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 정원균 <본지 집필위원> 치과의사가 대통령이 되는 꿈 몇 달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토요일에 필자는 선배 치과의사로부터 얼굴 한 번 보자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원주 지역에 큰 규모의 의료기기단지가 있는데, 선배 치과의사께서 이곳에서 회의가 있어 내려 오셨단다. 이 선배 치과의사는 워낙 바쁘셔서 좀처럼 뵙기 어려웠던 터라, 나는 그리운 마음에 한걸음으로 달려 약속 장소인 회의장 건물에 도착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밖을 서성이던 나는 느닷없이 관계자의 팔에 끌려 뭔지도 모르는 그 회의에 불쑥 참석하게 됐다. 회의 중간에 멋쩍게 자리를 한 필자를 선배 치과의사께서 자상하게 소개해 주셨다. 잠시 후,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이 네 명, 강원도와 원주시의 고위행정책임자들, 지방의회의 의장과 의원이 여러 명, 의료기기단지의 업체대표, 그리고 그 수십 명의 중심에서 선배 치과의사께서 회의를 주재하고 계셨다. 이 날 회의는 의료기기산업과 관련해 업체가 토로하는 법령 및 제도적 수준의 민원을 청취하고, 산업기반의 구축
월요시론강병철 <본지 집필위원> 고통과 함께 오는 행복 즐겁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이제 치과의사로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좋은 옷을 입을 수 있게 되고, 인테리어가 멋지고 서비스가 좋은 곳에서 비싼 술을 마시고, 마음껏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 안하고 PC방에서 게임하는 학생, 비교적 많은 액수를 걸고 골프하는 사람들도 그 순간에는 재미있고 즐거울 것이다. 다른 치과의사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비난 받는 네트워크 치과 경영으로 수입이 많아 생활에 보탬이 되고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멋있어 보여 어깨가 으쓱해지고 삶이 더 즐거워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즐거움이 행복일 수 있다. 그러나 즐거움이 끝나고 나서도 내가 한 일이 건전하지 못하거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는 즐거움이라면 그 즐거움이 끝난 다음에 꼭 후회가 오기 마련이므로 순간의 즐거움이 꼭 행복하지는 않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순간의 즐거움은 그 순간의 즐거움으로 끝나고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공허함, 약간의 외로움, 조금 후
월요 시론 허 택 <본지 집필위원> 애증의 이웃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이율배반적인 표현으로 인식되는,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다. 왜 일본에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가? 최근 한 달간 일본 근황을 보면 이율배반적으로 표현되는 이유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연일 신문, TV, 방송 등 모든 매스컴이 3·11 동일본 대지진을 대서특필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민간차원의 열화 같은 전국모금행사는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이웃으로서의 의무, 애정, 도리, 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가깝다는 지리적 연유로 우리 생활의 생존과 직결되는 예민한 사건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여러 가지 피해상황이 매일 신문과 TV를 장식한다. 수산물 시장의 거래 격감, 방사능 피해, 관광객 감소 등 방사능 공포가 이웃나라 일이 아닌 직접 국내문제로 연관되는 것이다. 특히 필자가 거주하는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밀접해,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을 가장 처음 그리고 많이 받고 있다. 이것이 일본과 가깝다는 의미의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선 택 사람은 누구라도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자리에 들어 눈을 감을 때까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 일어나서는 체조를 할까 말까. 세수를 먼저 할까 신문을 먼저 읽을까.아니면 멍하니 그냥 앉아 있을까. 그 외에도 무수히 선택을 해야 한다.선택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과거의 광고 카피에 이런 글이 있었다.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아마 내 연배쯤 되는 분들은 너무도 귀에 익었던 카피일 것이다.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이 결정되어 버리고 만다면, 무엇 하나 가볍게 결정할 수가 없다. 참으로 삶이란 어려운 것인가 보다. 일본의 ‘동북관동대재해"는 인류 역사에 크게 기록이 될 사건이 될 것 같다. 사람의 선택과는 관계 없는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이번 지진재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머리 속에 떠올리면 “틀림이 없는 나라", “신뢰가 가는 나라"라는 인식이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믿을만한 것이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치가 크다는 인식이 마음 속에 박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중요 제품 속에는 일본의 핵심부품과 기
