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도 가계부를 써야 하나? 오래 전부터 아내에게 가계부를 작성해 보라고 권유해 왔었다. 과연 한 달에 얼마나 돈을 쓰고, 또 어디에다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때마다 번번히 돌아오는 답은 “가계부를 쓰나, 안 쓰나 거기서 거기인데 가계부를 써서 무엇 하느냐!"는 것이었다.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병원에서는 어떨까? 우리 선배들의 세대에는 병원 역시 가계부가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세대가 바뀌면서 더 이상 감으로는 병원의 재무 관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수입과 지출은 더욱 복잡해졌고, 단순히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병원의 재무를 파악할 수도, 병원의 규모와 병원의 성장 계획에 맞춰 관리해나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미국 발 경제 위기가 우리를 압박하는 오늘날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전에도 경영과 관련된 치과 세미나는 넘쳐났었다. 그만큼 많은 치과의사들이 치과 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재무관리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예전만큼 수입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
부처님 경전에 여래께서는 누구와든 더불어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랑하고 미워함을 버렸기 때문이며 세간에서 공경하여도 마음으로 잘난 척 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으며 세상에서 헐뜯고 업신여겨도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여래는 ‘나’가 없고 ‘내 것’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세상과 다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모두 이 자리에서 부처를 이루겠지요. 그러나 우리에겐 ‘나다’ ‘내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마음들이 많습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에너지가 세상에서 나를 지탱시키는 유일한 힘인 듯이 살아가기도 하고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기 보다는 오히려 호기롭게 부림으로써 자기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가지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에서든 음악에서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로 나가서 떨치는 뛰어난 재능과 열정은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기 그지없고 칭찬해마지 않을 것들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룬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잘했을 때든 잘못했을 때든 대중으로부터 쏟아지는 이런 저런 말들을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
‘군자’라는 말은 함축된 의미가 많아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음향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우선 헌칠한 외모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지적인 안색에 귀공자다운 인품을 갖추었음을 암시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구미에서 일컬어지는 신사도 Gentlemenship과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동양문화권 특히 한문문화권에서 말하는 군자는 우선 六藝 (禮. 樂. 射. 御. 書. 數)에 통달해야 되고 그중에서도 禮. 樂과 詩書에는 각별한 體 得이 필수적이다.근대의 敎育學에서 교육의 三大要素로서 知. 德. 體를 말하는데 이미 고전적인 儒敎의 敎典에서는 이미 六藝로서 그 범주를 細分하고 평생을 여기에 매진하며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군자가 되는 六藝의 길을 밟기 이전에 3가지 큰 기본성향이 갖추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첫째가 興於詩(흥어시)이다.詩心 즉 시적인 마음의 가다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구비조건을 갖추었다 해도 文學的인 소양이 없어서는 절대로 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六法전서를 달달 외우고 東西通史를 꾀 뚫었다 해도 문학성 즉 예술성이 없으면 군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立於禮이다.아무리
조반 후 밤새 벌어진 세상사가 궁금하여 펼쳐든 조간지 사회면에 대문짝만하게 총천연색으로 도배한 임플랜트 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동안 동료 치과의사로서 한때는 그 광고 자체가 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역량을 과시하는 것 같은 자긍심도 있었고 첨단 치의술을 대신 홍보해주는 역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 비정규직 일자리가 일 년 새에 몇 십만 개가 없어졌다는 어려운 우리 경제” 라는 사설 바로 밑에 위치한 임플랜트 광고를 대하면 아이러니칼한 심정이다. 서민들이 먹고 살 것도 없다고 하는데 뭘 먹으라고 임플랜트를, 그것도 한번에 20개씩이나 (고급 승용차 한대 값을 투자해서)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돈이 없어 못하지. 사람이 저마다의 인격이 있고, 직업에도 나름의 직격(職格)이 있듯이, 광고도 어느 정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 심의필이라고 상단에 코딱지만하게 나왔다손 처도 뻔히 보이는 상업적인 언사는 인술의 격과는 거리가 멀다. 즐거운 기사라도 반복되면 싫증나는 법인데 하물며 별로 아름다울 수 없는 내밀한 입안을 드러내 보이며 어서 오십시오 하는 것이 의격(醫格)에 어울릴까? 광
