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에 열린 ‘스마일 런 페스티벌’ 때의 일이다. 내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던 금연 홍보 부스에 막 마라톤을 마친 젊은 부부가 찾아 왔다. 남편은 담배를 끊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항상 금연에 실패했노라고 나에게 넋두리를 하였다. 곧이어 구강 내 일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했더니, 상당히 높은 수치가 나와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랐다. 남편은 자기 부인에게도 와서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라고 했지만, 한걸음 떨어져 있던 부인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 부부가 돌아가고 30분 쯤 지났을까, 슬슬 부스 정리를 시작할까 했는데 아까 봤던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 남편은 자신이 담배를 끊은 줄 알고 있어서 아까는 하지 않았다며,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향후 1, 2년 내에 임신 계획이 있는데 흡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그녀에게, 나는 대략적인 금연 프로그램의 내용과 금연 클리닉을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약물치료가 있는지는 몰랐다며 약물치료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 왔다. 아무래도 대놓고 흡연을 하지는 않다 보니, 오히려 유익한 금연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다 가끔 사랑니 근처 잇몸이 붓고 치아 상태도 걱정이라 하기에 ‘금
“5만 명이 운집한 웸블리 스타디움엔 환희의 소용돌이가 일었고, 그는 스탠드를 가리킨 뒤 자랑스럽게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한 일본 언론이 지난 5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터뜨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중거리포를 보도한 문장이라며 아들이 보여주었다. 함께 봤던 경기여서인지 실감이 났다. 축구팬이라기보다는 축구팬의 엄마일 뿐이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 곁에 앉아 헤어스타일로 선수 이름 맞추기를 하며 보내는 형편이라 골 장면 정도는 되어야 기억이 나는 것이다…하하하. 불과 몇 분전에 웨스트 햄의 오비앙이 성공시킨 엄청난 선제골로 0:1로 리드 당하고 있었던 토트넘 이었다. 패스를 받았을 때 상대 미드필더 3명과 수비수 5명 등 8명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손흥민은 눈앞의 작은 공간으로 살짝 트래핑 한 뒤 바로 오른발로 대포알 같은 30m 중거리슈팅을 했고,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가는 공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캐스터는 “손은 마치 페드로 오비앙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눈부신 골을 보여주네요! 오늘 밤 웸블리에는 슈팅스타들이 즐비하군요!” 라고 소리쳤고, 관중석의 한 팬은 두 살 쯤 되어 뵈는 아들(또 한명의 팬
어느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상이 있다. 그런 사상이 철학이라는 것으로 정립되어 후대에 전해지고 지금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책으로 접하다 보면 정말 그 시대에는 이런 생각으로 살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럼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사상은 무엇일까? 현재를 이끌어가는 사상과 철학은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현재의 사상과 철학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일까?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학 바람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의문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르네상스 이후 약 500여 년간 우리는 전문가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전에 직업군들이 점차 세분화 되면서 전문가 집단에서도 또 세부 전문가를 만들어 내고 거기서 또 세분화 작업을 해왔다. 학문이나 문화에 대한 이러한 작업은 깊이를 더해가며 발전을 해오는 방법론적으로 굳어져 왔다. 마치 수학에서 미분이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서 답을 찾듯이 말이다. 학문에 있어 이런 방향으로 가야만 발전이 있다는 명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에는 적분이라는 것이 있다. 쪼갠 것을 다시 모으고 모으는 작업이다. 요즘 들어서 대중은 전문가들에게 과거 중세 이전의 지식인의 모습을 요구
