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새끼 짬뽕”이라는 글을 현역 부장판사가 썼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는데, 그가 아파트 층간 소음(層間騷音)에 열 받아 주차 중인 위층 집 자동차 열쇠구멍에 이물질을 넣었다는 뉴스에 재차 놀랐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에 공감하며, 우리보다 별로 나아보이지 않는 일본이 세계 어디를 가나 대접받는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인간의 됨됨이는 고등교육 여부와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뜻이다. 지난 22년간 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사실은, 대한민국의 소송건수가 인구대비 일본의 16배가 넘고, 최종심까지 가는 비율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관청에 계속 민원을 넣어 119 구급대원을 포함한 소방서원이나 아파트 경비원을 괴롭히는 일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법률을 초월하여 타협과 조정으로 국민화합을 이루어달라고 표를 찍어준 정당·정치인마저 사법부에 제소를 일삼는 ‘소송공화국’, 이것이 바로 학력과 대학진학률이 세계 제일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1월 말 인터넷신문 ‘Dentin’의 고정칼럼 ‘거꾸로 보는 세상’에 ‘직접민주주의와 당선무효소송’ 이라는 글을 썼다. 평생 반대해온 회장직선제의 폐해가 ‘소송’의 형태로 나타
로버트 프로스트는 ‘단풍 든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을 노래하고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소피스트인 프로디코스 이야기(Horai) 역시 ‘두 갈래 길’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의 <회상>(Memorabilia) 제2권에서 전해지는데. 이 이야기는 대충 다음과 같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젊은 헤라클레스가 어떤 ‘인생항로’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아포리아(aporia; 난관)에 빠진다. ‘아포리아’란 길이 꽉 막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 키가 큰 두 부인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 한 사람은 예의 바르고 고귀한 모습을 하고 하얀 의복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이것은 aretē(덕)이다. 또 한 사람은 그녀를 편드는 쪽에서는 eudaimonia(행복)라고 부르고, 그녀의 적으로부터는 kakia(악덕)라고 불린다. 이 여자는 풍만하고, 유려하고, 화장과 같은 수단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높이고, 허영의 눈으로 자기의 그림자를 응시하고, 비치는 옷으로 남자의 관능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두 여자는 번갈아가며 헤라클레스에게 오랫동안 말을 걸고 그
내가 전공의 과정을 마친지가 25년도 더 지났지만 난 그날 아침 덕수고등학교 앞에 서 있었다. 시험을 보지말까 끝까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험장앞에 서 있는 내가 대견 스러웠다. 개업한지 20년이 넘어 이제 매너리즘에 빠져 처음 개업하고 첫 환자를 봤던 그 기대와 설레임은 어디에도 없고 언제 이 고생이 끝나나, 언제 나 한가하게 여행이나 하며 팔자 좋게 지내볼까하는 나태하고 불성실한 내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 의국에서 시험대비 논문 목록이 왔을때 이 메일을 열어 보지도 않고, 나에게 전문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며 회의적은 생각을 가졌었다. 이제 하나 둘씩 은퇴하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은퇴하나, 은퇴나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전문의 시험은 나에게 무의미한 일로만 생각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에 국시원에서 시험응시를 알리는 문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냥 시험이나 한번 봐 보자 하는 마음에 전문의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보니 이제 밀려오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날마다 시험 보는 꿈을 꾸게 되고, 꿈에서 내가 모르는 문제만 잔뜩 나와 매번 시험을 망치는 그런 꿈을 꾸
덮개 모서리는 반사면보다 아래에 있어야 함 반사면의 이미지는 변형이 없어야 함 세척, 소독, 멸균 100회 실시 후 변색, 부식 등이 없어야 함 구내 거울 덮개에는 제조자명과 크기가 표기되어 있어야 함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소위원회(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해당 소위원회 중 손 기구(Hand instrument)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8이다. WG 8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주한 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 치과의사인 Dr. Shannon E. Mills(Previser사 부사장)가 역임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손 기구 중 치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2017년에 제3판으로 개정되어 발행된 구내 거울(치경)에 대한 국제표준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구내 거울에 대한 국제표준은 ‘ISO 9873 Dentistry - Intra-oral mirrors’로, 1998년 2판의 명칭인 ‘Dental hand instruments - Reusable mirrors and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은 가득 충전되어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거의 다 쓰게 되고 밤에는 다시 충전을 해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지만 저녁에는 녹초가 되고 밤이면 방전되어 버리고 맙니다.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오늘은 일을 마치고 독서를 좀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 달 넘게 전문의 시험준비 때문에 평상시처럼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습관처럼 읽는 15분 독서는 계속 했습니다. 그랬더니 딱 3권은 읽게 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15분이 넘는다면 어차피 하루종일 만지작거릴 스마트폰 잠시 접어두고 아침시간에 독서해보세요. 조금은 다른 하루가 시작되실 수