월요 시론 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인이자 과학자라는 치과의사 치의학 학문을 처음 접할 때 용어를 정의하면서 강조하는 단어가 예술이자 과학(Art & Science)이다. 과학은 개념이 쉽게 잡히는데, 예술이라는 용어는 매우 관념적이어서 개념 잡기가 쉽지 않다. 예술은 창조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에는 예술이란 모방에 근거를 두었다. 모방이란 이데아의 재현이라는 기술에 강조를 두었다. 따라서 당시 순수 예술은 만드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미술, 조각, 음악 무용 등이라고 생각했다. 모방이란 우주의 법칙에 대한 이해와 순종을 말하는 것이며, 반대로 창조란 그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자율적 행위를 말한다. 신처럼 무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인간의 독립된 주체성이 곧 창조인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배경이 되는 인문주의의 발달로 중세시대에는 신보다 인간을 중시하고자 하는 의식에 의해 자아각성이 그 기초를 이루었으며, 현대예술 또한 인간 중심, 자아중심으로 자기의 재현, 즉 표현주의를 중시하게 되었다. 예술에서 창조성이라는 용어는 18세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때의 창조성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창조
독자투고 치협 부회장과 의전 “오늘 우리 총회에 내빈으로 충청북도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하셨지만 축사를 낭독하는 순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도지사, 국회의원 순으로 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우리 전 회원들의 수장인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그의 메시지를 갖고 치협 부회장이 오셨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정에 도지사가 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어디까지나 손님이실 뿐 우리 회의에서는 치협회장의 말씀을 먼저 듣는 것이 치과의사의 위상을 세우고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 발족하는 집행부는 내 의견을 잘 고려하셔서 앞으로의 의전을 확립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위는 이번 봄 충북지부 총회에서 내빈들이 퇴장하고 안건을 심의 중에 내가 한 발언의 요지이다. ‘예절’은 개인간에, ‘의전’은 조직이나 국가 또는 국가간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전의 영문인 Protocal은 ‘인간사회를 원활히 하기 위한 윤활유’란 의미로 사용되며 국가의 기강을 확립하는 시기에 예절과 함께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 11세기경 주나라때 백성을 다스리는 군자의 덕목으로 또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다문화 가족들, 어떻게 도울까 치과가 서울 변두리에 있는 탓 에 별별 나라 사람들이 다 온다. 중국교포는 흔하고 필리핀, 페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나이지리아인들도 온다. 자원봉사자 통역을 대동할 때도 있고 가족을 보통 동반하고 주눅이 든 표정이다. 그전에는 우리말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어 영어로 했었는데 (필리핀은 영어를 잘한다) 이제는 우리말도 대강 알아듣는다. 새삼 국력의 위상도 느끼고 그들의 대견스러움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묻어나온다. 며칠 전에도 중국교포 아주머니가 내원했다. 식당 일을 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냈다는 그녀는 거친 손마디와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이 한눈에 억척스러움과 치열함이 느껴졌다. 광대뼈가 돌출한 육십 년대의 시골 아주머니 인상이고 몽골 무료진료 때 많이 접했던 행색이다. 말이 빠르고 용어가 북한 언어 비슷해서 집중해도 이십 프로는 놓친다. 양치질하고 휴지 달라고 하는 폼이 자기 집 안방처럼 편안하다. 사용하는 틀니가 마땅치 않아 새로 할까하고 왔다는데 우악스럽게 입안에서 꺼낸 부분틀니는 와이어 클라스프와 레진으로 조잡스럽게 제작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월요 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치과의사의 ‘아레테’ 현대는 철학이 부재한 시대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상을 쫓아가기에도 버겁기만 하다. 공동체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함께’나 ‘우리’ 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보다는 ‘나’에게 어떤 가를 먼저 묻고 행동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히 편협하다.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없다. 