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인력수급추계위와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법’은 의대정원 2000명 증원후 계속된 의정갈등을 풀기위한 성격이 강하나 의료인 적정인력과 현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직역 간 업무 범위 명확화와 갈등 조정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담고 있다. 진료지원인력(PA) 등 업무 범위가 불분명해 야기되는 혼란을 해소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하여 보건의료인력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협업 방안 등을 심의하도록 한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즉 바이탈과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PA에게 법적 안정성과 범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걱정은 위원회 구성의 전문성 문제다. 50명에서 100명에 달하는 위원회에 보건의료인력 대표 단체 외에도 노동·시민·소비자 단체, 정부 공무원 등이 대거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의료 현장의 복잡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비전문가 중심의 논의가 의료 현장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저해하고, 기존 개별법상 의료인의 자격과 업무 범위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치과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의 시행은 치과계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25년은 치과의사 공급 과잉시작의 첫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공급과잉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치과의사 과잉 공급은 필연적으로 시장 내 경쟁을 격화시키고, 이는 비보험 진료 분야에서 ‘덤핑’이라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대다수 개원가의 경영 위기를 초래하였다. 의료공급의 왜곡이 발생하여 젊은 세대 치과의사일수록 경쟁 압박이 더 크고 직업/업무 만족도가 5년 전보다 확연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과잉 공급이 치과의사들의 정신적 부담을 넘어서 생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치과의사 과잉 공급과 동시에 치과계는 치과 스태프, 특히 치과위생사의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만약 업무 조정 과정에서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더라도, 인력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치과의사가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개원가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환자 진료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다양한 정책 제안을 통해 치과 보조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존 인력의 업무를 조정하는 것을 넘어, 치과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인력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법’은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이 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치과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위원회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전문성과 현장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단순히 직역 간의 경계를 나누는 것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치과의사 과잉 공급과 치과 보조인력 구인난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 초고령화사회는 사회전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인력수급과 업무조정은 기존 방식의 치과계 내부 합의 도출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선진국의 제도를 심층 연구하여 규제가 아닌 혁신으로 각 업무범위를 넓혀 줄 필요가 있다.
인력수급추계와 업무조정이 단지 일반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며 치의료계도 절실하므로 치의료계의 목소리가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