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하듯 눈이 내려도 봄을 막지 못합니다. 낮은 계곡에는 아직 두꺼운 얼음이 얼어있어도 높은 골짜기에 햇살과 따뜻한 기운을 가진 바람이 스며들면,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꽃들은 머리를 듭니다. 혹시라도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발밑을 살피며, 이제 막 녹기 시작하여 졸졸 물소리를 내는 청량한 계곡을 거슬러 오릅니다. 양지바른 곳, 큰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돌밭에 뿌리를 내리고 봄 햇살을 즐기는 변산 아씨(변산 바람꽃)를 만났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바람꽃을 뜻하는 서양이름은 아네모네(anemone)입니다. 그리스신화 속 미의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인 미소년 아도니스가 멧돼지 사냥을 하다 날카로운 이빨에 찔려 죽을 때 피를 흘린 곳에서 생겨난 꽃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 바람)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같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에 속하는 꽃들로 이른 봄부터 볼 수 있는 바람꽃으로는 너도 바람꽃, 나도 바람꽃, 꿩의 바람꽃, 변산 바람꽃 등 그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이제는 디지털 치의학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보철, 교정 등 많은 진료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 더 좋은 치료를 쉽게 제공할 수 있기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혹시 생각하지 못한 윤리적 고려사항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도 듭니다. 혹시, 치과에서 디지털 치의학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요? 익
2022년도를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여만 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생활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눈물 나는 전쟁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양대 후보 모두에게 제기된 도덕성 문제와 범죄 의혹으로 누가 얼마나 좋은지를 판단하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덜 나쁜지, 싫은지를 따지는 비호감 선거전이었고 거기에 가족이나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더해지면서 네거티브 선거 양상은 진흙탕 싸움이 되었다. 특히 선거운동 내내 지역, 세대, 성별, 계층 간 사람들의 의견이 양극화로 더 심해져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었다.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숱한 의혹 제기와 흑색선전으로 오르내리는 지지도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피곤하고 혐오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런 것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이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창피한 일들이었다. 어쨌든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고
학사모를 던지며 치과대학 졸업이라는 결실을 만끽했다. 치과대학 합격 통지의 기쁨에서 시작된 여정이 본과 진입하고 시작된 수많은 시험과 실습 그리고 원내생이 되어 환자를 직접 보면서 가슴 철렁하는 순간들을 넘어 치과의사의 관문인 국가시험을 합격하여 드디어 6년의 대장정이 치과의사 면허라는 선물과 함께 끝났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졸업에 대한 기쁨과 함께 막상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어린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응원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갔다. 전공의 수련을 받기로 택한 동기들부터 국가의 부름으로 논산훈련소를 가는 동기들 그리고 바로 환자들을 치료하러 로컬 치과 취직을 하는 동기들까지 다들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졌다. 필자는 전공의 수련이나 병원 취직이 아닌 다소 생소한 창업의 길을 걷기로 했다. 창업을 처음부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외국계 사모펀드 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매각 나온 회사에 대한 리서치를 위해서 치과의 디지털화에 대해서 가까운 본과 2학년생인 필자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필자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 학교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실습과 함께 디지털 방식에 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다 보니 평창 올림픽이 떠오른다. 베이징 올림픽이 논란도 많고 언짢은 장면들로 인해 많이 비교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평창에서의 드론 공연은 특별하게 황홀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초등학교시절부터 조립품을 만들거나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며 은근히 으스대기도 하고 환심을 사곤 했다. 쓸 데 없는 곳에 용돈 써가며 동전 모으기, 미니장난감, 여행 뺏지 등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을 온 방 가득 채우느라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혼도 많이 났다. 나이가 들면서 취미도 점차 업그레이드 되어 대학 다닐 때는 성인용 레고에 흠뻑 빠져 레고 쌓기를 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외에는 크게 말썽부리는 거 없이 치과대학을 갔으니 부모님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신 듯하다. 여행을 다니다가 높은 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지상에서 보는 세계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세계가 많이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날고 싶다.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적도 있었다. 뭔가를 하고 싶기는 한데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그 무렵, 평소 잡다한 도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공작물을 제작하는 취미가 있던 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기입니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오고 재학생들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며 파릇하고 가슴 설레는 시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신입생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학교에 그동안 오지 못했던 재학생들도 따뜻한 봄볕을 느끼며 새로운 시작을 설레는 시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참 따뜻한 봄볕만 느껴도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요. 