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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Relay Essay 제2457번째

‘따르르르릉’ 아침 6시 반 졸린 눈을 비비면서 아침 운동을 나간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의 설렘이나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은 이제 없지만,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이제 운동하는 것이 그리 힘들진 않다. 깜찍한 마음과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이 실랑이를 마무리해갈 때쯤이면 그런 것은 사치라는 듯 어김없이 출근시간이 가까워온다. 처음 공중보건의로 발령받았을 때부터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다른 공중보건의 선생님들과 다른 점은 유닛 체어가 있는 치과진료실로 출근해 진료 가운을 입는 대신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선별진료소로 출근해 방호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보건소에서는 작년 말부터 공중보건의들이 진료하는 대신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힘쓰고 있다. 진료실에서 시간이 나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긴장된 상태로 정신없이 검사하게 되니 처음 선별검사를 맡았을 때는 원내생 실습을 할 때처럼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렸다. 방호복을 입은 채 주차된 차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자가용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상체를 숙여 쉴 새 없이 검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뻗어 버리는 날이 많았다.

 

관내 초등학교에 확진자가 많아진 연말 즈음에는 하루에 1000명 가까이 검사하게 되어 퇴근하고 목이 다 쉬어버리기도 하였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은 검사의 필요성을 잘 몰라 불편한 검사과정에서 나를 발로 걷어차거나 크게 울어버려서 난처해지기도 했다. 몇 년 전 소아치과 수업 시간에 배웠던 행동조절법을 더듬더듬 떠올리며 검사를 하면서 새삼 소아치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하고 있는 동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인생의 마지막 휴가라는 공중보건의 기간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다 보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선생님들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샘이 나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화 통화하는 도중에 내가 불평불만을 토로할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있다. “엄마는 혹시 몹쓸 병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검체 채취도 하고 싶고, 역학조사도 나가고 싶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엄마는 네가 그 일에 적합한 지식과 자격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친절하게 검사하면 좋겠다. 날씨가 더워져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게 힘들겠네. 집에 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가족들을 걱정시킨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사실 처음 코로나 검사를 시작하고는 내가 본가에 가는 걸 왠지 꺼리는 것 같아 보였던 가족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대부분의 시민이 검사에 잘 협조해 주시고 검사 전후로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면 어머니가 말한 사명감이라는 게 마음속 깊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검사받는 게 무섭고 걱정되기도 할 텐데 온몸에 힘을 꽉 주면서까지 움직이지 않고 검사하기 편하게 해주시려는 분들한테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임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어달라는 기자님의 연락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더 고생하시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고 특히 보건직 공무원 선생님들은 자정을 넘어서까지 근무하시는 날도 많은데 나 혼자 힘든 티를 내는 것 같아 글을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모든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을 비롯해 에어로졸의 분사로 인한 높은 감염 가능성과 함께 불안감으로 인해 줄어든 환자에도 하루하루 묵묵히 진료하고 계시는 모든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다들 너무 수고 많으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앞으로 남은 복무기간 동안에도 나 혼자 고생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응업무에 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