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과계가 아시아 치과계에서 퇴출 당하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APDF) 총회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표출됐다. 한마디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호주가 주도해 오던 아시아 치과계가 다시 말레이시아, 싱가폴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태회의에서 3선 부회장에 도전하던 조행작 부회장과 호주 대표는 사실상 거의 당선을 확정시했다. 파키스탄,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후보들 가운데 한국과 호주 후보를 객관적으로 능가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명의 후보 가운데 4명을 선출하는 부회장 자리에서 한국과 호주가 나란히 고배를 마신 것이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 이뤄졌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였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이는 먼저 선거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 투표권자가 1표만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선거는 투표권자가 4명의 후보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일견 회의를 원활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한 방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일부 국가들이 4개 후보를 다 쓰지 않고 고의적으로 빈 란을 남길 수가 있으며, 또 각국에서 4순위 선택자가 1위로 오를 수 있는 맹점도 안고 있다. 1명만을 선택할 때는 당선될 수 없는 인물이 1 순위로 당선될 수 있다는 헛점이 있다.
여기에다가 전 사무총장을 지낸 헤네디기의 역할도 가볍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지난 2002년도 서울 총회에서 장기간 사무총장직을 해 오다가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의 세에 밀려 물러난 헤네디기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자신의 국가인 싱가폴이 후보를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후보보다 더 한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쨌든 아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이니 만큼 여기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리더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할 때이다.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한국이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부분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고 본다.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활동할 후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나라 밖에서의 활동보다는 국내에서의 보장받은 삶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의료서비스가 국가간의 벽이 무너지고 무한경쟁시대로 간다면 글로벌한 사회에서 한국 치과계의 위상 찾기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무대에서 맹렬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 내야 할 것이다. 저변의 인재가 많을 때 한국 치과계는 오래도록 국제적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