<1725호에 이어> 원장님들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모두 약속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의 개개 차트에 환자분의 정확한 사항, 즉, 결혼 유무,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각종 기념일, 하다못해 고맙다고 사오신 선물 내용, 소개환자 이름, 원하는 치료 수준, 환자 개개인의 특성 등등을 연필로 적어놓는 환자 사항 기입란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상담 시 환자로 하여금 병원이 환자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알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 줄 수 있어 치료 동의율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성공적인 상담을 위한 두번째 중요한 요소는 환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우리는 가끔 이전에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은 상태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거 어디서 하셨어요?”, “이건 이전에 치료를 잘못 받으셨네요.”물론 치료가 불완전하게 된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전 치료를 깎아내림으로써 지금의 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결정한 것을 무시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의사전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결정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습관, 즉, 일관성의 법칙에 따르는 심리적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1723호에 이어> T-Together-“세상은 더불어 사는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더불어 사는 덕목을 실천하는 것의 하나이지만 여기에서의 Together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말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불분명하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든 아니면 개업을 하든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에 참여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써 보호받을 수도 있고 권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즉 주위의 치과의사는 동료이지 경쟁자가 아니고 소속단체를 통한 활동도 자신의 영역을 넓혀줍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환자를 돌봄에 있어 자신의 치료에 대해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다른 의견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또 이런 문제를 조정하고 정리하는 곳도 이런 것들을 연구하여 의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우리의 동료들이지요. 무책임하게 또는 친분을 빙자하여 책임이나 실수를 덮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환자나 동료에게도 적절한 진료와 긍정적인 대화로 접근한다면 문제점들을 좀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I-Interesting-“흥
병원을 성공적으로 계속 유지하는데 있어서 환자와의 상담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는 구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모든 의사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요새 많은 병·의원들이 여느 때 보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구책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는커녕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히려 늘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마케팅이 비용대비 얼마큼의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기전에 우선적으로 신환이 줄면 마케팅을 더해야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저는 가끔 세미나에서 각 병원 직원들에게 자기 병원 자랑을 해보라고 시켜볼 때가 있습니다. 간혹 독특한 자기 병원만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병원은 주변에서 가장 친절해요", “최상의 시설로 최고의 진료를 드리고 있어요", "서비스가 좋아요" 등등을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거의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과연 환자의 입장에서 볼때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는 친절함과 최상의 서비스와 시설이 환자가 병원을 바꾸는데 혹은 병원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까요?진정 환자를 부르는 마케팅은 누구나 돈만 내면 할수 있는 똑같은
