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이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공단이 국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1조4천9백22억원이던 누적 적자가 올해 말이면 1천2백억원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무려 1년 새 1조3천7백억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적인 재정 안정화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이 안정됐으니 보험료를 줄이던지 아니면 비보험 분야를 급여화해 달라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것을 주장할 것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아직도 낮은 보험료를 높여 재정 안정화를 굳혀 나가야 하며 아울러 급여수가를 현실화하는데 우선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단지 누적 적자가 해소돼 갈 뿐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먼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급속히 누적 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 불황 및 계절성 질환 발생 저조현상에다가 근로자의 임금 예상초과 인상으로 인한 보험료 수입 확대 등 사회 경제적인 요소가 다분히 깔려 있는 만큼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매년 특별법에 의해 국고지원금으로 보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특별법은 2006년도에 종료하는데 아직 재정이 안정화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만큼 제 걸음으로 걸을 때까지 당분간 국고 지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 공단측에서 특별법 시한을 연장하려 한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아직 국고의 지원은 절실한 입장이다.
공단은 그동안 재정 안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징수관리를 철저히 하고 진료비영수증 주고받기 캠페인 및 진료비 허위 부당청구 신고제를 도입하여 부당청구로 인한 보험급여비 누수를 최소화해 왔으며 건강검진 사업을 통해 사전에 질병을 조기 발견함으로써 의료비 지출을 억제해 오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같은 공단의 일련의 활동에 대해 의료계가 마음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당청구를 억제하려는 과욕이 앞서 공단에서 실사권을 부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함으로써 의료계와 마찰을 빚었으며 부당청구 포상제를 도입해 마치 전체 의료계를 범죄시하는 풍토를 조장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공단을 비롯, 정부는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일방적으로 의료계를 감시 관리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쌍방향 정책을 보다 많이 구사해야 하며 보험급여수가의 현실화로 더 이상 병·의원 운영이 잘 안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료인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만일 재정 안정화를 이룬 배경에 의료인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진료권 침해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 가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안정화가 더 이상 의료인들의 희생 위에 형성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