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 청령포의 觀音松(관음송) 영월은 열두 살에 왕위에 오른 단종대왕이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쫓기며 귀양살이 하다가 열일곱 나이에 사사된 애달픈 역사의 땅이다.단종이 귀양 살던 청령포 라는 곳은 삼면이 깊은 강으로 둘렸고 한쪽은 험한 절벽으로 막힌 절애의 孤島(고도)같은 곳이다. 청령포의 소나무 숲에는 단종이 기거했던 삼간두옥이 있고 그 인근에 단종이 걸터앉아 쉬었다는 낙낙 장송이 우뚝 서 있다. 거금 육백년이 넘었을 이 거송은 두 줄기 아름드리로 창공에 치솟아, 뭇 나무들을 제압하고 있는데 마치 제왕이 조정신하들에 둘러싸인 모습과 같다하여 觀音松(소리를 보는 소나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왕의 말씀을 잘 들으려고 왕을 향하여 서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청령포에서 오리 남짓 지근거리에 있는 장능(단종대왕능)의 소나무 역시 장능을 향하여 굽어 있는 모습은 관음송을 향한 소나무들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 그리고 이 두 곳의 소나무들은 멀리는 한양을 바라보는 듯하여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었으리라. 황량한 적소에서 한양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던 단종의 가엾은 마음은 나부끼는 솔바람 소리
종|교|칼|럼| 삶 효심(孝心)이 불심(佛心)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 뜨겁던 여름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흐려지는, 햇빛도 좋고 햇빛따라 묻어오는 향내 또한 좋은 계절입니다. 9월 초, 절에서는 백종(百種)을 지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절에 다니지 않으면 백종이 뭐하는 날인지 알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백종이라고도 하고 백중이라고도 하는 이 날은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오는 음력 7월 보름 즈음 불가에서 우란분회(盂蘭盆會)를 행할 때 백 가지 곡식과 과일을 공양 올린다는 의미에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란분절이라고도 불리는 백종은 부처님의 탄신일, 성도일, 열반일과 함께 불교의 4대 명절로 꼽히는 중요한 날입니다. 이 날이 불교의 명절로 자리잡은 것은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목련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 올린 이야기에서 기인합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 청제부인은 돌아가신 목련존자의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함부로 쓰고 아버지의 천도재도 모시지 않은 채 살생과 음주 등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 부처님을 만나
김재성 <본지 집필위원> 收集의 辯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생활의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취미이고 이 취미는 생활에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동호회와 동호인이라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갖게 되어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이런 취미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한다든가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의 취향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수집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수집품을 위해 천리 길도 마다 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갖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각양각색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여가활동이나 수집의 취미활동은 마음이 즐거워야 만이 진정한 휴식이고 보람이며 삶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마라톤이 취미라며 너무 열심히 달리다 보면 오히려 그 정도가 지나쳐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본적이 있으며, 수집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여 생활고를 겪는 광적인 소장자를 만난 적도 있지만 그런 모습은 취미를 벗어난 집착이라는 생각이며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즉 과도한 운동이 건강을 해칠 수 있듯이 수집 또한 자기가 좋다하여 다 소장할 수는 없는 일로,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환자를 많이 본다는 것은… 지난 5·6월 치의신보에선 ‘불황 없이 잘 나가는 치과, 그들만의 경영비결은’이란 기획기사 시리즈를 내보냈다. 극히 일부이겠지만 혼자서 하루 7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엄청난 체력의 원장이 있는가 하면 수입도 대단해서 연매출이 보통 치과의 네, 다섯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 70명이면 6, 7분에 한사람을 꾸준히 진료해야 하는 형편인데, 원장이 무슨 자동화된 로봇의사도 아닐진대 놀랍기만 하다. 의술이 출중하고 사람을 끄는 품성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매일 그러다간 우선 몸이 배겨날지 의문이다. 사실, 치과 하루 내원 환자 숫자는 원장과 직원만이 아는 대외비이다. 내원 숫자로 어느 정도 그 치과의 수입이 유추되는지라 어지간히 친하지 않고서는 서로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민감한 부분을 기획기사로 다룬 기자와 취재에 응한 원장은 용감하다. 물론 선한 의도로 경제 위축된 이 시기의 개원가에 활력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주고자 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대량진료’는 자칫 역기능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기자나 일반인에게는 이해가 안되겠지만, 치과는 의료 특성상 환자를 많
월요시론 김 신 <본지 집필위원> 치과의원 인력 경영의 중요성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아름다운 미소와 건강한 치아를 찾아드리는 OO 치과의원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 이것은 요즈음 웬만한 치과의원에 전화를 걸면 젊은 여성의 낭낭한 목소리로 쉽게 듣게 되는 전화 인사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치과의원이 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어느 치과 원장님이 아침에 출근을 해 보니 평상시 같으면 전부 출근하여 열심히 진료준비를 하고 있을 직원들이 아무도 나와 있지 않고 문이 잠겨 있더란다. 이보다 더 흔한 경우는 어제까지 잘 근무하던 직원이 어느 날 아침 출근하지 않은 채 전화 한 통으로 의원사직을 통고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한 달이 멀다 하고 직원이 바뀐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한편으로는 직업정신이 전혀 없고 교육이 전무상태인 직원을 나무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장도 이런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의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치과의원의 개원 당시부터 있던 치과위생사가 10 여년이 지나서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타인의 입장에서는 그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윤회하는 마음, 전설의 고향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프로 중에서 예전에는 꽤 인기가 많았던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채집했을 전설들의 내용을 보면, 가난하고 힘겨운 형편에 있는 사람이나 부자라도 약자의 입장이 있는 사람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그에 대해 원한을 갖고 원귀가 되어 복수를 거듭해가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누구를 용서했다든가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는 적은 것 같습니다. 거듭되는 복수와 앙갚음의 결말은 당연히 관련된 사람의 대부분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로 끝이 납니다. 원한에 사무친 마음이라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지요. 내가 받은 그 고통을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되갚으려는 인간의 마음은 참 요상한 것입니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더없이 선하고 좋은 일로서 이어지게 만드는 것도 인간의 마음이고 악마와 같은 증오와 괴로움으로 몸부림치게 만드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그 중간쯤의 자리에서 내 이익이나 감정에 따라 이리로도 치우쳤다 저리로도 치우쳤다 올망갈망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완전히 선한 쪽
