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10여일 남았지만, 조용하기만 하다.흩날리는 눈발처럼 신문 머릿기사나, 뉴스속보나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의혹, 재벌3세의 땅콩리턴, 권한 있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들, 떠나보낸 사람들….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은 생전에 고인이 우리사회에 남긴 메시지와 함께 의료사고 문제라는 심각한 현안을 부각시켰고, 생활고 때문에 세상을 등진 세 모녀사건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줬다. 4·16 세월호참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새로 부임한 슈틸리케 축구감독의 키워드는 “배고픔.” 열정을 가지고 맡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절실함’을 배고픔으로 표현한 감각이 참 신선하다는 느낌인데, 어느새 우리는 배고픔의 절실함도 초등학교때 할아버님과 선생님에게서 배운 온돌방의 도덕도 잊어버렸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배고픔을 맞바꾼 세월이랄까? 기억하기조차도 싫은 올초 부산외대 사고나 세월호참사 등에서도 교훈하나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재벌과 그 자녀들이 “땅콩리턴”같은 살벌하고 황당한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도 배고픔과 가난한 마음의 겸양을 모
치료(治療)란 ‘병이나 상처를 다스려서 낫게 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영어로는 treatment, cure, therapy, care 등으로 표현 가능하다. Treatment는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한 일련의 의료과정이나 시술을 말한다. Cure는 treatment를 통해 병이 완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완치라는 표현은 아마도 질병이 생기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매일의 임상에서 하고 있는 의료 행위는 과연 어디에 해당되는 것일까? 매일 매일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사실 치과질환에 대한 치료는 신체의 일부분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cure’는 결코 아니다. 질병으로 손상된 치아조직을 질병이 더 이상의 확산이 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또 정상기능이 가능하도록 대체 복구시켜주는 수복 혹은 대체(Prosthetic Work)의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치과치료는 많은 경우 일정 부분 이상의 신체조직이 손상된 경우에 진행되며 따라서 치과치료는 질환의 중기 이후에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질병이 중기이상으로 진행되기 까지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을까? 정기검진을 시행하여
세상을 보는 틀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정물이나 풍경을 화폭에 담기 전 화가는 먼저 엄지와 검지로 자기만의 프레임을 이리저리 만든다. 같은 대상이라도 화가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것은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부 프랑스 아를에서 함께 지내던 시절 고호와 고갱이 그린 의자 그림은 프레임에 따라 그림이 얼마나 상반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고갱을 붙들어두려는 고호와 지긋지긋한 아를을 벗어나려는 고갱의 서로 다른 속마음만큼이나 같은 의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다. 세상을 대하는 관점, 인간에 대한 인식,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프레임이 제각각인 마음의 창 때문이다.인간의 마음과 행동과정을 다루는 심리학은 최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 분노 등을 약물이나 상담을 통해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주된 관심이었다. 그러나 1996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셀리그만 교수는 심리학이 인간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프레임의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제안하였다. 인간의 긍정적이고 창
구회에서 공부모임을 가졌다가 중단된 상황에서 선배 선생님께서 구회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주시겠다고 원하셨습니다.치과의사이지만 치과의사가 되고나서 무언가 미흡한 부분으로 인한 갈증으로 오랜시간 방황을 했고 그래서 강의를 듣고 오랜 시간동안 얻었던 인문학적인 자신의 지식을 나누어주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그렇게 해서 구회 여러 선생님들께 연락을 했고 그중 17분께서 용의가 있다고 하셨고 우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기로 하신 4분의 선생님과 함께 모임을 가졌습니다.치과의사로서 성공한 인생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선배 원장님께서 모두에게 물어오셨습니다. 제 차례가 될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그래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성공적인 인생을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제 어디로 둘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을 성공이라 해야 할까? 보통은 이 시대에서는 그렇다입니다.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저는 저의 작은 점빵같은 치과에서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가
2010년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로 열풍이 불었고 2014년에는 광고에 나온 배우 김보성의 ‘의리(義理)’ 연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열광하였다. 두 단어에 공통적으로 ‘의’가 들어 있고 신기하게도 치과치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의치(義齒)’에도 사용된다. 이 정도면 옳을 의(義)자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의’는 양 양(羊)과 나 아(我)가 합해져 ‘내 마음씨를 양처럼 착하게 하면 바른 길을 걷게 된다’라는 것에서 비롯된 문자라 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절대 너의 양을 탐내지 않음으로써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다는 뜻이다. ‘의’가 상형문자라는 의견도 있는데 손(手)으로 무기(戈)를 이용하여 양고기를 고르게 잘라 나누는 모습이다. 즉 공정한 원칙에 입각한 분배를 통해 사회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뜻이다.한글 틀니와 영어 denture에 해당되는 한문 의치(義齒)를 한자의 뜻으로 알아보자. ‘옳을 의’로 해석하면 모든 이치에 적합하게 잘 만들어진 치아로 풀이되고 ‘해 넣을 의’를 대입하면 상실된 치아를 해 넣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가짜’란 뜻으로 설명하면 가짜이지만 본래의 치아와 거의 똑같은 치아를 제
의학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근로기준법은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100시간이 훨씬 넘는다. 치의학 전공의의 경우 환자와의 대면 진료시간에 더하여 기공물 제작, 동물 실험, 연구발표준비와 같은 업무가 가중되어 그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의무를 초과하는 비정상적 근무관행은 피교육자인 동시에 병원의 고용자라는 이중적 신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난 3월 공포되어 시행에 들어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은 근로시간과 같은 물리적 요인 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 여건에 대한 교수와 병원 및 학회 등 교육공급자 사유의 전환을 요구한다. 전공의 수련과정은 이론교육과 체험(경험)교육이 접목되는 시기로서 실제 임상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함양을 바탕으로 하여 장차 경험할 문제를 미리 학습(high fidelity)하는 고
