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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배광식 칼럼

“보라! 빛을 향해 열려 있어 그 빛이 동굴 전체에 스며드는, (그러한) 지하 동굴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 있었고 (두) 다리와 목이 사슬로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앞만 볼 수 있었다. 그들 뒤에는 멀리서 불이 타오르고 있고, 불과 갇힌 자들 사이에는 (무대처럼) 높이 솟은 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공품, 나무와 돌로 만든 사람과 동물의 조각상 및 기타 물품들을 들고 이 (높은) 길을 따라 나타난다. 운반자 중 일부는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다. 동굴 속에 갇힌 자들은 (뒤쪽 멀리에서 타오르는) 불에 의해 동굴 (앞) 벽에 비쳐지는 자신의 그림자나 다른 사람(들이나 물건)들의 그림자만 보고 이 그림자만이 실체(real things)라고 믿는다. (다행스럽게 사슬이 풀려 동굴 밖의 세계에 나가 태양을 보고 온 자가 있는데)... 만약 그가 동굴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갇힌 자들과 그림자에 대해 (아는 바를) 말하는 경합에 참가하게 되었고, 아직 그의 시력이 약하고 눈이 빛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 그가 다른 갇힌 자들에게 조롱당하며, ‘그는 위로 올라갔다가 눈이 망가진 채 돌아온 사람이다, 차라리 올라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 그리고 만약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의 사슬을 풀고 그를 빛으로 이끌려고 한다면, 그들은 그 사람을 붙잡기만 하면 죽여버리려고 들었을 것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이 「국가·(Politeia)」 7권(Book VII)에서 인간이 진리를 인식하는 과정, 곧 인간의 무지와 깨달음을 ‘동굴의 비유(Alleegory of the Cave. Plato’s Cave)’라는 상징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것으로, 벤저민 조엣(Benjamin Jowett) 영역본(The Republic)에서 필자가 한글 번역한 것이다.


이 비유에서 ‘동굴’은 감각기관을 통해 접하는 세계, 무지의 상태를 의미하고, ‘사슬’은 인간의 제한된 인식 능력을, ‘불빛과 그림자’는 감각 경험과 왜곡된 지식을, ‘동굴 밖의 세계’는 이데아의 세계(진리)를, ‘태양’은 선(善)의 이데아(Idea)를, ‘동굴 밖으로 나가는 여정’은 철학적 깨달음과 과학적 교육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이 비유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동굴’ 속 그림자만을 바라보며 현실을 오인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보는 뉴스, SNS 콘텐츠, 유튜브 알고리즘(algorithm)은 우리가 보고 싶은 정보만 보여주어 제한되고, 실제 현실을 왜곡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플라톤의 ‘그림자’는 오늘날 SNS나 뉴스 미디어의 필터링된 정보, 편향된 정보와 닮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접하며, 그것이 진짜현실이라고 착각하고, 그 안에서만 현실을 해석한다. 예로 자기 생각과 같은 의견만 계속 보고 듣게 되면서, 더 넓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향실 효과(反響室 效果, Echo chamber)’ 현상에 빠지게 된다. ‘반향실’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기존의 관점을 강화하는 정보를 반복하여 습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부지불식 간에 확증 편향을 지니게 될 수 있다.

 

반향실 효과는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의견이 극단화되는 현상을 증가시키며 극단주의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반향실 효과는 개인이 선택적으로 동류들을 찾아가는데 반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개인화된 검색의 결과물의 하나로, 사용자의 정보(위치, 과거의 클릭 동작, 검색 이력)에 기반해 웹사이트 알고리즘이 선별적으로 어느 정보를 사용자가 보고싶어 하는지를 추측해, 그 결과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분리될 수 있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자신만의 문화적, 이념적 거품에 가두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빠지는 것은 동굴 안에서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위의 비유에서 ‘사슬’은 인간의 제한된 인식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는 고정관념과 교육의 한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정과 사회의 틀 속에서 제한된 시야에 묶이게 되며, 비판적 사고 없이 자란다면 사슬이 풀릴 길이 없다. 단순한 지식 전달만으로는 이 사슬을 끊기 어렵고, 진정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진정한 교육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만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교육의 역할은 그림자가 아닌 진실을 보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사고의 전환이며, 처음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 사람은 처음에는 태양 빛에 눈이 부시지만, 명순응이 일어나 점차 진짜 현실을 보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과정, 즉 교육의 본질과 닮아 있다. 스승은 동굴 밖의 진리를 본 이로서, 다시 동굴로 돌아와 다른 이들을 깨우쳐야 한다는 책임도 지닌다.


고전물리학(결정론적 세계관)과 양자물리학(확률론적 세계관)은 물리학의 두 가지 큰 패러다임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고전물리학의 기본개념은 연속적인 물질과 에너지, 결정론적 입자의 위치와 속도,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연결됨 등이고, 대표 이론은 뉴턴 역학, 맥스웰 전자기학, 열역학 등이고, 대표 인물은 아이작 뉴턴, 제임스 멕스월, 사디 카르노,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제임스 프레스콧 줄 등이고, 거시세계의 일상적인 크기와 속도(사람, 자동차, 행성 등)에 적용가능하다.

 

양자물리학의 기본개념은 불연속적 에너지(양자화), 입자의 파동성과 입자성 동시존재, 측정 전까지는 여러 가능성 공존의 중첩성(확률론적), 불확정성 원리(위치와 속도 동시 측정 불가)이고, 대표 이론은 양자역학, 양자장론 등이고 대표 인물은 막스 플랑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고, 미시 세계인 원자와 아원자 세계(전자, 광자 등)에 적용 가능하다.


동굴의 비유에서, ‘아직 시력이 약하고 눈이 빛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고통이 수반되는 교육과정을 극복하고,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기꺼이 맞을 일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