김재성 <본지 집필위원> 이제 사회로 나가는 치과의사에게 드리는 글(상) 올해도 적지 않는 분들이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사도 통과하였으니 치과의사가 되었습니다.“축하합니다"이제 여러분이나 저나 동격인 치과의사이고 만약에 바로 개업을 하신다면 맞짱뜨는 치과원장이 되겠지요. 하지만 먼저 그 길은 걸어온 선배로서 몇 마디 말씀드릴까 합니다.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린 말 처럼 당신은 그렇게 살았습니까? 하고 물으면 “글쎄요" 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하지만 어디 ‘게’가 자신이 앞으로 걸으면서 앞으로 가라고 합니까?치과의사를 영어로는 ‘dentist’라 합니다. 이 D,E,N,T,I,S,T라는 머릿글자를 운으로 하여 한때 유행했던 칠행시 형식의 말짓기놀이처럼 제가 생각하는 치과의사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D-Dream-“꿈을 가져야 합니다."여러분의 꿈이 치과의사입니까? 이제 졸업을 하여 치과의사가 되었으니 꿈을 이룬 셈이 되었습니다.그것으로만 만족한다면 벌써 꿈을 이루었으니 앞으로는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생활만 남은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나 저나
<1721호에 이어> 치료 후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직원 혹은 원장이 당일 날 통화 리스트를 받아서 직접 환자와 통화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감과 불편감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환자 만족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 두 번째는 환자 리콜 장부 및 관리 장부를 준비하여 놓치지 않고 환자에게 리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치료 완료 후 정기 검진 여부만 표시하는 장부만 만드는 것 보다는 임플랜트 환자와 틀니 환자, 치료가 완료된 환자, 치료 계획의 중간까지 진행된 후 오지 않는 환자, 미수금이 있는지 여부, 리콜 전화한 횟수 등등의 항목을 환자별로 장부나 엑셀 등을 이용해 체크함으로써 환자들로 하여금 병원에서 환자 자신을 책임지고 관리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지속적인 검진을 통해 구환 속에서 새로운 치료를 찾아내는 것이 좋다. 또 리콜 담당직원을 둬 일주일에 한번씩 시간을 정해 리콜 환자에게 놓치지 않고 전화를 하거나, 일주일 동안의 신환에게 치료 중 불편함이 없었는지 전화하고, 당일 환자들 중 따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의 리스트를 매일 작성해 퇴근 전에 원장과 직원이 전화를 하는 방법들도 현장에
어떤 스님이 출가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어느 날은 결혼해서 사는 여동생 집엘 갔더랍니다. 부모님도 다 여의고 여동생이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장하게 여겨져 격려 차원에서 들러봤다고 합니다. 선방으로 다니는 스님을 여동생이 일부러 청한 것이기도 했고요.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동생 내외가 퇴근해서 들어오기 전에 스님은 손수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동생 내외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만의 식사를 하는 와중에 동생 내외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서로 투닥거리더랍니다. 그래도 스님이 와계시고 스님이 직접 차려준 밥상을 대하고 앉았으면 웬만하면 그냥들 참으련만 하고 싶은 대로 서로 뾰족한 말들을 주고 받더랍 니다. 평소에 이 부부가 어떻게 하고 살아왔는지 그 생활상이 스님 눈에 선연히 보였습니다. 스님은 식사가 끝난 후 부부를 단단히 꾸짖으면서 너희 부부는 서로에게 참회하는 108배를 하도록 하라고 엄중하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방에 들어갔는데 여동생이 밤늦게 그 방으로 찾아왔더랍니다. 그러고는 ‘아까는 자기 남편의 이런 이런 점 때문에 생긴 싸움이었다. 그 사람이 원래 좀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늘 속상하게
요즈음 언론 매체를 보면 장기 등 신체기증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늘 있어왔던 일이기는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후에 부쩍 많아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이미 생존시에 안구기증에 서명하시어 마지막 남은 육신까지도 희사하신 분이시다.뿐만 아니라 장묘문화에까지 영향이 미쳐서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한발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이 文化生活을 영위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일들이 法 이전에 禮로서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禮란 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양심으로 지켜야 될 기본적인 윤리의식을 일컬음이다. 대표적인 실례를 들어보면 人倫의 으뜸이 되는 婚禮(혼례) 喪禮(상례) 祭禮(제례) 등이다.장묘제도(葬墓制度)는 喪禮(상례)에서 파생된 것으로 장사지내고 묘지를 설치하는 방법을 법률로 제약하기에 이른 것이다. 기왕에 있었던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묘법)은 동양문화권의 유교적 윤리관이나 부활을 상징하는 기독교적 의식이 내재된 매장문화로 기본 틀이 잡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가용한 국토(악산이나 수해지역, 평야 등을 제외한 야산이나 구릉지역)가 매년 1%이상이 분묘로 잠식되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