수개원의 등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배우고 동료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이 있다. 이제 외국의 학회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어떤 부분의 경우는 우리가 앞선 분야도 있어서 외국의 치과의사들도 등록을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주 자랑스런 부분 중의 하나이다. 이런 좋은 세상에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 치과의사일까? 즉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가? 새로운 것에 투자하고 환자의 요구에 따라 함께
세무경영 1,2,3! <49> 5% 펀드 vs 10% 적금 연 5%의 수익을 내는 적립식 펀드(국내 주식형)와 연 10% 이자율을 표시한 은행 적금중 어떤 상품이 더 수익이 높을까? 대부분 당연히 10% 적금의 이자가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1년간 가입해 내역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5% 적립식 펀드의 수익이 더 높다. 왜 그럴까? 바로 수익을 계산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에 대해 차감하는 세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매월 100만원씩을 납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1년간 납입하는 원금은 총 1,200만원이다. 우선 적립식 펀드(국내 주식형)의 수익은 5%를 적용하면 60만원의 수익이 합산돼 1,260만원으로 자금이 증가돼 있다. 수익을 표시하는 방식이 납입원금대비 연간 발생한 총 이익에 대해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으로 한 경우 수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지 않아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연수익률 5%는 운용과 판매에 대한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 연간 운용한 결과에 대해서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적립식펀드의 수익 5%는 말 그대로 납입
齒&通 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상) 최근에 상악 제2대구치의 sharp pain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일 년 전에 저작불편과 냉온 자극에 민감한 정도의 주소를 가지고 내원했었는데, 당시에 3회에 걸쳐 교합조정을 한 후 증상이 경감되어 더 이상 안 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해당 치아에는 gold inlay가 있었는데, 환자의 얘기로는 한지 1~2년 정도 됐다고 했습니다. Gold inlay가 되어 있는 치아를 예전에 교합조정을 해 봤으나, 극심한 통증으로 재차 내원한 환자에게 좀 더 지내보자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Inlay를 제거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편, inlay를 시술한 병원에 가 보면 의료분쟁의 위험은 줄어들어서 좋겠지만, 환자는 먼 곳에서 이사를 왔으며, 당장 통증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1~2년밖에 안 된 보철수복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해당 병원에 연락을 했습니다. 우선 거기서 실제로 보철수복을 했는지 확인도 하고, 시술이 이루어진 시점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sharp pain으로 인해
Spectrum 문화적 소통을 꿈꾸다 작년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아쉽게 문을 닫았지만, 몇 년전 연극전용 소극장을 만들었었다. 그 소극장은 대구에 있는 동갑내기 연극인 셋-요즘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열연중인 이성민씨가 그 셋중 하나-이 주축이 되어 만든 극단이 마카(마카란 경상도 사투리로 ‘모두’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maker로 표기한다)라는 극단 전용이었는데, 연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내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들을 만나 뜻을 같이해 개관하게 되었다. 개관 당시 80년대 이후 다시금 대구에서 소극장 개관 바람을 불러일으킨 뜻깊은 장소이기도 했다. 그 마카 소극장으로 들어오다 보면 지하로 통하는 한쪽 벽면에 커다란 그림이 하나 붙어있었다. 그 그림 하단에 그 극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신 102명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 넣었는데, 치과의사, 의사, 공무원, 방송국 관계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소극장 건립에 아낌없이 자신의 정성을 내어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늘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였다. 특히나 아주 많은 치과의사들이 동참하였다. 그리하여 2005년 2월 1일 마카 소극장을 개관하게 되었
책과 노닐다. 기자들의 BOOK 리뷰 ‘일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 린다 그래튼 지음 인도의 뇌 전문 외과의사인 로한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지 않는다. 그는 2025년의 다른 많은 전문직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하루의 대부분을 자택 사무실에서 보낸다. 그는 원거리 영상회의 방식 중 하나인 텔레프레즌스를 이용해 중국 현지 의료진과 함께 뇌출혈 환자를 수술한다. 로한은 자국의 언어로 말하며 수술을 이끌지만 그의 말은 자동으로 현지 언어인 광둥어로 통역된다. 그는 일주일 내내 칠레, 영국 등지의 동료와 일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자택에서 거의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다국적기업에 다니는 질은 잠에서 깨자마자 밤사이 전 세계 동료와 고객들이 보내온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대신 아바타를 손보고 화상회의를 시작한다. 그녀는 회의 틈틈이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고 스마트 기기로 중국과 인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는 동료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오후에는 회사에서 마련한 공동 사무실인 오피스허브에 출근하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들 가상공간이나 화상통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