저와 같은 졸업생들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어떤 이는 병원 인턴으로, 어떤 이는 공보의로, 어떤 이는 로컬병원으로, 또 어떤 이는 특별히 다른 길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레고 가슴 떨리는 일이지만 어찌 보면 이러한 변화가 불안하고 과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이 설레고 흥분되고 좋은 감정이 힘든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스트레스는 삶에 꼭 필요한 것을 보입니다. 사람은 변화와 적절한 긴장이 없다면 더 우울해지고 오히려 퇴화하는 것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전함과 젊음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긴장 상태가 항상 유지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적절한 변화와 긴장은 항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진료용 조명등에 대한 국제표준은 ISO 9680, Dentistry - Operating lights 이며, 기존 2014년에 3판이 발행되었던 표준을 다음 대표적 기술적인 내용 수정을 통해 2021년 11월에 4판으로 개정 발행되었다. <중요 개정 내용> · 인용표준을 갱신하였다 · 조명 패턴, 환자의 눈 위치 상의 조도, 색상 충실도 및 광생물학적 위해성에 대한 요구사항 및 시험 방법을 갱신하였다 <안전을 위한 내용의 대폭 증가> 이번 개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3판에서는 광학적 요구사항, 기계적 요구사항 등 조명등의 성능에 대한 요구사항 및 시험방법 등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금번 개정에서는 조명의 품질 및 조명에 의한 위험 노출에 대한 내용이 대폭 보강되었다. 이에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강된 내용과 함께 치과의료종사자들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이른 봄 깊은 산 계곡에 몸을 납작 엎드려야만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이 아직 남아있는 겨울 추위 속에서도 서둘러 꽃을 피워내는 것은, 생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박함이고, 냉혹한 약육강식에 대처하는 방편입니다. 노루귀, 바람꽃 등 야생화들은 그 낮은 몸뚱이로는 봄 여름날 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넓은 이파리 그늘에 가려 햇살의 생명력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겨울과 봄 사이의 짧은 기간 재빨리 꽃을 피워 씨앗을 맺어야 새들의 먹이가 되어 새로운 땅에도 정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많은 야생화들이 예전에는 낮은 산지나 들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는데, 차츰 더 깊은 산골로 터전을 옮겨가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손이 타는 곳에서 살기가 팍팍하기 때문일까도 생각되어, 깊은 곳까지 찾아들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괜스레 민망해질 때도 있습니다. 내딛는 발걸음도 조심스레 몇 장의 봄꽃 사진을 담아봅니다. 오늘은 “노루귀” 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대선이 있었다. 그전에도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이 TV에서 토론을 벌렸지만 대선기간동안의 토론은 더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점점 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은 없었고, 자신들의 진영 논리만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맡겨놓으면 될 일도 방송 채널이 많다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돌려가면서 결론 없는 이야기들을 매일 반복했다. 당선자가 결정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론가들이라고 하지만 토론이 아니고, 일률적으로 자기 진영을 웅호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이야기였다. 당선자 측에도 분명히 뜻하는 것이 있을 텐데 부족한 점이 보였다면 보완까지는 못해주더라도 좀 기다려보면 안 되나? 끝까지 못하면 자신들이 다시 이길 수 있을 텐데. 나라 걱정 때문에 못 기다린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평론이란 사회 전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생각해볼 때 필자는 치의신보의 평론은 기본적으로 치과계의 전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였고, 더하여 치과계가 속한 의료계의 타 전문분야와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포함될 것으로 생각해왔다. 필자
고산병은 낮은 곳에서 순화과정 없이 해발 2,000미터에서 3,000미터가 넘는 고지대로 갑자기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심각하게는 급성 고산병, 고소 뇌부종, 고소 폐부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등산 전문가에게만 해당되는 질환이었으나, 지금은 고지대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서 일반인들에게도 생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증상으로는 두통, 식욕부진, 수면장애, 호흡 단축, 말초부종, 불규칙한 호흡이 생길 수 있고, 마른기침이나 각혈, 휴식 시에도 호흡곤란 지속, 기면 및 의식 저하가 있으면, 폐부종이나 뇌부종을 의심해야하는 심각한 증상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고산병의 원인은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공기 중 산소 비율 자체는 1,000미터까지는 21% 정도로 일정하나, 고지대로 올라가면 점차 공기 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동맥 혈액에 녹아든 산소가 줄어 조직에는 저산소증이 발생합니다. 보상반응으로 숨을 많이 쉬어 산소부족량을 보충하고, 혈액을 많이 순환시키며, 뇌혈관을 확장하여 뇌에 많은 혈액이 흐르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리적 적응 한계는 산소농도가 16% 정도일 때이며, 이보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고통없이 수술 받은 것이 150년도 안됩니다. 과거 전쟁 중에 상처가 나면 괴저가 일어나기 때문에 상처부위를 빨리 절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외과적 방법이었습니다. 끔찍한 일화 중 하나는 외과의가 톱으로 다리를 절단하는데, 조수가 다리를 잡고 있다가 손가락이 같이 절단되어서, 환자는 감염으로 죽고, 조수 또한 감염되서 죽고, 수술을 구경하던 구경꾼 또한 놀래서 죽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내려져 옵니다. 그만큼 외과의의 속도가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외과수술이 필요한 말만 들어도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유서를 쓰고 수술을 받느니 자살을 선택한 환자들이 많았을 만큼 당시의 외과수술은 “끔찍함” 그 자체였습니다. 독한 술을 먹거나, 목을 졸라서 잠시 재우거나, 양귀비 같은 마약류를 이용한 기록들은 조금씩 있으나, 제대로된 마취제로서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1840년대 웃음가스파티가 유행하였는데, 웃음가스(N2O)가스를 마시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파티를 즐기는 것이 유행하였습니다. 신문에서 여러가지 삽화로 그런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가스 화학의 발전으로 여러 중요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