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사회 지도층 인물들이 줄이어 한강에 투신하자 일반인들도 생활고 등을 비관해 한강에 투신하는 사고가 다발하고 있으며 경제계 거물이 회사사옥에서 투신하자 서민들도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자살자가 늘고 있다.
사회 곳곳이 경제악화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부도나서, 카드 빛이 너무 많아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등 서민들의 사연은 참으로 다양하지만사회 저명 인사들의 자살은 주로 먹고 사는 기본적인 요건이 아닌 명예실추 등에 따른 심리적 공황상태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의료계는 어떠한가.
분명 의료계는 사회적으로 볼 때 사회 지도층에 들어간다. 즉 다른 직업군보다 사회적 명예나 부가 어느 정도 보장돼 있는 계층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이어 일어나는 자살사고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최근 40대 정형외과의사의 자살은 사회적 명예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개원하던 의원의 경영난이 주요 원인이었다. 극심한 채무관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지난해 5월에도 경영난으로 음독자살한 의사가 있었으며 올 2월에도 경영난으로 의원폐업을 한 40대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지난 5월에는 3억원의 빚 때문에 원장 부부가 동반자살했다.
이제 의료계도 서민과 같이 경영이 안돼, 채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과의사, 의사하면 돈 많이 버는 계층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일반 서민계층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이은 자살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당사자의 개인적인 여러 이유가 원인이 되었겠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의료계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현행 수가체계와 밀려드는 의료인력의 과잉 공급에 따른 경쟁심화,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우리나라 경제현황 등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아직도 의료인들의 희생적인 수가인하를 원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연이은 의사들의 자살의 의미를 깊이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자살한 이 모원장의 주변인의 말처럼 생존 당시 현행 수가체계 등 어려운 의료현실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는 진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의료인이라고 해서 모두 다 평균 이상의 생활을 보장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은 생활여건이 조금 부족해서가 아니다. 믿지 못하겠지만 의사란 허울좋은 껍데기 속에 알알이 박혀가는 빈곤자의 모습에서 삶의 회환을 느꼈을 것이다.
의료인들이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일이 많다는 것은 이 나라의 의료환경의 현주소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정부가 그만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전반적인 경제침체야 모두가 합심해서 타개해 나가야 할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적정급여를 통한 의료환경 개선은 정부의 몫이다. 더 이상 비극이 없도록 정부의 개선의지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