사람은 어떤 대상과 견주어 설명하고 비교를 할 때, 견주는 대상보다 상대가치가 떨어질 경우 당혹감, 분노,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기준이 언제부터인가 OECD가 되었고 그곳의 비교대상에서 헤어나려 무척 애쓰고 있는 현실을 봅니다. 보통 자살율, 이혼율, 출산율, 흡연율 등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못지않게 순위경쟁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특히 흡연율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이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금연진료에 다가서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성인 4명중 1명이 흡연자로 우리나라는 1000만명의 흡연자가 있으며 남성흡연율은 98년 66.3%에서 2012년 43.7%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성흡연율은 98년 6.5%에서 2012년 7.9%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OECD 가입국가중 스페인이(전체흡연율 23.9%)이 1위, 우리나라(전체흡연율 23.2%)가 근소한 차이로 두 번째로 많습니다. 남성흡연율만 가지고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제일 높은 국가라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흡연율을 30%까지 줄이기 위해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내년 1월부터 정
가을은 참 예쁘다.가을은 물들게 한다.가을은 배부르다.초목들이 여름의 기억을 벗고 하나둘 가을빛에 물든다.빨간빛 단풍들이 산꼭대기에서부터 야금야금 마을로 내려온다.가을은 참 고요하다. 할 말이 없고 입을 다물게 한다.무언가에 귀 기울이게 하는 가을은 참 고요하다.그런데 2014년 10월 우리 대한민국의 가을은 고요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입을 열어 소리치게 한다.국민 모바일 메신저나 다름없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이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온라인 게시물을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가가 추진한다고 한다.카카오톡은 주변의 지인들과의 소소한 대화가 오가는 곳이며 때로는 공적인 업무의 보조용 즉, ‘나’의 계좌번호나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 등을 주고 받기도 한다. 이러한 메신저의 특성상 한 사람의 대화록을 압수수색하면 대화방에 연결된 수많은 ‘나’의 정보도 함께 털리게 된다. 그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나중에 사용될 수도 있으니 안될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텔레그램으로 망명한 국민이 3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헌법은 모든 ‘나’들에게 사생활을 침범당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다.잠시 법률적인 용어를 생각해 본다. 감청영장은 실시간 통화,
7년 전 이맘때 나는 덴마크 오르후스로 한 달간 연수를 다녀왔다. 그곳 왕립치과대학 카링 교수의 초청을 받아서였다. 학교 지리시간에 배웠던 유틀란트 반도, 그 동쪽 끝 항구도시 오르후스는 인구나 면적으로 치면 우리나라 강릉시 정도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두 번째로 큰 대도시이다. 북위 56도의 북유럽에서 11월에 뜨고 지는 태양은 뭔가에 쫓기듯이 잠시 얼굴을 내밀고는 이내 사라져버린다. 오후 3시가 지나면 어둑해지고,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다. 게다가 체류기간의 절반은 온종일 부슬비가 흩뿌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오면서 ‘좀 더 두꺼운 내복을 가져올 걸’ 하고 후회한 날이 많았다. 그나마 어느 교수님이 ‘내복 꼭 챙겨가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챙겨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스산한 북구의 11월을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라면과 즉석밥은 큰 위로가 되었다. 쓸쓸한 추위를 이겨내는 데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 대단한 발명품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도 보름이 지나자 시들해지더니 김치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다. 포장 김치를 짐에 넣어 오지 않은 나의 오만과 불찰이 크게 후회되었다. 오르후스에 한국 식당이나 한국
매일 매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최근에는 제가 좋게 생각하는 세분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황 선생님께서는 참 따뜻하신 분이었습니다.혼자 간병을 해주시던 사모님의 일을 덜어드리려고 찾아 갔었지만 위중하셔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사모님과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멋진 모습의 선생님의 영정사진은 살아있을 때 황 선생님께서 항상 이야기해주신 조호성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것이었는데 너무도 푸근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습니다.추석이 되어 찾아뵈니 사모님께서는 튜브를 꽂고 병원에 누워있던 남편이 꼭 다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고 남편께서 자신은 떠난다는 말을 해와도 믿어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다정한 남편이었을까 좋은 치과의사 선배님인 것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한 분은 자신의 친구와 여동생으로부터 조금의 시간 간격을 두고 죽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미진한 관계로 치료도중 한 번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치료를 마칠 때까지 묵묵히 따라와 주셨던 분으로 특별히 모자란 저를 배려해주셨던 분입니다.어이없게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길에 주차카드를 뽑기 위
나찌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2차 대전이 종전되고 긴 세월이 흐른 뒤 1961년 이스라엘의 법정에 서게 된다. 15년의 도피생활 후 체포된 그는 50대 중반의 너무나도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법정에 서 있다.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맡겨진 일을 열심히 잘 한 것 외에는 나는 잘못한 일이 없다’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동 중에 혹은 수용소에 도착해서 효율적으로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를 만든 사람이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단 한 사람도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았다. 죽이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직원이었을 뿐이다.’ 이러한 주장으로 8개월 동안 재판은 지속된다. 지루한 8개월간의 재판을 꾸준히 지켜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에서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사람이다. 물론 근면성은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양심의 가책은 없었나?’라는 법정에서의 질문에 대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