대학에 입학해서 교양영어 시간에 배웠던 영어책의 제 1장에 있었던 에세이의 제목이 “The Show Must Go On”이었습니다. 교과서에 있던 에세이의 제목이 27년이 지나도록 제 머릿속에 이렇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에세이의 저자인 Harry Golden은 말합니다. “연극을 하는 배우들은 가슴 속에 어떤 슬픔이 있어도 무대 위로 나아가 연기를 한다. 그런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박수를 받을 사람은 배우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슬픔을 가진 채로 자신의 일을 계속해나간다. 모든 사람에게 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연말연시에 경과규정의 전문의 시험을 비롯하여 직장에서, 집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생기면서 한 해의 정리나 새해결심 따위는 해보지도 못하고 정신없는 두어 달을 보내며 문득문득 떠올렸던 문장이 “The Show Must Go On”이었습니다.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돌보면서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이리 저리 터진 일들을 처리하려니 머릿속엔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라 집중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려다가도 걱정거리가 떠올라 고민을 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 입에서 올해는 금연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음식점, 카페, 당구장에서도 금연구역을 설정하고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금연을 할 것 이라는 기대가 무색하리만큼 성공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 국가에서 금연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2013년 12월 발표된 “단순포장법”은 담뱃갑 포장을 단순화하고 경고사진 크기를 키워 흡연욕구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출생자들이 만 18세 성인이 되는 2018년부터 공식 발효되는 초강력 규제법안은 2000년 이후 출생한 사람에 대해 담배 판매를 금지하여 평생 흡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의 담뱃값은 25개비 한 갑에 17호주달러(2만원)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며 성인흡연율은 16%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애연가들이 많은 프랑스의 경우는 2008년 제정된 금연법은 공공장소 및 폐쇄공간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한다. 2016년 5월부터 판매소를 제외하고 전자담배 광고가 전면 금지 되었다. 다만 길거리는 개방
지난 2월 8일자 小考를 끝으로 연재를 일단락 짓게 되었습니다. 의욕과 분별력의 지루한 힘겨루기가 9개월째로 접어들자 그만 체력이 바닥이 나고 만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구차하나마 변명이 될까요. 소중한 지면을 허락해 주신 치의신보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머지않아 흰 눈 녹은 가지가지마다 다시 하얀 뭉게구름 같은 白木蓮이 피겠지요. 연두 빛 새 잎이 채 나오기도 전에 피어나는 하얀 그 꽃봉오리들은 어쩌면 봄의 여신이 보내는 상냥한 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소식은 언제나처럼 따사롭고 환히 빛나리라 믿습니다…. 오지연 치과의원 원장 서울치대 치의학대학원 동창회 부회장
‘성격이 그 사람의 운명(daimōn)’이라고 말한 사람은 헤라클라이토스이다. 신을 의미하는 ‘다이몬’은 ‘한 개인에게 몫을 부여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 개인의 운명은 자신에게 부여된 다이몬에 의해서 결정되며,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다. 이와는 달리 헤라클레이토스는 한 개인의 운명 혹은 다이몬은 그 자신의 성품과 습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다. 하물며 그런 사람과 인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정치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그 지위에 따라 성격이 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의 성격을 두고 그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고, 어떤 성격은 그 일에 혹은 그 자리에 어울리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계 제자로 스승의 학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학자는 레스보스 섬 출신의 테오프라스토스(Theophastos)였다. 그는 ‘학문에 미친 사람’(scholastikos)으로 불렸다. 원래 이름은 튀르타모스였다고 하는데, ‘말투에 실린 신적인 여운 때문에’(dia to tēs phraseōs thespe
치과계에서, 아니 보건의료계 전체를 통틀어 아주 보기 드문 사상 초유의 사태가 최근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3월에 치른 첫 직선제 협회장 선거가 법원에서 최종 무효 판결이 난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치과계로선 매우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당시 선거는 문제가 처음부터 드러났다. 첫 직선제여서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무려 1000여 명의 선거권자가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문제는 심각했으나 후보들 간의 대승적인 합의로 당시 첫 직선제는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런데 후보 간의 봉합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원들이 이 문제에 불복하여 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냈던 것이다. 꼭 여기까지 왔어야 했을까…? 소송을 제기한 회원들을 탓할 수는 없다. 투표가 보다 완벽했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이번 첫 직선제 선거가 초박빙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터라 누구라도 소송을 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과는 소송단의 승리다. 며칠전 김철수 집행부가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상당히 발 빠르게 여론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른 김철수 협회장의 결단도 빨랐던 것 같다. ‘항소 포기’, 그리고 ‘재선거 한다’라는
근래 유행하고 있는 SNS에 확산되고 있는 한 문장이다. 겉으로 보면 무슨 이야기 인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나면 탁 하는 박수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이 본인의 SNS 계정에 사진을 올리고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칭 후배라고 칭하는 다른 여자는 이 사진에 “언니 너무 예뻐요. 우리 도대체 언제 만나요? 언니 너무 보고싶은데”라는 댓글을 남기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어머, 예쁘기는. 그대로야 얘. 사진보니 네가 더 좋아 보이더라. 우리 정말 언제 만나니?”라는 답글이 달린다. 몇 번의 댓글 랠리가 계속되고 그 결과가 바로, 시작했던 첫 문장 “언니는 예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둘은 만나지 않았다” 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맥으로 과시되는 인간관계, 좋아요 수로 평가되는 사회생활, 나를 드러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동반되는 번거로운 수고들에 감싸지고 있는 요즘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맛을 느끼기 보단 사진을 찍어야하고, 경치 좋은 곳은 프로필 사진의 배경이 될 뿐 본래 가진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저 한 문장에 씁쓸한 마음이 들어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오롯이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