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병·의원 요양급여비용 심결 건수 중 부당청구 비율이 불과 0.00031%밖에 안된다는 주장이 나와 의료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찬우 의원이 제기한 이 문제는 실로 그동안 부도덕한 직업군으로 매도 당해 오던 의료계 대부분의 종사자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김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요양급여 전체 심결 건수가 6억1천여건이며 총 19조3천4백억원의 급여비가 산정됐다. 이 가운데 심사 조정된 건수는 5천7백89만여건으로 전체 중 9.4%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착오청구(2천8백여만건)와 과잉청구(2천7백80만건)로 나타났다.
단지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많다고 판단된 요양기관 139개소를 현지 조사한 결과 125개소에서 19만3천7백여건이 부당 허위 청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심결 건수의 0.00031%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당국은 현지조사를 문제 있는 요양기관 전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다수 병의원들이 부당 허위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치로는 0.00031%만이 부당허위 청구로 판명났지만 당국의 주장대로 이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단과 정부가 극히 일부 병·의원에서 저질러진 부당허위 청구 사실을 마치 전체 의료계의 현상인 양 부풀려 왔었다.
언론매체에서는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마치 의료인 대다수가 부당 허위 청구해 자기 잇속이나 채우는 파렴치범인 양 몰아가기 일쑤였다. 또한 그동안의 보험재정 적자가 바로 이같은 부당 허위 청구가 많기 때문이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동안 벌어진 이같은 여론몰이를 생각한다면 절대 다수의 의료인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의료인으로서 부당허위 청구를 한다는 것은 단죄 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부도덕한 의료인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의료인이라는 직업군은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도덕성이 크기 때문에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매우 필요하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부당 허위 청구를 해 왔다면 의료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앞서도 밝혔듯이 청구한 진료비에 문제가 있어 심사에 걸린 경우를 살펴보면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의도적인 부당 허위청구보다는 청구착오 등 행정적 또는 환자 진료에 대한 소신으로 인한 과잉청구 등 비교적 양심적인 사례가 많다.
따라서 이젠 이런 식으로 더 이상 정부 당국이 앞장서서 전체 의료계를 매도하는 양상으로 여론을 조장해서는 곤란하다. 문제있는 요양기관은 단죄하되 절대 다수의 양심있는 의료기관들은 보호해야 한다. 적정급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마음에 못을 박는 일까지 당해서야 어디 의료인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생겨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