황|규|선|칼|럼| 風停子在(풍정자재)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 후회막급(後悔莫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어떤 일이 이미 이루어진 후에 아무리 후회하고 개탄한다 할지라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실수로도 돌이 킬 수 없는 손실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스스로 자멸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어떤 경우를 당한다 하더라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공으로 녹이면서 다시 도약할 기회로 삼는 슬기가 요구되는 것이다. 枝欲靜而風不止(지욕정이풍부지)子欲養而親不在(자욕양이친부재)(나무 가지는 조용히 있고 싶어 하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고자식들은 부모를 봉양 코저 하나 이미 양친은 계시지 않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고 자식 많은 어버이에게는 근심이 많다”는 속설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그러나 이 말을 자세히 음미해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일깨워 준다.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은 나뭇가지의 배열에 균형을 맞추어 주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나뭇잎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질서를 잡아주게 된다. 적당한 진동을 함으로써 지상의 나무줄기와 지하에 묻혀 있는 뿌리와의 균형을 잡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
신순희 <본지 집필위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50여년만의 정권교체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선거혁명으로 가히 새로운 일본이 열린 것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자민당의 제1당 구조를 종식시키고 일본 민주당에 과반이 훨씬 넘는 놀라운 지지를 보낸 일본 국민들이 ‘전후 최초의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10년 전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카피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모바일 인터넷의 이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였는데 사랑에 관한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했던 중의적 문구로 큰 인기를 끌었었다. 움직이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정치지도자에 대한 사랑(혹은 선택)도 그렇다. 민주국가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은 그 뜻을 대리할 일꾼을 선거로 바꿀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민당의 장기집권은 국민들이 자민당을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했던 결과는 아니다. 부정부패, 파벌싸움, 경직된 관료 중심의 정치 등 장기집권으로 인한 폐해에 일본국민들이 염증을 느낀 것은 이미 오래였다. 그렇다면 왜 이제야? 그렇다. 사랑이 움직이고 싶어도, 정권을 바꾸고 싶어도 ‘대안’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내각제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가장 중요한 것도 내려놓는 마음 어떤 이가 아는 사람을 절에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답니다. 그 사람은 처음 절에 나오는 사람이었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느낌이 좋았나 봅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같이 절에 오가다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좀더 깊어지게 되었던 어느 날 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그 분이 자기도 부처님 전에 보시를 하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쉽게 말하자면 절에 기부금을 좀 내고 싶다는 말씀이지요. 그래서 데리고 온 그 분이 “좋을 대로 하시지요. 법당 부처님 전에 올리시면 됩니다.” 라고 가르쳐 드렸답니다. 좀 있으니까 법당에 올라갔던 그 분이 내려와서는 하는 말이 “ 거기에는 아무도 없던데요.” 라고 하며 보시금을 그냥 들고 내려왔더랍니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공양이라는 것이 더불어 사는 모두를 위해 내주는 마음이며 정성이라는 것을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이런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생활에 있어서 돈이란 너무나 귀중한 것이라서 어딘가에 자기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선뜻
이 무 건 <본지 집필위원> 국내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의 치과진료 정부가 발표한 ‘2009년 외국인주민현황"에 따르면 5월1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10만6천명으로 전 인구의 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이들 이외에도 위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약 2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미 한국은 170여 개국에서 건너온 130만 외국인들과 공존해 살아가는 다민족, 다문화사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 외국인들의 다수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이 없으면 국내산업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이들에 대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정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이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이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사고빈도가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유해한 환경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작업함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자신이 먼저 하는 즐거움 일본의 유명 기업인인 사이토 히토리. 그는 개인납세실적이 최근 십 여 년간 일본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답한다.기업을 해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할 일보다 불만스러운 일이 더 많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일본이라는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일본 사람들도 그의 그러한 말에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작년 연말에 불어 닥친 세계경제위기로 우리의 경제도 심하게 요동쳐 왔다.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언제 이 터널을 벗어날까. 언제나 좀 넉넉하게 살게 될 것인가 하고 그저 시간 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만면에 웃음을 띠고 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것은 불경기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