고대 서양 관상학에 가장 영향력을 끼쳤던 ‘아리스토텔레스 이름’으로 알려진 《관상학》(Phusiognōmonika)은 그의 진작(眞作)이 아니다. 페리파토스(소요학파) 계열의 ‘짝뚱(Pseudo)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세기경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관상학이 성립하는 기본 전제는 “영혼과 신체는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하며, 영혼의 상태의 변화는 동시에 신체의 형태를 변화시킨다(《관상학》 808b12-14)”는 것이다. phusiognōmonika란 말은 phusis(자연, 본성)와 ‘알다’, ‘판단하다’, ‘해석하다’를 의미하는 gnōmōn이 결합되어 생겨난 말이다. 재미난 사실은 ‘신체의 표지를 보고 성격을 판단해 낸다’는 phusiognōmonia란 말이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에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kratēs)에게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그 말이 사용된 맥락은 심리적 성격과 외관과의 상호관계가 아니라, ‘정신적 활동과 생리학’(physiology)의 상호관계였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윤리적 성격’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인간의 성격과 인간의 생김새 간에 있을 수 있는 모종의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따져보았다. 의사들은 관상을 통
▶발치 겸자는 유형 번호[기능적 번호]로 명명 ▶부리, 관절 및 손잡이의 형태에 따라 디자인을 분류 ▶유형 번호를 발치 겸자에 지워지지 않게 표기 치과진료에서 많이 사용하는 발치 겸자에 대한 한국산업표준(KS)은 국제표준(ISO)과 동일하게 국제조화하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 KS P ISO 9173-1:2016 치과 - 발치 겸자 - 제1부 일반 요구사항 - KS P ISO 9173-2:2010 치과 - 발치 겸자 - 제2부 명명 - KS P ISO 9173-3:2014 치과 - 발치 겸자 - 제3부 디자인 이중 제1부는 한국이 두 번째로 제안했던 치과 표준으로 2016년 9월 15일에 국제표준 ‘ISO 9173-1:2016 Dentistry - Extraction forceps - Part 1: General requirements’로 승인 발행되어 2016년 12월 22일 치의신보 본 란에 게재되었다. 발치 겸자는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구로 SC 4/WG 8 Hand instrument(손 기구)에서 제정, 개정 및 폐지를 다루고 있으며, 그 제조 및 구입 시 숙지해야 할 사항을 지난 시간에 이어 정리한다. <
소통(疏通)의 사전적인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과거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 소통은 상호관계를 원만히 하고 나아가 발전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 어휘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돼 오고 있다. 하지만 흔한 사용 빈도에 비해 진정한 쌍방향 소통을 이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임기 초반부터 회원과의 소통을 강조해 오던 치협 집행부가 지난해 말 충남지부 간담회 이후 2018년 새해 회무의 시작을 강원지부 회원과의 소통으로 시작했다. 두 지부 간담회를 통해 치협은 치과계 밑바닥 민심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회원들은 치협의 회무 방향을 직접 듣고 이해하는 자리가 돼, 소통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 이어 18일에는 대전지부 간담회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지부 순방은 정례화 틀을 갖춰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치협의 이 같은 행보는 취임초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치협 집행부는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일선 지부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했으며, 지난 10월 21일 회원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2017 KDA 오픈 하
정초 연휴에 짧은 여행을 다녀온 실장님이 감사하게도 ‘고디바’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 벨기에 초콜릿은 작은 조각 하나가 밥 한 그릇 보다 비싼 고급 초콜릿이라 저도 여행가서 한 번, 그리고 이번에 선물로 두 번째 먹어보았습니다. 예쁘게 싸여진 금색포장지를 벗기면 짙은 갈색의 향이 진한 사각 초콜릿이 나옵니다. 처음 먹었을 때는 부드럽고 향이 정말 진하고 달면서도 쌉싸래한 맛있고 좋은 초콜릿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먹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습니다. 전에 먹을 때는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먹었고, 이번에는 추운 원장실에서 지친 몸으로 혼자 몰래 먹어서 그랬을까요? 고디바 초콜릿 조각에는 말을 타고 있는 나체의 여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여인이 초콜릿의 모델이며 주인공인 레이디 고다이버입니다. 11세기 영국 중서부의 코번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인 레오프릭 백작은 주민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영주의 아내 레이디 고다이버는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영주는 어림도 없다고 거절하면서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내를 한 바퀴 돈다면 모를까”라고 농담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영주는 불가
