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제품·우리기술’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표준(안)이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김경남 연세치대 명예교수가 ‘2025년도 치의신보 올해의 치과인상’사회공헌·문화예술 부문 수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김 명예교수는 1975년 연세치대를 졸업한 후 1986년부터 모교 교수로 30년 간 봉직했으며, 퇴직 이후에도 오직 국민구강건강 증진을 위
한 우수 치과의료기기의 개발과 국제표준 활동에 전념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상이 확정된 직후 김 명예교수는 “과분한 상을 받게 돼 매우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치과의료기기 표준의 발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치과의료기기의 한국산업표준(KS) 관리 및 치과재료 품목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술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현재까지 23년 동안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 활동을 통해 치과의료기기의 국제표준 제정을 선도해 왔다.
또 치협이 기술표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사기관 및 표준개발협력기관(COSD)으로 지정받은 후 치협 내 표준 업무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새로 제정 및 개정되는 치과의료기기 국제표준의 최신 흐름을 치의신보 기고를 통해 회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김 명예교수가 이처럼 일관되게 표준 활동에 매진해 온 배경은 무엇일까. 그가 치과재료학 교수로 임명됐던 1986년 당시 거의 대부분의 치과의료기기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이같은 치과의료기기의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전무했다. 1987년에야 보건사회부로부터 치과의료기기의 시험검사와 제조시설 검정기관으로 지정받게 됐고, 이를 위해 마침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연세치대 OECF 차관을 모두 치과재료 시험검사 장비 구입에 사용하도록 승인받아 이때부터 미국치과의사협회(ADA) 규격, KS, 국제표준(ISO)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협에서 추진한 ‘치과기재규격집’ 제정(1986년 1집, 2000년 2집 발행)에 참여했던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연세치대에 ‘치과생체재료공학연구소’와 ‘치과의료기기시험평가센터’를 설립, 우수 치과의료기기를 개발함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그는 재직 중 총 31명의 치과재료학 전문가 교수를 배출하는 한편 표준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금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한국 최초로 2013년 제38차 ISO/TC 106 국제총회를 인천에서 개최한 데 이어 2025년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 제61차 ISO/TC 106 국제총회를 서울에 유치, 대한민국이 국제표준을 선도하며 ‘표준 4대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족적을 남겼다.
김 명예교수는 “2002년부터 ISO/TC 106에 정회원으로 참석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은 2013년 제38차 ISO/TC 106 국제총회를 인천에서 개최, 한국 치과계가 국제표준화의 중심 무대에 처음으로 본격 진입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져왔다”며 “당시 총회를 통해 4편의 국제표준(안)을 제안했었고 처음으로 작업반(Working Group) 컨비너를 탄생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연구 역량과 조직 운영 능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치과의료기기 표준 발전 통해
국민 구강보건 향상 기여할 것
한국 표준 최강국 발돋움 위해
산업체 전문가 적극 참여해야"
아울러 “12년 만에 열린 2025년 제61차 서울 국제총회에서는 한국이 제안해 총 18편의 국제표준이 발행, 9편이 심의 중에 있고 2026년 신규로 6편의 국제표준을 제안하기로 했으며 4명의 컨비너가 6개의 작업반을 이끌게 되는 등 한국 치과계가 국제표준 논의에서 참여국을 넘어 주도국으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우리제품·우리기술’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표준(안)이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위상을 만들기 위해 반평생을 바쳐온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 치과 표준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김 명예교수는 “한국은 치과재료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 신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산업체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는 약점이 있는 반면 외국 전문가들은 주로 산업체 소속이라서 본인 회사의 기술 수준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치과 임상이나 치과 특성의 전문성 결여라는 약점이 있다”며 “ISO 본부에서는 교수 쪽을 선호하고 있지만 향후 산업체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한국은 치과의료기기의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표준 최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준 선진국의 전문가들은 노쇠해 가는 반면 우리나라는 젊은 전문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김 명예교수가 꼽은 긍정적 요소 중 하나다.
그는 치협 내 표준 전담 부서 신설, 치과의료기기의 연구, 생산, 진료를 통합한 표준을 제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연구원, 산업체 전문가 및 임상치과의사들로 구성되는 산·학·연 표준협의체 설립을 반드시 이뤄야 할 미래 성과로 언급했다.
끝으로 김 명예교수는 “치과의사 후학들 뿐 아니라 치과인 모두는 치과의료기기를 연구, 개발, 생산 및 임상 사용 시 좀 더 우수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과의료기기에 대한 시험평가방법과 기준(표준)을 항상 생각하고 건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