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특구내 외국병원에서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드디어 입법예고 됐다. 또한 외국 투자기업의 영리병원 설립도 허용된다. 단 내국 자본의 경우는 외국자본 10% 이상의 참여가 있을 경우에만 허용된다. 법안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의료계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는 특구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설립 방침에 대해 국내 공공의료 강화를 먼저 선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었다. 이러한 선행조건없이 무작정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의료의 공공성 약화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특구내에는 국내 병의원도 개설할 수 있는데 그 차이는 국내 병의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며 외국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인 격이다. 경제특구내 순수 내국자본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외국투자에 의한 외국병원이나 외국인 자본 10%가 참여한 합작병원은 영리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의료기관간의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영리법인 허용은 결국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촉진시키고 민간보험 도입을 불러들이게 돼 서민층의 의료이용의 빈부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경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더욱이 영리법인의 과실송금이 허용되면 여기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국내 의료산업에 재투자 되는 것 보다 국외로 유출시킬 수 있어 국내 의료발전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특구내 외국병원 유치로 해마다 외국에 나가 고급치료를 받는 1조원 가량의 비용을 국내에 흡수되지 않을까 하는 장미빛 기대를 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병원에서 인건비가 싼 제3국의 의사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는 오히려 외국병원에서 필요한 의료인력 중 상당수를 국내 의료인력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국내 의료인력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순기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국의 저렴한 의료인력도 들어올 수도 있는데 그러한 외국 의료인력의 진입장벽을 정부가 마련해 놓고는 있는 건지 궁금하다. 만일 안돼 있다면 이는 자칫 의료인력 시장의 개방까지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러가지 우려되는 상황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영리법인 허용과 내국인 진료라는 카드를 정부는 내놓았다. 내국인 진료도 정부 입장에서는 외국병원이 외국인만을 진료하려고 국내에 들어오겠냐며 외국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와 다른 차별화된 여러 가지 특혜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지만 앞으로 정부가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을 다스리려면 국내 의료기관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는 좀 더 명쾌한 대안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