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병·의원의 경영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매우 아쉽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병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병·의원 및 약국 등 요양기관들이 의료기기, 의약품 대금, 시설비 등을 갚지 못해 진료비를 압류 당한 금액이 무려 1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영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압류 당한 요양기관 수는 1417개 기관이나 되며 압류 금액이 1백억원을 넘는 요양기관도 21곳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그만큼 요즘 병·의원들의 경영난은 엄살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에 몇 몇 의사들이 병원 경영난으로 인해 목숨 끊는 경우를 기억한다면 더욱 요즘의 병원 경영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병·의원의 경영이 이 정도로 된 데에는 우리 나라 경기의 장기 불황이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개인병원들이 늘어나면서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고가의 장비 구입으로 경영상태가 위태로워 진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게다가 병·의원 경영의 근간이 되고 있는 우리 나라 보험수가제도의 문제점 또한 병·의원 경영난의 가장 큰 주범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올해도 수가 인상폭을 지난해 자신들이 요구하던 수준에서 올리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의약인 단체들은 최소한 물가 인상 폭 정도는 되야 하지 않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올해도 순탄하게 요양기관들의 수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 끊임없는 줄다리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도산하고 자살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관심 갖고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의료계의 입장이나 어려움을 도외시 한 채 정부위주의 정책을 펴나갈 때 나타나는 후유증, 즉 그 악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 당국은 왜 많은 의료기관들이 도산하고 진료비를 수백억원씩 압류 당하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만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경영주의 판단 실수로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이나 제도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수가의 현실화이다. 국회 문병호 의원도 지적했듯이 수가 현실화는 앞으로 일어날 무더기 도산 사태를 막는 하나의 예방정책이 될 수 있다. 수백억원의 진료비를 압류 당하고 있는 요양기관들은 자칫 잘못하면 언제 도산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요양기관들도 자생적으로 질좋은 의료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자구책을 찾아야겠지만 정부가 수가의 현실화를 통해 자생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향적인 정부 당국의 실천을 당부한다. 이미 우리 나라 병·의원들은 안으로 밖으로 곪고 있다.