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고가 언제 지면에 실릴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마감일인 오늘은 2025년 1월 2일로 새해가 밝은지 이틀째 되는 날입니다. 어제인 1월 1일에는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집 근처 해변에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사실 저는 인파가 몰린다는 얘기만 들어봤지 실제로 목격한 것은 처음입니다. 매일 뜨는 태양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에 수년째 동쪽 바다를 코앞에 두고도 해돋이를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올해 무슨 특별한 기대가 있어 해돋이를 본 것은 아닙니다. 아내의 초대로 새해맞이 겸 강릉을 방문하신 부모님의 해돋이를 안내하려다 보니 덩달아 멋진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태양이 수평선 너머에서 떠올라 점차 밝은 빛을 산란하기까지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지난 한 해의 소회와 앞으로의 기대를 그렸습니다. 동해안에서의 생활을 슬슬 정리하고 하반기쯤 터전을 옮길 계획을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보니, 이번이 집 앞 바다에서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새해 일출이겠구나 싶어 시원섭섭한 마음이었습니다. 2025년은 제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몇 년간 새 가족이 생기는 과정에
2024년 12월 말에 건정심을 통과한 지르코니아 급여 확대는 치과의료 현장의 실태와 요구를 반영한 결정으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2014년에 75세 이상 50% 본인 부담으로 시작된 임플란트 급여 적용은 2015년 만 70세 이상, 2016년에 65세 이상, 2018년에는 본인부담금을 30%로 인하하여 보장성을 확대하여 왔으나 상부 보철물은 PFM으로 제안하여 급여하고 있었다. 치과계 의료 현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ICT, CAD/CAM의 비약적 기술 발전과 보급 확대로 2014년 PFM만 보험적용 당시와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되었다. 이에 보험위원회는 발 빠르게 보철학회에 “보험 임플란트 보철 수복재료로서 지르코니아 효용성 연구”를 의뢰하여 의학적 타당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대체가능성, 사회적 요구도 등 학문적 기초자료를 확보하였고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73차 대의원총회에서는 보험 임플란트 상부보철물에 PFM 동일가격으로 적용되는 안을 77.6%로 찬성 의결되어 2025년 2월부터 지르코니아 보철 수복이 급여 대상이 되었다. 치과계의 단일안 도출, 학회 연구 보고서, 기초자료 보고서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지부와 심평원에 급여 확대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치과의사의 일상은 대부분 정확성과 반복을 요구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며, 정밀한 손길로 치료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은 체계적이고 계산된 움직임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 속에서도 창의력과 혁신이 요구될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거나, 환자와 더 나은 소통을 위한 방식을 고민할 때, 무엇보다도 창의력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창의력의 뿌리는 바로 상상력에 있습니다. 상상력은 단순히 생각의 유희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한된 현실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책은 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글 속의 세계를 머릿속에 그려야 합니다. 단어로만 제시된 풍경, 인물, 그리고 사건을 자신의 방식으로 상상하며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은 영화나 시각 매체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책을 읽으며
큰딸의 법무팀장 승진기념으로 안식구가 사준 카디건을 그만 손녀에게 빼앗겼다(?)고 한다. 새 것을 사주려고 큰마음 먹고 들린 백화점에서 낯익은 이름을 만났다. 소쉬르(Chaussure), 분명 프랑스어인데 국산 수제구두 가게다. 알파벳은 조금 달라도 기호학의 창시자로서 구조문학 이론을 탄생시킨 스위스 Saussure와 이름이 같다. 유럽 이름은 찰스 칼 카를로스 샤를르가 같고, 피터와 페드로도 한 이름 아닌가? 상품이든 예술작품이든 간에 이름이 같거나 울림이 크면, 그 친숙성(Congeniality)이 사람의 눈길을 끌고 인기를 보장한다. 작가가 글을 쓰거나 회사에서 신상품을 기획할 때 이름 짓기(Naming)에 골몰하는 이유다. 우주선 개발계획에 관심 모으기와 예산확보를 위한, 미 항공우주국의 멋진 이름짓기를 칼럼에 쓴 적이 있다(1995.12). 한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전령(傳令)은 머큐리계획, 두 사람 태우기는 쌍둥이 별자리인 제미니, 달 착륙용 3인승은 세 바퀴 수레를 탔다는 아폴로의 이름을 붙였다. 옷을 사면서 “둘째에게는 수제구두 한 켤레 사줘야지.” 마음먹었다. 치문회(齒文會) 월례모임에서는 서로의 글을 평하고 바루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지난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우울(憂鬱, depression)이란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나 노화에 따른 호르몬의 분비 변화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이 사라지는 등의 의욕 저하와 집중력 및 기억력이 감소하며 초조나 좌불안석으로 불면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식욕과 체중 변화는 물론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과 낮은 자존감에 따른 죄의식으로 자살 충동의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대개 이러한 우울은 성인기 초입에서 시작되며 재발 빈도가 높다. 국내 노인의 우울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점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울이 노인의 구강관리를 포함한 일상생활습관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에서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호작용에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노인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최근의 몇 가지 보고들을 고찰하면서 약간의 지견을 약술하고자 한다. 노인 우울: 구강질환 악화 먼저 노인에서 우울이 구강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울이 구강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칫솔질이나 치과치료를 제때 못하게 하여 구강건강을 방치하게 하거나 심지어
