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유로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만났다. 치과의사로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며 선물해주신 책이기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나라 할지라도 책표지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타인의 고통. 타인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꼭 읽어봐야 한다 하셨던 말씀이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책 표지부터 어둡고 침침한게 내 얕은 사고로 이해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이 들었다. ‘타인의 고통’의 저자인 수전 손택은 사진으로 보는 끔찍한 전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아니, “끔찍한 사진”으로 보는 전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올바를 것이다. 우리는 사진에 공감하는 것인가, 그 사실에 공감하는 것인가, 혹은 그저 사진을 즐기고 있을 뿐인가에 대개 계속 고민해보게 한다. 수전 손택은 공감의 진실성에 대해 수백 번을 되뇌어 본 듯 하다. 사진은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다. 움직이는 영상보다도 강렬한 이유는, 프레임 밖의 모든 맥락을 상상으로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인 사진인데, 사진 자체에 자극을 더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더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카메라가 발명된 1839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탈법적 편법적 마켓팅 및 가두 유인물을 통한 환자 유인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 보다는 파격적인 진료비를 앞세워 환자를 현혹, 유인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을 폭리를 취하는 나쁜 의료기관으로 매도하는 뉘앙스도 암시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불법 의료 광고나 덤핑 광고 기관의 실제 의료 실태는 위임진료, 환자 기만 행위, 과잉 진료가 횡행되고 있음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도 되었다. 의료 광고 심의, 불법 의료 광고 모니터링이 상시 가동되고 있지만 신종 매체나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 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38치과를 넘어서 35치과, 30치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년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광고 전문 대행사에 지불한다고 하니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료, 위임 진료, 사기 진료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해 행위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및 전체 치과의사의 윤리성과 전문직의 위상이 이미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동업자에 대한 관용의 임계점을 넘어섰기에 전면적인 전투는 피할 수 없다. 수상한 자금이 유입되어 진료의사는 바지 사장, 치료
봄이다. 봄이 오면 사방에 하얗고 노란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내 무릎 크기의 작은 나무가 아무도 모르게 연한 연두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이 나무가 바로 회양목(淮陽木)이다. 회양목은 정말 흔한 나무다. 회양목은 아파트 정원을 둘러싸서 경계를 이루며 통로 옆을 줄지어 서서 지켜주는 흔한 나무로 그 키가 작고 활엽수임에도 불구하고 일년 내내 녹색잎을 유지하는 상록수이고 음지에서도 잘자라서 아파트 테두리를 구성하는 데 적격이다. 이 나무가 봄에 별 모양의 향긋한 꽃을 피워내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봄에 산책하면 코에 진동하는 향긋한 봄 냄새의 대부분이 이 회양목 꽃향기다. 회양목은 그 키가 커 봐야 2~3m인 작은 소교목이다. 천연기념물(제459호)로 지정된 여주 영릉의 회양목은 나이 약 300살, 높이 4.7m, 둘레 63c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영어이름이 ‘Korean boxwood’인데 정말 박스 모양 같기도 하고 무성한 잎을 살짝 젖혀보면 내부가 텅 빈 것 역시 박스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언뜻 보면 나무가 아니라 들풀로 오인할 정도로 작고 너무 흔해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
북한 치과와 치의학의 뿌리는 남한과 다를 수 없다. 그러나 해방 후 70여 년이 흘러 이질적인 체제로 인해 남북한의 구강보건의료체계는 크게 달라졌다. 우리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 치과, 치의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통일에 대한 인식과 시대적 환경도 변화한 지금, 북한과 북한 구강보건의료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와 주변 범조선인의 구강건강과 바람직한 구강보건의료체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김정은 집권 이후 변화된 북한 치과, 치의학의 변화를 추적한 동향을 10회에 걸쳐 매달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나정원 박사 -現 서울평양뉴스 통일연구소 부소장 -고려대학교 북한학 박사 -주요 연구: 《해방후 한국기업의 사유화에 관한 연구》, 《소유잠재성으로 본 저출산의 원인과 대안 연구》 -저서:《소유잠재성-소유의 알고리즘과 획득가능성 고찰》, 《통일시대 가치창출이 기대되는 북한의 산업시설, 공장, 기업소》, 《북한의 레저·관광산업》,《북한투자가이드》, 《김정은시대 북한 기업 혁신 연구》 북한에서 의학은 전통적으로 예방의학에 근거한 치료를 기본으로, 치과 부문 역시 이 범주 안에서 예방과 진료, 그리고 치료가 진행되는 중이다. 모든 병에 있
협회에서 인정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행사가 내년 4월 11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작년 5월에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한국인 최초 치과의사 면허 1호인 함석태 선생이 1914년 6월 19일 개원을 하고, 당시 일제 강점기였지만 조선 땅 최초의 치과의사회인 조선치과의사회가 일본 치과의사와 함께 1921년 10월 2일 창립되었다. 그 이후 60여년만인 1981년 제3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창립 기념일 제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집행부에 구체적인 날짜 결정을 위임하고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2020년 11월경 치협 창립일을 앞두고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쟁점은 1981년 경주에서 개최된 대의원총회 기존 의결대로 일본인 치과의사들이 주축이 돼 조선치과의사회를 창립한 1921년을 100주년으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조선인 치과의사 7인이 중심이 되어 1925년에 창립한 한성치과의사회를 새로운 기원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당시 치협 협회사 편찬위원장을 역임한 변영남 위원장은 기존 1921년을 창립 기념일로 지정한 이유는 조선치과의사회는
