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두 군데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도착한 새로운 곳. 청주는 느껴보지 못한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충북의 도청 소재지답게 도시다운 모습을 갖춘 이곳은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정도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시에 살 때 받을 수 있는 답답함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청주는 4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그 중 한 곳의 보건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구’ 라는 행정단위를 몇 년 만에 다시 들어보게 되어 새삼 도시에 왔음이 다시 느껴졌다. 일하게 된 곳의 뒤쪽에는 아담한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수암골 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청주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청주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어 더욱 알려진 곳인데 수암골 전망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렇게 야경을 감상한 후 멀리서 보았던 시내의 번화가들을 직접 한번씩 찾아가보는 것도 도시에 있게 된 재미라고 할 수 있었다. 근교에 이용하기 편리한 공항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 새롭게 조성된 과학단지 등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내를 조금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글을 현역 부장판사가 썼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는데, 그가 아파트 층간 소음(層間騷音)에 열 받아 주차 중인 위층 집 자동차 열쇠구멍에 이물질을 넣었다는 뉴스에 재차 놀랐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에 공감하며, 우리보다 별로 나아보이지 않는 일본이 세계 어디를 가나 대접받는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인간의 됨됨이는 고등교육 여부와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뜻이다. 지난 22년간 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사실은, 대한민국의 소송건수가 인구대비 일본의 16배가 넘고, 최종심까지 가는 비율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관청에 계속 민원을 넣어 119 구급대원을 포함한 소방서원이나 아파트 경비원을 괴롭히는 일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법률을 초월하여 타협과 조정으로 국민화합을 이루어달라고 표를 찍어준 정당·정치인마저 사법부에 제소를 일삼는 ‘소송공화국’, 이것이 바로 학력과 대학진학률이 세계 제일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1월 말 인터넷신문 ‘Dentin’의 고정칼럼 ‘거꾸로 보는 세상’에 ‘직접민주주의와 당선무효소송’ 이라는 글을 썼다. 평생 반대해온 회장직선제의 폐해가 ‘소송’의 형태로 나타
로버트 프로스트는 ‘단풍 든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을 노래하고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소피스트인 프로디코스 이야기(Horai) 역시 ‘두 갈래 길’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의 <회상>(Memorabilia) 제2권에서 전해지는데. 이 이야기는 대충 다음과 같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젊은 헤라클레스가 어떤 ‘인생항로’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아포리아(aporia; 난관)에 빠진다. ‘아포리아’란 길이 꽉 막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 키가 큰 두 부인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 한 사람은 예의 바르고 고귀한 모습을 하고 하얀 의복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이것은 aretē(덕)이다. 또 한 사람은 그녀를 편드는 쪽에서는 eudaimonia(행복)라고 부르고, 그녀의 적으로부터는 kakia(악덕)라고 불린다. 이 여자는 풍만하고, 유려하고, 화장과 같은 수단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높이고, 허영의 눈으로 자기의 그림자를 응시하고, 비치는 옷으로 남자의 관능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두 여자는 번갈아가며 헤라클레스에게 오랫동안 말을 걸고 그
회장단 선거무효라는 초유의 사태가 결국 재선거라는 형태로 귀착됐다. 치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일 전체 회의를 열어 회장단 재선거 날짜를 오는 4월 5일로 결정했다. 이 같은 일정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재선거 시행을 위한 선관위 측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졌다. 지난 13일 선관위가 발표한 ‘제30대 치협 회장단 선거무효 선언 및 재선거 공고’에 따르면 19일 선거인명부 열람과 함께 회원들의 재선거 참여 과정이 본격 시작됐다. 특히 13일 열린 치협 임시이사회에서는 재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선거권 자격의 판단 기일, 선거인명부의 확정 시일을 선거일 15일전으로 조정하고, 선거방법 결정 기일도 선거명부열람 개시일 전까지로 하는 등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지난 선거 당시 논란이 됐던 선거인명부의 후보자 공유 역시 이번에는 허용될 전망이다. 이는 회원들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선거관리 행정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구축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로 해석된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 과정의 제도적, 운영적 미숙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치러지는 재선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선거 관리 방향의 초기 설정은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투표권
내가 전공의 과정을 마친지가 25년도 더 지났지만 난 그날 아침 덕수고등학교 앞에 서 있었다. 시험을 보지말까 끝까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험장앞에 서 있는 내가 대견 스러웠다. 개업한지 20년이 넘어 이제 매너리즘에 빠져 처음 개업하고 첫 환자를 봤던 그 기대와 설레임은 어디에도 없고 언제 이 고생이 끝나나, 언제 나 한가하게 여행이나 하며 팔자 좋게 지내볼까하는 나태하고 불성실한 내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 의국에서 시험대비 논문 목록이 왔을때 이 메일을 열어 보지도 않고, 나에게 전문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며 회의적은 생각을 가졌었다. 이제 하나 둘씩 은퇴하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은퇴하나, 은퇴나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전문의 시험은 나에게 무의미한 일로만 생각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에 국시원에서 시험응시를 알리는 문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냥 시험이나 한번 봐 보자 하는 마음에 전문의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보니 이제 밀려오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날마다 시험 보는 꿈을 꾸게 되고, 꿈에서 내가 모르는 문제만 잔뜩 나와 매번 시험을 망치는 그런 꿈을 꾸