2025년, 대한민국은 역사적 전환점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평균 수명 83세를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65세에 불과하다는 통계(대한민국e-나라지표)는 우리에게 깊은 숙제를 던집니다.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치과계는 구강 건강이라는 영역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장수의 열쇠를 쥘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24년은 사회적으로 큰 도전과 어려움이 가득한 한 해였습니다. 계엄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치과계는 흔들리지 않고, 중요한 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의 구강관리 평가지표 신설은 치과계가 초고령사회의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뜻깊은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건강수명의 연장에서 시작됩니다. 대한노인회 회장님께서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논의이지만, 숫자만 바꾸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건강수명이 65세에
연말 아니랄까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뜨겁디 뜨거운 불장을 보이고 있다. 본인은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느라 그저 손만 쪽쪽 빨고 구경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주식과 코인에 투자한 동기들은 하루하루 얼굴이 펴지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는걸 보며 복통이 심하게 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몇달 전에 급전이 필요해 180달러에 정리했던 테슬라 주식이 12월 18일 현재 신고가를 경신하고 479달러에 이른걸 보며 왜 흡연자들이 답답할 때 줄담배를 피워대는지 처절히 이해하게 됐다. 급등한 테슬라뿐만이 아니라 올 한해는 전반적으로 미국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S&P지수는 12월 18일 오늘 기준 연중 27.57% 상승했다. S&P 지수의 지난 51년간 평균 수익률이 약 10% 남짓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특히 원화로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특성상 국내 증권사에 상장된 S&P 500 지수 추종 ETF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환율 역시 급등하는 바람에 환율상승분까지 고려한다면 약 4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얻었을 것이다. 시장평균수익률이 40%에 이른다는 것은 곧, 올
2025년은 푸른 뱀 을사년(乙巳年)이며 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을사년하면 자동적으로 따라 붙는 120년 전의 을사늑약(을사조약)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망국의 치욕과 대일 증오의 상징으로 각인되었고 해방 후 증폭되어 한국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대를 이어 핏속에 흐르고 있다. 갑신정변(1884)실패 이후 소수의 젊은 개화파들은 절멸되고 십년의 세월을 외척 세력과 수구파들의 득세로 개혁 개방은 멀어지고 청일전쟁(1894), 을미사변(1895), 아관파천(1896), 대한제국 선포(1897)에 이어 불과 8년 만에 사실상 국가 주권이 박탈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나라의 지식인, 리더다운 리더는 아예 없었으니 조선반도를 차지하기 위한 국제 파워게임을 알 수가 없었다. 영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great war 상태인 국제 정세를 오판한 무능한 국가 지도자, 근대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부재와 불능, 부패, 재정 파탄, 국민들의 총합적 무지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가 을사늑약이다.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시대의 국가 명운을 건 최우선 국가 정책은 부국강병과 절묘한 외교 정책이어야 하는데 시대착오적인 주자 성리학의 굴레에 얽매여 있던 조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서울 번화가에 개업한 김 원장에게 어느 날 28세 여성 환자 이 씨가 찾아왔다. 막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 씨는 결혼을 앞두고 교정 치료를 받고자 한다. 의뢰인 상담에서 교정이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하는 이 씨의 인식에 김 원장도 동의했으며, 장안모의 골격성 2급 부정교합이라 발치 교정을 하기로 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이따금 생각나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남자가 산에서 나무를 하다 요정을 구했다. 그 보답으로 요정은 남자에게 세 가지 소원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남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터이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좋을까. 큰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고도 소원이 둘이나 남는다. 바랄 수 있는 것이 무한히 많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이내 대단한 소원에 대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의 일상이 몹시 고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과 함께 둘러앉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두고 그는 “여기 소시지 한 묶음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원을 빌어버리고 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시지에 남자도 부인도 깜짝 놀랬다. 남자는 요정과의 일이 생각나 부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인은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기쁘기보다 화가 먼저 났다. 그렇게 귀중한 기회를 칠칠치 못하게 소시지 따위에 낭비하다니. 부자가 되면 소시지 따위는 몇백 묶음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부인은 화가 나서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따위 변변찮은 소시지는 당신 코에나 붙이시지.“ 이번에도 요정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제 남은 소원은 단 한 가지 뿐 이었다.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