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졸업 30주년 기념을 하는 모임이 있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난 친구들이 어느덧 중년이 되어 우리 동기들이 처음 만난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든 자식들을 둔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졸업 후 처음 만난 중년의 친구를 보며 학창 시절의 얼굴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억력이 둔해져 얼마 전 첫 근무를 시작한 전공의들의 얼굴과 이름도 잘 기억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생의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함께 했던 친구들에 관한 기억이 마음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인연의 힘이 우리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대학에 근무하며 가르치고 연구했던 일들은 오랜 시간 상아탑 안에서 함께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한 많은 인연들과 함께 한 결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재능을 기대하며 홀로 노력하여 얻은 것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 합력하여 얻은 결실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나온 시간이 알려주고 있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미투 운동(#Me Too)’의 심각성은 잘못된 인연과 시간의 사용에 있을 것이
어느 날 새벽, 우당탕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잠결이지만 대충 무슨 사연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보나마나 고양이들 중 누군가 사고를 친 거겠지… 뭘 넘어뜨린 걸까? 화장대 위에 올려둔 로션? 쓰레기통? 컴퓨터 마우스? 축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켜 ‘누구야?’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희끄무레한 녀석이 방구석으로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러흐’ 너 였구나, 조금 있다가 두고 보자…하고는 쓰러져 다시 잠을 청했다. 몇 시간 후 잠에서 깨어난 나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접이식 거울이 방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고, 삼색고양이 러흐가 엎드린 채로 그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공주병에 걸린 10대 소녀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푹 빠진 고양이라니! 내가 신기한 듯 빤히 쳐다 보자, 러흐는 방해 받아서 귀찮게 되었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자리를 떴다. 여우 같은 고양이 러흐는 우리 집 막내이다. 젖소무늬 고양이 ‘토흐’, 치즈 태비 ‘치흐’에 이어 내가 세 번째로 입양한 고양이이다. 쌀쌀한 초봄에 길에서 태어난 러흐는 몇 개월 동안 골목에서 혼자 자랐다. 어미로
치아의 코어 축조 재료가 적용범위에 포함됨 방사선 불투과도와 관련된 내용이 수정됨 표기와 사용설명서에서 ‘의무사항’, ‘선택사항’, ‘해당 없음’ 항목이 많이 바뀜 ■ 치과용 수성 시멘트-제2부: 레진 강화형 시멘트 ○ ISO 9917-2:2017 Dentistry - Water-based cements - Part 2: Resin-modified cements ○ 기존의 2010년 판에서 2017년 9월에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 시험방법은 ISO 4049 (치과-폴리머계 수복 재료)와 ISO 9917-1 (치과-수성 시멘트-제1부: 분말/액 산-염기 시멘트)과 조화를 이루도록 작성되었다. ■ 적용범위 (Scope) ○ 기존 표준에서는 합착, 베이스, 라이너 및 수복용만 적용범위에 들어갔다. ○ 2017 개정판에서는 여기에 치아의 코어 축조 재료가 포함되었다. ■ 용어와 정의 ○ ISO와 IEC는 표준화를 위한 목적으로 다음의 웹사이트 주소에서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 ISO 온라인 브라우징 플랫폼: https://www.iso.org/obp/ui ○ IEC 전자사전: http://www.electropedia.org/ ■ 분류 ○ 제1급 : 화학
전혀 앞길을 내다볼 수 없었던 갈림길에서, 모처럼 남북한의 해빙을 가져온 ‘평창의 평화 올림픽’도 끝났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공정한 경쟁을 통한 평화를 꿈꾸는 올림픽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올림픽의 진정한 정신은 ‘평화’의 추구이다. 그 바탕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높이 평가했던 자유로운 경쟁(eris)을 통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따르려는 정신이 있었다. 그들은 ‘경쟁과 싸움’을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였다. 폴리스와 폴리스 간에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대립각을 ‘공정한 에리스에 의한 평화’를 통해서 해소하고자 했다. 이것이 고대의 올림픽 정신의 출발이었다. 아테나이오스의 ‘현인들의 만찬’에는 인간의 지혜를 사랑하는 것보다 육체적 힘을 자랑하는 ‘올림픽 게임’을 비난하는 음유시인 크세노파네스(기원전 570-475년)의 시가 나온다. 올림피아에 있는 피사의 샘터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하면, ‘영예가 주어지고 국가는 공적인 비용의 식사와 보물이 될 선물이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힘보다 또 말(馬)의 힘보다도 우리의 지혜가 더 낫다. 훌륭한 지혜보다 그런 힘들을 선호한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아무리 육체적으
재판장 피소가 살인범 A에게 사형을 언도했으나, 죽었다던 B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집행관 C가, 집행을 중단하고 피소에게 보고한다. 새 판결은 ABC 모두 사형.A는 이미 언도를 내렸고, B는 무고한 A를 죽게 했으며, C는 집행에 태만한 죄다. 세네카가 ‘법 만능주의’를 경계한 일화로, ‘헌법소원과 설문조사’라는 칼럼에 소개한 바 있고(1996), 소송은 되도록 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판결이 적시한 선거무효 원인은 ‘투표방식 오류’이므로, 당시 세 후보를 두고 재투표만 실시하면 좋겠지만, 법에 따르면 선거 전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이 과정마저 문제를 삼아 걸면, 민사·형사소송이 꼬리를 물어 몇 년씩 끌듯이 자꾸만 꼬인다. 따라서 법원은 형사재판에서 구속을 삼가는 것처럼, 업무를 마비시키는 정지 가처분보다, 가급적 숨통을 열어 둠이 원활한 소송 진행에도 바람직하다. 지부장회의·대의원총회 의장단·전임 의장단, 세 모임이 한결같이 회무연속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요, 치과계를 아끼는 회원이라면 모두가 한 마음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4류 라하고, 여야가 치고받는 ‘막말’은 초딩에게도 민망하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방지” 다 좋으나, 정치
헬레니즘 시기의 회의주의,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학파 등은 공통적으로 철학의 목적으로 ‘삶의 치료’(technebiou)를 지향했다. 철학자들에게 철학함의 동기는 삶의 고통에 대한 긴급성 때문이었다. 정치적 혼란기에 어떻게 하면, 안빈낙도(安貧樂道) 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것이 그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 시기에는 ‘철학과 의술의 기예’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철학 학교는 일종의 ‘영혼의 병원’(iatreion tes psuches)이었던 셈이다. 철학자는 영혼의 치료사였다. 에픽테토스는 50~60년경에 태어나 130년경쯤에 죽은 후기 스토아 철학자이다. 에픽테토스(Epiktetos)란 이름은 ‘곁다리로 획득했다’는 의미이다. 그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노예인 에픽테토스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또 한 명의 스토아 철학자, 아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고 있다. 인간은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에 불과하다. 그러니 인생이 5막이 아니라 3막이면 어떤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하지만 인생에서는 3막이 연극 전체인 것이다. 언제 끝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이전에는 너의 구성에, 지