덮개 모서리는 반사면보다 아래에 있어야 함 반사면의 이미지는 변형이 없어야 함 세척, 소독, 멸균 100회 실시 후 변색, 부식 등이 없어야 함 구내 거울 덮개에는 제조자명과 크기가 표기되어 있어야 함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소위원회(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해당 소위원회 중 손 기구(Hand instrument)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8이다. WG 8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주한 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 치과의사인 Dr. Shannon E. Mills(Previser사 부사장)가 역임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손 기구 중 치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2017년에 제3판으로 개정되어 발행된 구내 거울(치경)에 대한 국제표준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구내 거울에 대한 국제표준은 ‘ISO 9873 Dentistry - Intra-oral mirrors’로, 1998년 2판의 명칭인 ‘Dental hand instruments - Reusable mirrors and
子張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자장문정, 자왈: “거지무권, 행지이충.”)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자리를 맡으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논어, 안연편> 倦(게으를:권)에 마음이 꽂혔다. 게으름이란 人(사람:인) + 卷(책:권)이 합하여 생긴단어이다. 사람이 책을 가까이 하면 게을러지는 것일까? 倦(권)이라는 한자를 만든 사람은 책만 읽고 땀 흘리는 일을 하지 않는 주인을 모시고 사는 머슴일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倦(게으를:권)자를 통해 내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서 땀을 흘리며 먹거리를 찾아 헤맨 적이 있었는가, 타인을 위해 땀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묻는다. 치과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나는 치과의사였다. 예과 1학년 때 진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예비 치과의사라는 명분으로 실습용 흰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선배들 주위를 맴돌았다. 본과 3학년 때 치과대학 학생회 차원에서 처음 농활을 하였다. 농노 확장 및 보수 공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하루 종일 땀을 흘렸다. 저녁에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 1년차
1508년. 그의 나이 33세.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 피렌체에서 그는 자기보다 스물 셋이 많은 이미 당대 최고의 미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성에 버금가는 업적을 이루고 있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그에게 시스티나 채플이라고 불리는 예배당의 궁륭형 천장에 그림을 그려 넣을 것을 제안한다. 사실 제안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이 예배당은 1481년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명을 받아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을 본떠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는 교황의 주문을 받지 않으려고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바로 4년 전 교황은 그를 로마에 초청하여 기독교 세계의 대왕에 상응하는 자신의 영묘를 세우게 했다. 조각가인 그를 매료시키기에 이 보다 더 야심찬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는 당장 피렌체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떨어진 카라라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대리석 채석장으로 달려가 이 거대한 영묘를 장식할 대리석 석재들을 선별하는데 6개월을 보낸다. 그리고 로마로 돌아와 작업에 착수하여 40여점 이상의 영묘 조각과 청동부조들로 교황의 무덤을 꾸밀 계획을 세웠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신축공사에만 열을 올릴 뿐이었다. 그는 교황이 영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은 가득 충전되어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거의 다 쓰게 되고 밤에는 다시 충전을 해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지만 저녁에는 녹초가 되고 밤이면 방전되어 버리고 맙니다.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오늘은 일을 마치고 독서를 좀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 달 넘게 전문의 시험준비 때문에 평상시처럼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습관처럼 읽는 15분 독서는 계속 했습니다. 그랬더니 딱 3권은 읽게 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15분이 넘는다면 어차피 하루종일 만지작거릴 스마트폰 잠시 접어두고 아침시간에 독서해보세요. 조금은 다른 하루가 시작되실 수
대학에 입학해서 교양영어 시간에 배웠던 영어책의 제 1장에 있었던 에세이의 제목이 “The Show Must Go On”이었습니다. 교과서에 있던 에세이의 제목이 27년이 지나도록 제 머릿속에 이렇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에세이의 저자인 Harry Golden은 말합니다. “연극을 하는 배우들은 가슴 속에 어떤 슬픔이 있어도 무대 위로 나아가 연기를 한다. 그런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박수를 받을 사람은 배우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슬픔을 가진 채로 자신의 일을 계속해나간다. 모든 사람에게 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연말연시에 경과규정의 전문의 시험을 비롯하여 직장에서, 집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생기면서 한 해의 정리나 새해결심 따위는 해보지도 못하고 정신없는 두어 달을 보내며 문득문득 떠올렸던 문장이 “The Show Must Go On”이었습니다.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돌보면서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이리 저리 터진 일들을 처리하려니 머릿속엔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라 집중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려다가도 걱정거리가 떠올라 고민을 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 입에서 올해는 금연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음식점, 카페, 당구장에서도 금연구역을 설정하고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금연을 할 것 이라는 기대가 무색하리만큼 성공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 국가에서 금연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2013년 12월 발표된 “단순포장법”은 담뱃갑 포장을 단순화하고 경고사진 크기를 키워 흡연욕구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출생자들이 만 18세 성인이 되는 2018년부터 공식 발효되는 초강력 규제법안은 2000년 이후 출생한 사람에 대해 담배 판매를 금지하여 평생 흡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의 담뱃값은 25개비 한 갑에 17호주달러(2만원)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며 성인흡연율은 16%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애연가들이 많은 프랑스의 경우는 2008년 제정된 금연법은 공공장소 및 폐쇄공간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한다. 2016년 5월부터 판매소를 제외하고 전자담배 광고가 전면 금지 되었다. 다만 길거리는 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