2018년 치과 ‘금연치료’ 활성화를 위해 치협 금연특별위원회 위원 혹은 금연특위 추천을 받은 치과의사들의 글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치과계에 금연치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금연치료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편집자주>. 돈은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가 없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희망일 것이다. 치아는 일차 소화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먹는 즐거움, 특히 씹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말을 할 수 있고, 얼굴의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치아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이다. 또한 밝은 미소,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는 좋은 인상을 만드는 기본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치아는 사회생활에 자신감을 더해주는 요건이다. 건강관리에도 뺄셈과 덧셈의 수학원칙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나쁜 행동이나 식습관, 버릇 등을 버리고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을 더하는 생활이 요구된다. 뺄셈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고 사료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서 평균 수명 100세를 눈앞에 둔 마당에 건강한 삶이 중요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고통 수명을 높여
부지런하고 감성 충만한 분들의 사진을 알람삼아 맞는 기쁜 아침, 오늘의 취향저격 최종병기 사진은 눈 내리는 밤의 전철역부근 정경이다. 바삐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한 소녀가 버스 정류장 지붕 밑에서 손바닥 위로 눈을 맞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려오는 눈송이들과 줄지어 늘어선 가로등 불빛은 서로 어울려 마치 별처럼 빛난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란 박인환의 詩가 떠오른다. 상심하여 詩人의 가슴에 혹은 소녀의 손바닥 위에 떨어져 가벼웁게 부서지던 별은 오오, 그러니까 바로 눈이었던 거였다. 꽃처럼 별처럼 빛나다가 땅이나 몸에 닿으면 사라지는 하얀 눈을 경험하지 못하는 곳에선 (화가는 몰라도) 詩人은 나오기 어렵다는 말을 믿어야 하려나보다. 오늘은 밥 시거의 노래를 틀어놓고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흰 눈처럼 폭신한 그의 목소리가 목마와 숙녀를 낭송하는 환청이 들리는 느낌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라는 구절은 그대로 영화 ‘인터스텔라’로 이어져 STAY란 단어로 가슴에 별처럼 남았다. 일단은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980년대에 초등학교(당시 명칭으로는 국민학교)를 다녔던 저로서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달에 기지가 생기고,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멘델의 전기를 읽고 유전공학자가 꿈이었던 저는 나무에는 사과가 열리고 땅 속 뿌리에서는 고구마가 열리는 상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대여서 그런지 바닷 속에 도시를 건설한다던지, 지하에 도시를 건설한다던지 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할 영토를 넓히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18년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날으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현대 기술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양산기술을 완성한다던가, 경제성을 갖추는 일은 아직 먼 이야기로 보입니다. 날으는 자동차의 예가 기술의 발전 보다 경제성이 현대사회의 변화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경제성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니 혁명적인 기술의 개발도 있을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경제성에 따라서 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화성이주를 목표로 하는 사업가가 생겼지만, 저와같은 일반인에게 아직 우주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습니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제2권 첫머리에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아버지에게서 오랜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자, 이타카의 귀족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소집한다. 그리스 원어인 ‘라온 아게이렌인’(laon ageirein)이란 말은 ‘군대를 아고라로 소집한다’는 의미이다. 라오스(laos)란 말은 본래 미케네 시절의 전사들의 회합을 가리키던 말이다. 전사들은 군사적 형태, 즉 원을 그리면서 소집된다. 오늘날 군대의 명령자가 자신의 부대원을 소집해 명령을 내리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들은 이 원을 이세고리아(isēgoria)라고 불렀고, 여기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equal freedom of speech)가 주어졌다. 말하자면 이곳은 공개토론을 하기 위한 공공의 장소인 셈이다. 이 전사들의 모임을 구성하는 ‘평등한 자들’의 집회는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중심을 둘러싼 원형적 공간을 이룬다. 이 고대의 군사적 집회의 성격이 도시국가로 이어져 ‘아고라 문화’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 광장에서 모든 시민들은 자신과 관련된 온갖 문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 이 토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