“원장님은 담배 피우세요?” 4회차 금연치료를 진행 중이던 환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먹어가며 호기롭게 금연 중이던 환자의 눈에는, 이 쉬운 금연을 왜 못하냐며 다그치는 원장이 원망스럽게 보였던 것일까? 어느덧 중장년의 나이가 될 동안 사실 난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철없던 고3 시절 공부하겠다며 친구들끼리 머리를 빡빡 밀고 지금 모습을 남기자며 학교 구석 소각장에서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들고 사진 한 장 찍었던 게 기억의 전부일까? 아~ 대학 시절 담배를 피우던 여자친구를 금연시키려고 한동안 담배를 같이 핀 적이 있었지… 그땐 너무 머리가 아파서 여자친구의 금연은 고사하고 결국 헤어졌던 기억 정도… 환자의 질문에 이내 난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 못하며 너무 쉽게 금연을 못하냐고 다그치는 날 원망할 만도 하겠다 생각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엔도 한 치아 하나 없이 살면서, “조금 아플 겁니다”라며 엔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제는 담배도 피운 적 없으면서 환자의 고통을 다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금연치료까지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더군다나 우리 치과는 2년 연속 금연치료 우수기
1940년대 초, 뉴질랜드 출신의 한 청년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세계 최고 높이의 산인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그는 8848미터라는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등반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그의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너는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해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시 돌아온 그 청년은 마침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섰다. 오랜 준비 끝에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이 청년의 이름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Sir Edmund Hillary, 1919~2008)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산악인이었다. 덕분에 이후에 많은 분들이 가능성을 믿고 오를 수 있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꿈을 이루려는 탐험정신과 도전하는 용기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감히 이렇게 거창한 에베레스트 산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는 쉬는 날이면 특별한 일과 겹치지 않는 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아프리카에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나갑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시간에 대한 관념이 좀 모호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 내내 계절의 변화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잘 못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더울 때는 한 해의 중반에 있음을 날이 추워지면 한 해가 거의 끝나감을 알고 새로운 한해를 마무리하고 준비하는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런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계절마다 생각의 흐름이 바뀌고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봅니다. 반드시 사계절이 장점만 가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봄을 맞이하면서 긍정적인 새로운 마음을 또 가지게 됩니다. 집안 구석구석 겨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봄 햇살을 느끼며 새해맞이때 다짐했던 목표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추워서 움직이기 싫었던 몸을 깨우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합니다. 사계절은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책읽기도
‘담배는 멀리 칫솔은 가까이’슬로건과 같이 구강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치과의사로서 치과의사의 금연운동은 꼭 필요하다. 치과의사들의 금연 활동은 1997년 FDI세계치과의사연맹과 2002년 아·태 치과의사연맹의 서울총회 기간 중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시작으로 2000년에 대한치과의사협회 내 금연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각 지부 학술대회 행사 중 금연 홍보 부스운영과 금연세미나 개최 등 치과의사들은 다양한 금연 캠페인과 금연진료 가이드북 출간, 금연지도자 교육세미나, 금연홍보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그 어느 의료단체보다 활발한 금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치과의사들은 환자와의 접근거리가 가까워 환자의 구취와 구강 내 니코틴 착색 등을 통해 흡연의 유무 사실을 다른 의료분야 종사자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일반진료에 비하여 치과진료는 환자와의 상담시간이 오래 소요되므로 이러한 상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금연 권유를 하게 되면 흡연자의 금연 결심에 훨씬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보고에 따르면 의사가 금연치료 시 적극적으로 금연권고를 하면 환자의 금연 결심을 약 30% 이상 유도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고 치
전혀 다른 두 군데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도착한 새로운 곳. 청주는 느껴보지 못한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충북의 도청 소재지답게 도시다운 모습을 갖춘 이곳은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정도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시에 살 때 받을 수 있는 답답함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청주는 4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그 중 한 곳의 보건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구’ 라는 행정단위를 몇 년 만에 다시 들어보게 되어 새삼 도시에 왔음이 다시 느껴졌다. 일하게 된 곳의 뒤쪽에는 아담한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수암골 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청주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청주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어 더욱 알려진 곳인데 수암골 전망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렇게 야경을 감상한 후 멀리서 보았던 시내의 번화가들을 직접 한번씩 찾아가보는 것도 도시에 있게 된 재미라고 할 수 있었다. 근교에 이용하기 편리한 공항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 새롭게 조성된 과학단지 등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내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