철학을 사랑하고 철학을 위하여 독배까지 마신 사람이 소크라테스이다. 그는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몸과 관련된 즐거움보다는 진리에 이르고 지혜를 얻는데서 가장 큰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사물의 이상적인 상태를 아레테(arete)라고 하여,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로 구분하였다. 인간이 인간다운 좋은 상태는 영적인 것을 추구할 때이고, 나쁜 상태는 육적인 것에만 얽매여 있을 때라고 한다. 그는 아레테를 위하여 육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생각하고, 경건한 것이 무엇이며, 선한 것이 무엇인가를 대화를 통해 깨닫게 하였다. 그는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아레테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소크라테스의 시각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전문인으로서의 아레테, 인간으로서의 아레
월요 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진보냐 보수냐 해묵은 그러면서도 매번 얘기가 되는 토픽을 오늘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 전에 필자가 속해 있는 지역에서 치과의사회 총회가 있었고 또 현재는 치과계 내부에서도 선거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광고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저수가 네트워크로 표출된 새로운 의료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향후 영리법인과 시장 개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우리 치과의료인들이 주로 고민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지난 총회와 현 치과단체장 선거에서도 중요한 이슈들이다. 그런 이슈들에 대해 동료치과의사들과 얘기할 때 논쟁은 이내 뜨거워지는데, 어쩌면 우리도 정책과 사회현상을 놓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른 편을 답답해 한다.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게임의 룰이 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속에 최소한의 속도조절을 말하며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 싯점에서 필자는 진보냐 보수
월요 시론 서은아 <본지 집필위원>엄마와 아이와의 관계심리학 (1) 졸업 28년…난 지금 다른 영역에 빠져있다. 미술 심리치료사. 서울에서 18년 동안 개원하고 강원도 춘천에서 10년동안 난 다른 영역에서 행복해하고 있다. 자녀들과의 관계도 철저하게 회복되면서 우리가 실패했던 자녀와 관계를 추적해보고 해결책을 내 자신에게서 찾아가는 길에 우리 후배들을 초청해본다. 가평 국제 페스티벌에서 가족치료, 홍천교육청에서 ‘초등 학부모들 위한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면서 아이들의 문제를 공유해본다. 어릴 때부터 관계가 힘들었던 아이와 화해하며, 건강한 청년으로, 의지가 분명한 모습으로 서있는 아들이 되기까지 난 19년을 ‘대상관계’에서 아이와 공유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하며 이글을 쓴다. 전문가로서 성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결국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은 우리들의 가장 큰 몫일 것이다. 먼저 대상관계라는 생소한 개념을 알아보고 우리와 아이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을 추적해 가 볼 것이다. 대상관계란 생후24~36개월 사이에 양육자나 그 환경에 의해서 아동의 심리적 발달과정에 입은 상처에 대하여 연구하여 그 영향
월요 시론 정원균 <본지 집필위원> 사이비 의료생협행정당국과 치과계 관리감독 절실 필자는 얼마 전 ‘개원가, 생협 치과에 피 흘리고’라는 제하의 치의신보 기사를 접하고, 어느 후배 치과의사의 선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이 후배 치과의사는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치과(이하 생협 치과)에서 어려운 여건을 감내하며 지역공동체의 건강증진사업에 오랫동안 헌신하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정의로웠고, 치과의사가 된 이후에도 의료인의 사회적 실천에 늘 앞장서서 고민하였다. 하여 나는 이 후배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가 역시 그다운 삶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었고, 이 시대에 이런 사명감을 지닌 치과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이비 생협 치과가 창궐하면서 치과계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자칫 이로 인해 이 후배의 소신과 의료생협의 참뜻이 훼손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관련법에 따르면, 의료생협은 30인 이상의 발기인과 300인 이상의 설립동의자가 있어야 개설할 수 있고, 그 운영은 설립동의자(조합원)의 출자금 규모와 상관없이 1인 1표제라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에 따른다. 또한 조합을 운영하면서 설립목적에 부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