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유행하던 ‘덩달이 시리즈’ 중 학교에서 돌아온 덩달이의 책가방을 정리하시던 할머니가 책을 꺼내시며 “이게 책임감”하던게 아직 생각납니다. 아재 개그에도 속하지 못할만큼 썰렁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진짜 “책임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스펙트럼에 썼던 “뭐 먹을까?”라는 제목도 사실은 “뭐 먹을래?”하고 물어보는 질문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질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책임지지 못해서 아니 책임지기 싫어서 책임을 떠미는 말일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맛있게 보여서 가족 모두를 데리고 갔지만 맛은 커녕 분위기조차 별로여서 미안한 마음을 가져보신 적이 한두번씩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가격까지 비싸서 낭패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그러한 불편한 감정을 굳이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입니다. “결정장애가 있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결정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배달음식을 시키려면 중국집, 피자, 치킨, 족발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음식을 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티비를 켜서 서너가지 채널
사건개요 근관치료 후 입술 주위의 화끈거림 등 감각 이상과 통증이 발생하여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한달여 지난 시점에 종합병원에 내원하여 콘빔 CT 검사 등을 통해 수산화칼슘에 의한 화학적 손상으로 이신경(Mental nerve)의 신경염 진단 받았음. 이후 지속적인 약물 치료하였으나 심한 통증 지속되고 약 3.3%의 노동능력상실률에 해당하는 후유장애 진단 받아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였음. 치료과정 신청인(여/40대)은 우측 상악의 보철물이 부분 탈락되어 피신청인의원에 내원하여 #17 치아의 근관치료를 시작함. #45, 46, 47 브릿지 상태가 좋지 않아 재보철 필요함을 설명 듣고 #45, 46, 47 치아의 오래된 보철물 제거하고 #47 치아에 근관치료 시작함. 아말감 코어를 제거하고 거터-퍼처(GP, Gutta -Percha) 코어를 일부 제거함. 4일 후 #47 치아 근관확장했으나 개통성 확보되지 않음. 다음날 근관길이 측정하여 개통성 확보됨. 치은절제술 가능성 설명함. 근관 내부가 오염되어 있어 칼시펙스(Calcipex)로 근관내 약제 주입함. 다음날 신청인은 우측 하악 부위 앞쪽이 아프고, 욱신거
베스 데이(Beth Day, 1855)라는 작가가 쓴 시 ‘세 황금문(Three gates of gold)’ 에서는 우리가 말할 때 세 개의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첫 번째 문은 “그것은 참말인가?”, 두 번째 문은 “그것은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가장 좁은 문인 세 번째 문은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이다. 말하기의 신중함을 알려주는 글로 늘 마음에 새긴다. 의료진이 행하는 진료 또한 베스 데이의 ‘세 황금문’에서와 같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그것은 참진료인가?”, “그것은 필요한 진료인가?”, 그리고 “그것은 친절한 진료인가?”처럼 ‘말’ 대신 ‘진료’라는 단어를 넣어보니 각각의 질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우리가 하는 진료가 그 본질에 부합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여야 한다. 의학과 치의학 각 전문 분야에서 ‘본질적인 진료에 충실하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여지지만 사회의 복잡한 요소가 작용하는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도 시장의 수익 논리와 전문 분야별 이해관계로 인하여 진료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 진료를 주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세상은 이미 디지털 시대로 변해서 문화의 중심은 책이 아니라 영상으로 옮겨졌습니다. 시각이 언어를 능가해 우리의 뇌는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각은 더 스펙터클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고 점차 감각이 둔해집니다. 하지만 읽는 뇌는 다릅니다. 언어로 된 이야기는 자아의 내부에 있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암묵적 지식에 접근하게 해줍니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언어는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일깨우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좇는 것을 찾아낼 기회는 디지털 이미지가 아닌, 바로 언어의 풍요 가운데서 일 것입니다. 깊이 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책을 느리고 사색적으로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단어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에 접근해 우리의 삶을 꿈꾸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책읽기를 통해 우리의 잠든 인식을 일깨우고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호 부터 이지연 상담심리학교수(한국외대 교육대학원)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소재로 ‘치과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심리 이야기’를 매월 2회 연재합니다<편집자주>. 누가 치과의사를 고고한 직업이라 했던가. 멀고 먼 옛날 그런 설화가 있었다고 구전으로 내려오기는 하나, 현재의 치과의사는 극한직업임이 분명하다. 치과에 오는 환자들은 애초에 기분이 좋지 않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건 극심한 치통때문에 왔건 일단은 불편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안고 오기 때문에 이미 약간의 긴장감과 살짝의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인터라 치료과정에서 조금만 불편감이 추가되어도 쉽게 컴플레인을 할 수 있다. 오죽하면 dental anxiety 라는 용어가 있으랴. 치과에 가는 것은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압박당하거나, 주사를 맞거나, 혈액의 맛을 느끼며 뱉어내거나, 혹은 내 입안에서 나오는 혈액을 직접 보거나,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사적인 공간을 침범당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유발한다. 엄마이외에 다른 타인에게 내 입을 활짝 열어 보이는 일은 필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치과 분야에서 심리학자들이 보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로 dental anxiety를