안동 도산서원 앞마당에 길게 뻗은 흰색 고목나무 너머로 호수같이 펼쳐져 있는 낙동강이 보인다. 조용히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 속에 섬처럼 솟은 시사단(試士壇)이 있다. 이 시사단은 1792년 정조가 존경하던 퇴계를 추모하기 위하여 특별히 과거시험(도산 별과 陶山別科)을 실시한 것을 기리는 곳이다. 당시 도산 별과에 응시하기 위하여 전국 각지에서 1만명의 유생이 도산서원에 몰렸고 7228명이 응시한 것으로 되어있으며, 최종 1등과 2등을 선발하여 초시와 복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과 전시(殿試)에 응시할 수 있는 특별자격을 주었다고 한다. 통상 조선시대 과거는 3년에 한번씩 치루어지는데, 크게 네 단계의 시험으로 나뉜다; ① 생원 진사시 (200명 선발), ② 대과 초시 (240명 선발), ③ 대과 복시 (33명 선발), ④ 대과 전시 (33명이 왕 앞에서 시험을 치고 순위를 정함). 마지막 전시에서의 1등이 장원 급제이며 종 6품으로 관직에 등용된다. 당시 조선시대 인구가 730만명 정도였으므로 현재 우리나라 인구 수를 고려하면 가장 첫 단계 시험에 통과하여 생원이나 진사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인서울 의대에 합격한 것과 비슷하다. 복시를 통과하는 것은 산술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질문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특히, 최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대화에서도 질문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대화의 질을 향상시키며, 우리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질문을 하는 능력은 소통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독서는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관점을 접하게 되고, 이는 우리의 사고 범위를 확장시킵니다. 또한, 저자가 제시하는 아이디어와 주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질문의 깊이와 넓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크고 작은 집단에는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있다. 인적요소를 최소화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선진조직이라도 리더의 역할에 따라 그 조직은 전혀 다른 능력과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간단히 축구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똑같은 선수들로 게임을 하여도 감독 한 명이 바뀌면 만년 꼴찌를 다투던 팀이 갑자기 다음 시즌 우승을 하기도 한다.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나, 최근 아시안컵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상황으로도 과거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의 통솔 하에 단 1패도 하지 않았던 조선 수군은 원균이 지휘권을 잡자마자 한번에 거의 전멸해 버렸다. 정치 뉴스는 잘 안보는 편이지만, 현재 총선을 앞둔 각 정당 지지율 변화, 더 나아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갈등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리더들을 보면 그들의 태도와 생각이 매 순간 그 조직(정당, 국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대형 서점에 가면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에 관한 주제로 수많은 “리더십” 저서들이 나와 있는데 이는 그만큼 관심이 많고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저서들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목차만 보더라도 어느정도 공통적인 요구조건은 알 수 있다. 이러한
저희 치과에는 모든 체어에서 구강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구강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환이나 오랜만에 내원하신 환자분이 있으면 구강 카메라로 구석구석 사진을 찍습니다. 상담할 때 그 사진들을 활용하면 환자분의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진료 중간 중간에 중요한 장면이 있으면 구강 카메라로 찍어서 환자분께 보여드립니다. 충치는 모두 제거되고 치수는 노출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환자분께서 눈으로 보시면 안심이 되실 사진을 찍어서 환자분께 보여드리곤 합니다. 조금 번거로운 과정이긴 하지만 환자분과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작업입니다. 구강 카메라를 손에 쥐고 참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물건이 없을 때는 어떻게 충치를 환자에게 보여주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치경과 손거울을 이용해서 어찌 어찌 충치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는 해도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게 하기에는 부족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분이 비용에 대해서 납득하고 치료에 동의하게 하기까지 신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치료를 받는 풍경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치경과 손거울을 이
2019년, 나는 수능을 5번이나 보고나서 24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때는 대학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고 생각했기에 수능 공부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 같이 걷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 목표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2023년 여름, 총대표 선출일이 다가왔다. 총대표라는 직책에 대해서는 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총대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학교 생활을 추구했던 나는 어느새 동기들 사이에서 총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어떤 대표가 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도 전에 내 눈앞에 놓인 많은 일들이 보였고 그 일들을 처리해 나가기 급급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2023년은 그렇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2024
용궁을 다녀왔다. 숨차고 가래 끓는 증상이 롱코비드 기관지염 때문인가 해서, 진해거담제로 3개월을 버티던 중이었다. 정기검진 받고 오던 중 호흡곤란으로 서울역 계단에서 쓰러져, 휠체어-KTX-휠체어-119 순서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이르렀다. 호흡기 걸고 40시간, 내과중환자실 사흘, 폐부종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심장 약 후유증 문제 분석을 위하여 심장중환자실 나흘, 도합 9일 만에 퇴원하였다. 전에는 하나뿐이던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은 응급·심장·신경의 3개 ICU로 진화되어 있었고, 교수·간호사 모두 과로로 탈진(Burnout) 상태였다. 필자가 충남대 병원에 근무하던 70년대 말 이래 전문과 숫자는 3배가 늘고 세부전공이 분화하여, 영상의학과·내과 수술 또는 시술(施術)이라는 다양한 진료형태가 생겨나 일반화 하였다. 치의신보에 ‘피안성과 정재영’이라는 A4 5장 분량의 칼럼을 쓴 것이 2010년 4월인데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의료대란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칼럼 내용은 ‘통합치과’ 인정을 촉구하는 목적이었지만, 의료계 인기 과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서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로 확대되는 시점에, 생명을 다루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