어느덧 추운 겨울날씨가 점차 사그라들고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비록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예전만큼 봄을 만끽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꽃이 만개하여 온 세상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하는 봄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은 많은 것들을 시작하게 만든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움츠려있던 모든 것들이 온화한 계절을 맞아 활짝 피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봄을 위해 시작을 준비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한 해를 시작하는 1월보다도 따뜻함이 시작되는 봄이 처음을 준비하기에 더욱 어울린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봄이 올 때마다 잊지 않고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꽃 구경이다. 벚꽃 개화시기를 매년 날씨 예보처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봄을 알리는 데 꽃만한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봄마다 열리는 벚꽃축제를 찾아가보면 그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어 봄기운에 한껏 빠져들게 된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화려해 한 순간 많은 사랑을 받지만, 꽃잎이 유독 얇은 탓인지 봄비가 내리면 금세 흩날리듯 떨어져버린다. 그래서 벚꽃은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상징한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잠시, 이내 덧없이 지고마는 모습은 인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살면서 의료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학생 때 수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업 후 삶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윤리 지침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그런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최근에 갑자기 의료윤리니 뭐니 해서 말이 많아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의무교육까지 받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의료윤리를 따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락사나 임신중절 같은 주제는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의료윤리가 치과 의료와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익명) 저도 오랫동안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2014년에 교육자료로 F
개원한 지 만 10년이 지났다. 그 동안 개원의로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 같다. 어려운 임상이 주는 고뇌와 스트레스는 유익한 성장통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오해와 불신으로 닫혀있는 환자의 마음을 여느라 내 마음이 상처 입은 순간에도 고도의 감정 노동을 쉴 수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마음 속을 온통 미움으로 어지럽히는 독극물이었다. 환자가 줄어 경영의 지속을 염려해야만 할 때의 초조함이 주는 괴로움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개원 3년째, 내 마음에 어려움이 찾아왔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하던 중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얻어 활용하게 되었다.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 가지 안전장치를 준비할 수 있다. 감정의 피난처, 감정의 저수지, 감정의 환풍기가 그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적정수준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어떻게든 감정의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가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하고 친한 사이라도 부대끼다 보면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위로의 공간, 감정의 피난처가 필
요즘 치과에서 보험진료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보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 산재보험에 대한 내용을 준비해 봤습니다. 자동차사고 또는 산업재해에 의한 치아파절 등으로 환자분이 오신 경우,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가 아닌 자동차보험 또는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 개원할 때 공단부담금을 받기 위해서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우리 치과를 등록하고 공단부담금을 받을 통장을 등록하는 것처럼, 자동차보험 또는 산재보험 진료를 하려면 자동차 보험회사 또는 근로복지공단에 우리 치과를 등록해야 합니다. 산재보험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보험 의료기관 지정 신청을 하면, 서면 및 방문심사 후 산재의료기관 코드(요양기관번호 같은 7자리 숫자)를 부여해 줍니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사가 20개나 되어 보험사별로 계약을 해야 하는데, 모든 보험사와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 보험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오면 그 환자의 진료비를 부담할 보험사와만 계약하면 됩니다.(해당 보험사와 이전에 계약한 적이 없는 경우에만 계약하면 되고, 한번이라도 거래를 했던 보험사와는 재계
골 내 삽입 깊이를 알 수 있는 표시선이 정상 시력으로 볼 수 있어야 함 세척, 소독, 멸균 10회 실시 후 부식, 성능 저하가 없어야 함 360° 회전시켰을 때 편심성은 0.1 mm 이내이어야 함 80 Ncm의 토크에서 파절이나 변형 징후가 없어야 함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용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소위원회(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치과용 임플란트 기구(dental implant instrument)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13이다. WG 13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독일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인 Dr. Helmut B. Engels가 맡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한국이 제안하여 2018년 9월에 제1판으로 발행된 트레핀 버(ISO 20569:2018 Trephine bur)에 대하여 검토한다. <적용 범위> 이 표준은 치과 임플란트 시술 시 골의 채취나 임플란트 제거에 사용되는 트레핀 버에 대한 요구사항, 시험방법, 표시사항 및 라벨링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분류> 제1형 : 골
매년 대여섯 번씩 후배들의 실습을 도와주러 본교에 가곤합니다. 한창 꿈을 키우고 있는 본과 2, 3 학년 후배들을 만나는 일은 저에게 초심을 소환시킴과 함께 삶의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실습을 진행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가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고3 때 수능점수가 60점이 올라서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1학년부터 시험 한번만 잘 못 봐도 망한다는 학종 시대에 수능이라는 패자부활전이 있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제 인생 모토에요”라고 합니다. 지금도 자기가 원하는 진로로 가기엔 성적이 부족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3, 4학년 때 더 열심히 해 볼 라고 합니다. 제게는 그 후배의 말이 왜 그렇게 신선하게 다가왔나 모릅니다.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오를 확률이 6% 밖에 안 된다는 시대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이 말은 또 작년 연말 예능대상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인상을 받았지만, 중간에 굴곡의 세월을 겪으며 이제 대세 연예인의 길은 끝났나 싶었던 한 여성 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